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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관해 우리가 (아마도) 몰랐던 신기한 사실 여섯 가지
2023-02-21T16:53:12+09:00

술자리 가기 전에 꼭 챙겨가야 할 이야깃거리들.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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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가 지나고 어느덧 9월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지만, 여전히 뜨거운 밤낮의 열기에 못 이긴 척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찾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 년째 한국인이 선호하는 술 1위, 전체 주류 소비에서 50퍼센트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인기 있는 맥주이지만, 맥주와 관련된 상식은 좀처럼 홍익인간 정신에 따라 주당을 널리 이롭게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즐겁자고 마시는 맥주인데 무슨 상식까지 필요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 아는가. 맥주로 달아오른 분위기 속 박학다식한 상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면 썸남·썸녀의 마음에서 당신이 차지하는 지분을 좀 더 높일 수 있을지. 국내에 아직 소개 안 되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맥주에 관한 여섯 가지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들, 오늘 밤 맥주 약속에 가기 전 챙겨두도록 하자.

1. 맥주는 마녀의 음료수?

대부분 이들이 ‘마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하는 이미지는 비슷할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긴 머리, 윗부분이 뾰족하고 챙이 넓은 모자, 어둡고 칙칙한 원피스. 이런 전형적인 마녀의 이미지가 맥주와 연관이 있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다.

원래 맥주 양조는 맥주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메소포타미아로부터 1500년대 유럽까지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로마 제국이나 이집트에서는 남성들이 맥주 양조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여성들이 맥주 양조에서 주된 역할을 한 데는 변함이 없었다. 남성들이 사냥을 나가고 여성들이 곡물 채집과 요리를 맡는 식의 고대 노동 분업이 이어진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런 관습이 16세기 무렵 갑자기 바뀌게 된다. 이 시기에 맥주를 만들던 여성들이 대부분 산업에서 축출된 것이 원인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경제적·종교적 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로, 종교적인 변화와 더불어 여성들이 공식적인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유럽 전역으로는 종교 개혁의 여파로 매우 엄격한 젠더 규범이 형성되었으며, 체스터 같은 곳에서는 14세에서 40세 사이 가임기 여성의 순산을 이유로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금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제적인 구조의 변화가 맞물렸는데, 독일의 경우 1516년 맥주 순수령이 공포되면서 생산 가격이 올라가게 되었고, 이때 남성 양조인들은 시장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성 양조인들에게 일종의 낙인을 부여하게 된다.

맥주 양조에 수반되는 여러 재료의 배합법이나 화학적 지식을 ‘여성’이 소유하는 것을 위험한 일로 합리화하기 시작한 것인데, 바로 이 과정에서 ‘마녀’라는 낙인이 부여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당시 여성 맥주 양조인들 특유의 복장과 장비 등이 지금의 마녀 이미지로 고착되었다는 해석이 비교적 최근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당시 유럽의 여성 맥주 양조인들은 맥주가 준비되면 시장에 나가 맥주를 팔았는데,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위가 길고 뾰족한 모자를 썼고, 양조장 앞에 긴 빗자루를 두어 맥주가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 또 다량의 맥주를 가마솥에 넣어 준비하는 경우가 다수였다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마녀 이미지 그대로이다.

다만 이는 정설이라기보다는 마녀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이다. 맥주와 마녀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에는 대체로 학계에서도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배경에 된 구체적 사건들과 사회적 관계들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2. 빨대는맥주를 위한 발명품?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든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빨대를 근대적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의외로 빨대의 기원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최초의 빨대는 무려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수메르인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것인데, 고고학자들은 수메르인들이 맥주를 마실 때 발효 침전물을 함께 들이켜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빨대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빨대가 고대 바빌론과 이집트 유적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수메르인들이 사용했던 빨대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상상외로 럭셔리하다. 빨대 외부는 금으로, 안쪽은 라피스라줄리(청금석)로 만든 지금으로 따져도 매우 고가의 재료들로 만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높은 계급의 한정된 이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맥주의 진정한 기원은?

맥주의 발원지는 기원전 4000년경 지금의 이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학설에 대해 대놓고 반박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는데, 최근 들어 조금 흥미로운 주장들이 발견된다.

2016년 미국 다트머스 칼리지 왕 지아징(Jiajing Wang) 인류학 교수의 연구팀은 약 5,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 조각에서 맥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동서양의 맥주 기술이 융합된 놀라운 맥주라고 발표했는데, 사실이라면 동서양 하이브리드 맥주 계에서는 최초가 되겠다.

그런데 2004년에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패트릭 에드워드 맥거번(Patrick Edward McGovern) 분자 고고학 박사는 약 9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에일에 가까운 맥주의 흔적이 중국 허난성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왕 지아징 까지 가세해 저장성에서 9000년 전 것으로 보이는 맥주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며 학계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분위기인데, 판단은 여러분의 몫에 맡기겠다.

4. 맥주 마시는 동물이 시장이 됐다고?

맥주를 마시는 염소도 신기한데, 그 염소가 시장이 됐다면 믿겠는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라지타스(Lajitas)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이런 염소가 실재한다.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이러하다.

1980년대에 당시 마을의 시장이 자선모금을 위해 휴스턴에서 친구들을 불렀는데, 폭설이 내려 마을이 고립되었다. 눈 속에 갇혀 있어 지루했는지, 이 휴스턴 사람 중 한 명이 ‘내가 이곳의 시장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원주민이 ‘저런 늙은이(old goat)가 시장에 나가면 내 맥주 마시는 염소(goat)도 출마할 수 있겠다.’며 자신이 키우던 맥주 마시는 염소를 출마시켰다는 것.

첫 번째 선거에서 이 클레이 헨리(Clay Henry)라는 염소는 패배를 맛봤는데, 다음 선거에서는 기어이 당선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후로도 맥주 마시는 염소들이 대를 이어 시장직을 부여받는 것이 이 마을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헨리의 뒤를 이어 헨리 2세, 3세, 4세 등이 계속하여 마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실제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염소 시장들은 공짜로 맥주를 제공받는데, 이렇게 공짜로 맥주를 마시는 염소를 탐탁지 않게 여긴 한 남성이 2000년 당선된 헨리 3세를 거세해 버린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5. 역사상 가장 비쌌던 맥주는?

스코틀랜드의 브루마이스터(Brewmeister)가 2017년 내놓은 스네이크 베놈(Snake Venom)이라는 맥주는 도수가 무려 67.5%로 세계에서 가장 독한 맥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쌌던 맥주는 무엇일까?

1,850달러짜리 안타틱 네일 에일(Antarctic Nail Ale)? 3,000달러짜리 돈키호테(Don Quijote)? 5,000달러짜리 바닐라 빈 어쌔신(Vanilla Bean Assassin)? 모두 아니다. 역사상 가장 비싼 맥주로 기록된 것은 올솝스 아틱 에일(Allsopp’s Artic Ale)이다.

이 맥주는 1852년 영국의 에드워드 벨처(Edward Belcher)가 북극 탐험에 나설 때 괴혈병 치료 목적으로 가져갔던 맥주로서, 2007년 이베이에서 503,300달러, 현재 기준으로 한화 약 6억 5,353만 원에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맥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밌는 사실이 있다. 처음에 이 맥주는 이베이에서 고작 304달러에 팔렸다. 당시 이 맥주를 경매에 올린 사람이 ‘Allsopp’의 스펠링에서 ‘p’ 하나를 빼먹어서 잠재적인 비딩 참가자들이 이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한 영리한 구매자가 이 제품을 알아보고 304달러에 구매한 뒤, 다시 경매에 내놓아 떼돈을 벌게 된 것. 새삼 맞춤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일화이다.

6. 부동산 사기꾼 기네스?

흑맥주, 스타우트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기네스. 영화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해리 하트의 명대사가 나오는 씬에 등장해 ‘킹스맨’ 맥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1759년 아서 기네스가 더블린에 설립한 기네스는 기네스북을 발간했던 회사인 만큼 독특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바로 부동산과 관련된 것인데, 기네스는 물가 상승률과 관계없이 매년 45파운드를 내는 조건으로 무려 9,000년의 공장부지 임대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거저먹는’ 계약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썰’들이 있다.

첫째로, 원래는 90년 계약 조건이었는데, 당시 담당 공무원이 라틴어를 모르던 아서 기네스를 속여 9,000년짜리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했다는 것. 참고로 실제 계약서는 라틴어로 작성되었고 아직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다. 둘째는, 반대로 아서 기네스가 9,000년을 빌리고 싶었는데 시에서 허락을 안 해줄 것 같아 라틴어로 몰래 날인을 했다는 설이고, 마지막은 계약 당사자들과 시의 뜻이 맞아 사실상 영구히 계약하자는 의미에서 9,000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만 이러한 해석들은 말 그대로 ‘설’일 뿐, 명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해석이 없다. 아마 이 전무후무한 임대의 배경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밝혀지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 대한민국으로 치면 약 4,897평의 부지를 연간 6천만 원에 빌린 셈이다. 그 비결을 알면 아마 기네스급의 대기업을 설립할 수 있을지도.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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