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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술 더하기 페어링, 대세는 오마카세
2023-05-03T20:40:04+09:00

오마카세가 처음인 당신에게 필요한 입문 가이드.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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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오마카세(おまかせ)’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마카세는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셰프에게 그날의 식재료와 메뉴, 가게 분위기와 접객까지 모든 것을 맡기는 형태의 요식업을 칭한다.

시발점인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스시 가게가 줄어들고 술안주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이 개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술과 안주를 모두 즐긴 후 마지막에 스시를 먹는 방식, 생선의 이름을 모르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서비스가 바로 오마카세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오마카세는 ‘고급 코스 요리’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오마카세는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해 계절성을 강조하는 일본 전통 정식 ‘가이세키(かいせき)’에 자주 비교된다. 

하지만 가이세키와 오마카세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가이세키는 특정한 형태의 문법과 코스의 흐름을 가진 전통 요리인 반면, 오마카세는 셰프가 코스 중간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메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요리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반에는 일식 요리에 한정되었으나 요즘은 한우, 디저트, 커피 오마카세도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서울신라호텔 아리아께

오마카세, 왜 비싼 걸까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오마카세가 있다. ‘셰프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개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미국은 국내보다 가격대가 더 다양하고 비싸다. 게다가 정확한 메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두려움을 느낀다고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정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다. 오마카세 메뉴와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그래도 지나가다 아무 생각 없이 들르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인 건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한 끼, 1인 기준 10~30만 원은 기본, 많게는 50만 원까지 책정되는 곳도 있다. 

이렇게 가격대가 높은 이유는 많은 고객을 수용하지 않는 데 있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맞춰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 때문에 소규모 예약제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고객의 기호를 수렴하기도 한다. 또한 소규모다 보니 셰프가 손님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한다. 실제로 개개인의 먹는 속도를 고려하거나 왼손잡이를 배려해 주는 곳도 많다. 결국 개개인에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가 주요한 이유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중 오마카세 장면

오마카세 유행의 중심에는 ‘이것’이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 스시야의 예약 경쟁은 치열하다. 스시와 수강신청이 합쳐진 ‘스강신청’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인스타그램에서 오마카세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오마카세 예약일을 오픈 한 지 0.7초 만에 마감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에 대해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 소비문화로 해석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힌 탓에 보복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남보다는 ‘나’, 과거나 미래보단 ‘현재’를 중시하는 경향,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고자 하는 트렌드, 그리고 그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다. 기성세대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반면, MZ세대는 남의 시선이나 조직의 성공보다 개인의 만족도나 행복, 성장, 워라밸 등을 중시한다. 

포브스(Forbes)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MZ세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MZ세대는 돈을 잘 쓴다. 60% MZ들은 스타벅스급 커피를 편안하게 사 먹고, 70% MZ들은 파인다이닝을 즐긴다. 또 69% MZ들은 필요하지 않은 옷을 사기도 하며, 50% 이상의 MZ들은 택시나 우버를 즐겨 탄다. 결국 MZ세대는 소비문화의 큰 손이다.

오마카세의 유행도 MZ세대 고객들을 필두로 자리 잡은 것이다. MZ세대의 라이프 트렌드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건 바로 음식, 외식 문화다. 먹는 것이 생존을 위한 행위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경제 성장과 해외여행의 보급화, SNS와 예약 플랫폼의 발달로 먹는 것이 경험이자 문화가 되었다.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7~25만 원을 웃도는 각종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대란이 일어나고, 평소에는 그로서리 마켓에서 장을 보며, 내추럴 와인과 위스키를 즐긴다. 이 같은 이유는 MZ세대가 가격보다 경험의 측면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보고 접하는 모든 것을 유의미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오마카세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MZ세대에게 주목 받는 웨스틴조선호텔의 고급 오마카세 스시조는 1인당 점심 35만 원, 저녁 50만 원의 가격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예약 오픈 당일 100% 예약 완료가 될 정도였다. 음식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워하는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오마카세, 1인 테이블, 파인다이닝 등 고급 식자재와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한마디로 좋은 음식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다. 거기다 오마카세는 랜덤이라는 특성까지 가지고 있으니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단순한 사치가 아닌 퀄리티 높은 음식을 먹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 새로운 식음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잘 보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마카세 이용 시 꿀팁 몇가지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오마카세가 고급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초기에 호텔에서 선보였던 것도 고급이라는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오마카세 시장이 넓어지고 기존 초밥집과 일식집도 가세하면서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오마카세가 늘어났다. 때문에 주머니 사정 넉넉지 않은 옴린이나 오마카세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라면 일단은 가성비 좋은 곳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그렇다면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는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일단 디너보다는 런치를 겨냥하자. 대부분의 오마카세가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져 있고, 점심보다 저녁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물론 런치에 비해 디너는 가짓수도 많고 비싼 재료로 제공되는 편이지만 가성비가 목적이라면, 오마카세가 처음이라면 런치를 추천한다. 그리고 수십만 원짜리 하이엔드보다는 10만 원대 언더의 엔트리, 미들급 오마카세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하이엔드급을 이용하게 될 경우 선택지가 좁아지고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기준을 두고 오마카세 스시야를 선택했다면 예약 단계로 넘어가자. 예약의 근본 전화와 함께 네이버 예약, 캐치테이블 등의 예약 앱을 이용할 수 있고, 어떤 곳은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 예약받기도 한다. 스시야마다 예약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예약 안내 공지는 필독해야 할 사항. 입소문 난 오마카세는 특정한 날 예약 창이 오픈되는 선착순 방식이 일반적이다. 스강신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며, 티켓팅 수준으로 광클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치열한 예약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신생 스시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 히노데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카운터, 테이블, 룸의 옵션이다. 오마카세는 카운터 형태가 보편적이고 때에 따라 테이블, 룸을 선택할 수 있다. ‘ㄷ’, ‘ㄴ’, ‘ㅡ’자 형태의 카운터 좌석에서는 셰프가 바로 앞에서 쥐여주는 초밥을 먹을 수 있고, 조리 과정을 구경할 수 있는 오픈 키친 수준의 재미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대화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원수가 많다면 룸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 스시는 한 번에 서빙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우여곡절 끝에 예약에 성공했다면 기피하는 식재료는 미리 셰프에게 전달해두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대체 요리를 준비해주는 게 바로 오마카세의 묘미이기 때문. 이용 시에는 제공되는 피스 사이마다 차로 입가심하는 게 좋고, 스시에 간이 되어 있으므로 굳이 간장은 찍어 먹지 않아도 된다. 또한 샤리(밥)나 와사비 양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셰프에게 편하게 요청하면 된다. 마지막 순서로 앵콜 스시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준비된 모든 음식을 맛본 후 셰프가 더 먹고 싶은 스시가 있는지 질문하는데, 이때 당황하지 말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시를 요청하면 된다. 

이어 ‘갓성비 내리는 오마카세 맛집 추천 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오마카세를 경험해 보자.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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