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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내추럴 와인, 아직 낯설지만 친해지길 바라
2023-02-21T17:01:18+09:00

개성, 맛, 향, 품질 모두 예측 불가능한 이 와인의 매력.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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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년 전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내추럴 와인. 전혀 예측하기 힘든 강렬한 개성과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매니아층을 계속 쌓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포도 재배부터 양조,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인위적인 물질이나 행위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 몸에 좋은 건강한 와인이라는 인식을 불러와 그 매력은 배가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조감도 전혀 맞지 않고 품질도 한참 떨어지는, 그냥 주스 같은 와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내추럴 와인은 보관 유통에 반드시 필요한 이산화황 같은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다 보니 품질이 너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와인이 상했는데도 내추럴 와인은 원래 이런 맛이라며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한다.

양쪽 모두 맞는 말이다. 이렇듯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내추럴 와인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계속 많은 이들이 빠져드는지, 정말로 대형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컨벤셔널 와인이라 부르는 일반적인 와인을 이 내추럴 와인이 대체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살펴보자.

더하거나 빼지도 말고, 자연 그대로

내추럴 와인은 1980년대 프랑스 생물학자이자 화학자인 쥘 쇼베(Jules Chauvet)가 이산화황을 쓰지 않고 와인을 양조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시작돼 프랑스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농약으로 황폐해진 토양에서 생산된 포도가 아닌 과거의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생산된 포도를 사용하고, 와인 제조에 사용되는 이산화황(SO2)의 사용도 줄이거나 배제하며,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도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추럴 와인은 ‘포도 외에 그 어떤 것도 추가하거나 빼지 않은 와인’으로 정의된다. 포도 재배 시 농약을 절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퇴비 등을 활용하는 유기농법으로만 포도를 키운다. 더 나아가 달과 우주의 순환을 농법에 반영하는 바이오 다이내믹(Bio Dynamic)을 적용하기도 한다.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 뭐가 다른데?

내추럴 와인과 일반 컨벤셔널 와인은 양조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효모 사용 방법과 이산화황 처리 여부가 상이하게 다른 것.

내추럴 와인은 주스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포도 껍질에 붙어있는 야생 효모를 사용한다. 컨벤셔널 와인이 검증된 효모로 발효를 진행해 와인의 풍취가 늘 비슷도록 관리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내추럴 와인의 독특한 풍취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내추럴 와인은 이산화황을 넣지 않는다. 이산화황은 와인이 담긴 용기 내 효모 활동을 제어해 와인의 산화를 막고 불필요한 미생물의 번식을 차단하는 보존제로 와인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은 이를 사용하지 않아 병입이 후에도 병 속 효모를 제어하지 못해 2차 숙성이 진행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양조자의 의도와 다른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은 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포도 자체에서 나오는 맛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새 오크통, 오크칩 등의 인위적인 향을 가하지 않는다. 과일 본연의 아로마를 해치는 그 어떤 행위도 거부한다.

내추럴 와인은 덜어내지도 않는다. 와인을 발효시킨 후 숙성을 진행하게 되면 포도에서 나온 각종 부산물이 와인에 포함돼 있다. 내추럴 와인은 이를 제거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컨벤셔널 와인은 청징과 여과를 통해 와인을 맑고 투명하게 만든다. 청징은 정제작업을 통해 와인 안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작업이며, 여과는 필터링 과정을 통해 와인을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은 이 과정을 진행하지 않아 색깔이 불투명하고 심지어는 와인잔 속에서 찌꺼기가 떠다니기도 한다.

일관성이 필요해

내추럴 와인은 이처럼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을 최대한 배제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추종자들은 “내추럴 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래의 와인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말 내추럴 와인은 자연을 닮은 좋은 와인이고, 컨벤셔널 와인은 상술에만 치우친 나쁜 와인일까.

필자는 얼마 전 내추럴 와인 전문점에서 사 온 와인을 열었다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적이 있었다. 해당 와인은 지난해 내추럴 와인 시음회에서 만난 와인으로 둥글둥글한 매력적인 산도와 두엄 냄새를 닮은 독특한 풍취가 기막힌 감동을 줬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뒤에 만난 그 와인은 그냥 식초였다. 여기에 더해 역한 냄새까지 올라왔다.

같은 해 만들어진 와인이지만 이처럼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산화황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국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온도변화를 겪으면서 와인이 변질할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내추럴 와인의 품질이 들쭉날쭉하거나 심지어 결함이 있는 상태로 넘어오는 와인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리덕션(Reduction)도 문제다. 리덕션은 이산화황을 넣지 않은 내추럴 와인에서 주로 나타난다. 와인에서 젖은 걸레를 오래 둔 경우 나는 냄새, 오래된 고기에서 나는 쉰내, 하수구나 달걀 썩은 냄새가 나는데 참기 힘든 정도다. 이마저도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분명 큰 결함이다. 이산화황이 없는 와인은 산소에 굉장히 취약하다. 따라서 양조 단계나 병입 과정에서 공기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지나치게 부족해지면 산화와 반대되는 환원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것.

와인에서 젖은 걸레를 오래 둔 경우 나는 냄새, 오래된 고기에서 나는 쉰내, 하수구나 달걀 썩은 냄새가 나는데 참기 힘든 정도다. 이마저도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분명 큰 결함이다. 

효모도 마찬가지다. 포도 껍질에 자생하는 야생 효모의 품질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와인을 망치는 균도 포함돼 있어 제품 결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일반적인 컨벤셔널 와인은 검증된 효모를 통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고, 검증된 효모 또한 야생에서 채취해 배양시킨 것이어서 반드시 인위적인 효모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생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이 대부분 작은 와이너리여서 시설이 열악해 자칫 발효, 숙성 단계에서 와인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내추럴 와인, 재밌으니까

그래도 내추럴 와인은 분명 재미난 와인이다. 와인의 산도를 즐기는 소비자라면 꼭 경험해볼 만하다는 건 확실하다. 이산화황을 넣지 않아 대부분의 내추럴 와인 산도가 아주 좋기 때문. 또 야생 효모가 뿜어내는 독특한 향도 개인 취향에 맞으면 가히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대부분 시골 들판에서 맡을 수 있는 쿰쿰한 두엄 냄새가 나고,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지만 오줌 냄새를 연상시키는 지릿한 향도 굉장히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런 풍미를 싫어한다면 내추럴 와인을 잘못 만났을 때 ‘극혐’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될 것이다.

딜링퀸트 ‘AMAYA’ 펫낫 와인

내추럴 와인은 질감도 완전히 다르다.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아 마치 에일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입속에서 독특한 질감을 경험하게 한다. 와인을 따라보면 대부분 불투명한 탁한 색깔에 찌꺼기까지 돌아다닌다. 타닌도 강하지 않다. 새 오크통이나 오크칩 등 가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력한 산도에 타닌이 적다는 것은 분명히 구조감이 무너진 와인이다. 그런데 이게 묘한 매력을 준다.

내추럴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와인 외에도 최근에는 펫낫(Pet-nat, Petillant Naturel)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펫낫은 발효가 덜 끝나 와인에 당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병입을 진행하고 맥주병 뚜껑 같은 크라운캡으로 막은 와인이다. 이렇게 되면 병속에서 남은 당분이 발효되면서 맥주와 비슷한 수준의 적당한 기포가 생긴다.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향까지 와인에 스며들어 아주 독특한 풍미를 풍기기도 한다.

(좌)강남구 ‘내추럴 보이’ (우) 마포구 ‘쉘터’

최근에는 오렌지 와인도 인기다.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품종인 청포도를 껍질까지 넣고 발효를 진행한 와인이다. 청포도 껍질 색이 와인에 우러나오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오렌지색으로 서서히 변한다. 껍질에서 타닌까지 우러나와 상큼한 청포도 향과 텁텁한 타닌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산도가 워낙 좋고 타닌이 적어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 내추럴 와인이지만,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취향을 말하고 매장 직원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워낙 개성이 강해 자칫 자신이 싫어하는 풍미가 와인을 마시는 내내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내추럴 와인 앞에서 주저하는 당신을 위해 몇 가지 추천 와인을 준비했으니 참고할 것.

이 내추럴 와인은 어때?

카바이 라반(Kabaj Ra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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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브르다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오렌지 와인의 성지로 불리는 곳. 카바이 라반은 소비뇽 베르트 100%로 만든 와인으로 진한 황금색에 미네랄 산미가 좋은 와인이다.

파니 사브르 부르고뉴(Fanny Sabre Bourgo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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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르고뉴 포마르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피노 누아 와인 100%로 만들었다. 옅은 루비색 와인으로 어씨한 느낌이 일품이다.

양가라 PF 쉬라즈(Yangarra PF Shir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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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이너리 잭슨 패밀리가 호주 맥라렌밸리에서 만드는 내추럴 와인. 쉬라즈 100%로 만들었다. 미디엄 바디의 아로마와 보기 드물게 균형이 좋은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도멘 뒤 팍퇴르 라 뷜르 뒤 팍퇴르(Domaine du Facteur La Bulle du Fact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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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아르 중심부인 부브레의 스타 와이너리다. 라 뷜르 뒤 팍퇴르는 슈냉 블랑 100%로 만들어진 펫낫이다. 풍부한 배 향과 함께 신선한 거품을 느껴보면 좋다.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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