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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렇게 취할래, 애주가 8인 인터뷰
2023-02-21T17:01:38+09:00

알콜 좀 아는 그들의 최애 술집까지 털어드림.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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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애주가 8명에게 5개의 질문을 건넸다. 아니, 사실 6개 질문을 보냈지만, 특정 항목에서 동일한 답이 돌아왔다. 술을 마시며 ‘무엇’을 할 때가 가장 좋냐는 질문이었다. 우리 이 별에서 꽤 적적했나 보다. 8인은 모두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라고 대답했고, 술을 핑계로 이 톱밥같이 건조한 하루에 마음 부빌 구석 한자리 만들고 싶었던 거구나 생각했다. 물론 마주 앉은 당신이 같은 말을 반복해도, 반복하다 오열해도, 오열하다 술상을 엎는 감정 기복까지 모두 품어주겠다는 건 아니다. 느닷없이 걸려 온 늦은 밤 당신의 전화에 기척을 하고, 마주 앉아 고개를 주억거리며 술잔 정도는 부딪혀 줄 거라는 얘기다.

<공통 질문>

1_ 이름, 나이,  직업  2_ 가장 좋아하는 주종과 안주 취향 3_ 술이 절실해지는 순간 4_ 즐겨 가는 술집 5_ 나에게 술은 ‘무엇’이다. 

잠옷 입고 취할 거야

1_ 이상아, 35, 간호사 2_ 위스키. 주로 아드벡이나 라가불린처럼 피트향이 많이 나는 위스키를 좋아한다. 허세 한 스푼 보태면 높은 알콜 도수보다 특유 피트향에 취한달까. 정로환 냄새 같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상하게 난 그 향이 참 좋더라고. 보통 남대문 주류시장이나 면세에서 구입하는 편. 위스키는 치즈에 마른김을 싸서 먹거나 브리치즈와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과일x치즈’ 조합은 여름마다 꼭 만드는 안주인데 청포도에 리코타 치즈, 코코넛칩을 듬뿍 버무리면 끝이다. 3_ 기분이 좋을 때. 아직 가족들이랑 같이 살아 주말 중 하루는 다 같이 식사하는데 거의 5시간 동안 식탁에서 요리도 하고 술도 함께 마신다. 그 시간이 참 귀하다고 느껴지며 술 생각이 절로 난다. 4_ 집. 분위기 좋은 바, 비싼 술집 다 필요 없다. 화장 지우고 편안한 잠옷 입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집이 유일하니까. 5_ 나를 토닥이고, 기분을 끌어올려 주는 (친구)다.


소주 한 잔 생각 나는 밤, 그 밤

1_ 김선호, 45, 대기업 임원 2_ 소주. 저렴하고, 이 정도면 많이 마셨다 싶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 동이 터 올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소주는 도수가 너무 높지도 않고, 쓸데없는 향이 없어서 기름진 소고기, 삼겹살과 먹으면 잘 어울린다. 기름기 많은 참치도 좋다. 얼큰한 탕이나 볶음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국물을 먹고 싶으면 자극적이지 않은 어묵탕을 안주 삼는다. 3_ 슬프거나 화날 때는 술이 당기지 않는다. 감정만 쓸데없이 격해지고.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소주 한 잔 부딪히고 싶은 생각이 올라온다. 4_ 강남 ‘아여수’와 ‘맛나 직화구이’, 수원 ‘모로미쿠시’, 반포 ‘비스타펍’. 5_ 사람들과의 (소통 도구)다.


술, 음식, 그리고 음악

1_ 꾼쓰꾼쓰, 35, 무역업 2_ 와인.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음식과 조합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에 가볍게 즐기는 와인은 코스트코에서 구매하고 특별한 날 즐기고 싶은 와인은 ‘보틀 벙커’에서 주로 구입한다. 매장 직원분들이 추천도 잘해주실 뿐만 아니라 시음 코너도 훌륭하게 꾸려져 있어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와인을 발굴해내기 제격이다. 해산물 베이스인 음식들을 화이트 와인과 많이 마시고 그 외에는 치즈, 올리브, 과일 등 가벼운 안주와 즐긴다. 사실 나에게 안주만큼 중요한 건 바로 대화 중간 중간을 채워주는 음악이다. 3_ 기분이나 상황보다 술과 음식을 조합하는 걸 좋아해 가고 싶은 새로운 음식점을 발견했을 때 어떤 와인을 가져갈지 바로 고민에 들어간다. 그래서 콜키지 가능한 음식점을 선호하는 편. 4_ 양재 ‘소신’. 콜키지 프리 이자카야로 해산물 위주의 메뉴들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 하나하나 모두가 진심처럼 느껴지는 곳. 5_ 술은 음식과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매개자)다.


너는 어디에나 있다

1_ 조형기, 33, 대학교수 2_ 소맥. 가장 무난하고, 어디에나 있고, 저렴해서. 양주나 와인은 알아야 할 게 많아 가뜩이나 피곤한 세상 뭔가 귀찮게 느껴진다. 감자탕, 닭볶음탕 등 국물류를 찾게 되고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 포장마차 메뉴에 관성처럼 끌린다. 3_ 힘든 일을 다 끝냈을 때, 홀가분한 상태가 되면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4_ 아늑하고 편한 분위기의 신촌 ‘기중상점’이란 곳과 동네에 조그맣게 있는 포차에 주로 간다. 5_ 술은 (뱃사공)이다. 내 마음을 어디론가 흘러가게 한다. 그곳이 삼천포라는 게 문제지만.


달큼한 만취를 원해

1_ 폴라베어, 29, 초등교사 2_ 막걸리. 화학적이지 않은 적정한 자연의 단맛이 좋다. 수육, 밀가루 적게 파와 오징어가 많이 든 파전, 두부김치 등 막걸리를 마실 때는 왠지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이 그득한 안주가 땡기곤 한다.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영양소 밸런스를 맞추게 되는 걸까? 단백질 가득한 안주와 곁들이면 따로 밥을 먹지 않더라도 든든한 느낌. 3_ 술은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극대화해주는 역할을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자제하는 편. 기분 좋을 때 마신다. 4_서울과는 멀지만, 파주 적성면에 있는 ‘박씨물고온 제비’. 첫 발령지에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갔던 단골집이다. 그곳을 떠난 지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장님 인심과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메뉴의 맛이 여전히, 가끔씩, 많이 그립다. 5_ 술은 (구름)이다. 기분을 몽롱하고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니까.


혼술은 안 해요

1_ 나나, 32, 사무직 2_ 맥주. 술술 넘어가는 목 넘김, 그게 포인트다. 편의점 4개 11,000원 하는 할인 맥주를 살 때는 코젤, 기네스, 칭따오, 블랑 등 종류를 다양하게 구매하는 편. 고소하고 짭짤한 감자 칩 감자튀김이 좋고 너무 무겁지 않은 먹태 같은 안주를 선호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듯. 3_ 사람이 그리울 때. 술 마실 때 하는 아이컨택이 좋다.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함께 있는 사람들과 눈 맞춤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그래서 혼술은 안 한다. 4_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은 그 자리가 거기가 어디든 술자리 명당. 너무 로맨틱한 접근인 것 같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5_ 술은 타인과 특별한 구실 없이도 하룻저녁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는 (적당한 재료)다.


술은, 여인이다

1_ 김정택, 47, 엔지니어 2_ 와인. 향이 독특하거나 조금 강한 풍미의 안주를 선호한다. 적당히 숙성된 치즈, 바질 페스토와 모차렐라 치즈에 버무린 방울토마토, 명란 계란찜 등 보통 이런 음식들이 와인과 아주 기분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특히 살짝 그을린 쥐포는 와인의 향을 훨씬 배가시켜 준다. 이건 나만의 비밀스러운 안주 치트키다. 3_ 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쉬지 않고 말한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낸 어떤 날, 릴랙스가 필요할 때. 사실 이럴 땐 와인보다 맥주가 더 간절해지긴 하다만. 4_두툼한 회와 파간장이 훌륭한 궁합을 선사하는 분당구 수내 ‘해적선’, 삼겹살에 무려 9가지 소스가 나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양천구 목동 ‘일미락’이 좋다. 5_ 나에게 술은 (여인)이다. 내가 하기에 달렸다.


가끔은 빨갛게

1_ 노영규, 32, 개발자 2_ 소주.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궁합이 맞고, 가격도 좋고. 집에서 혼술 할때는 참이슬 페트병 빨간 뚜껑을 마신다. 초록 뚜껑 유리병은 양이 적고, 취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빨간 뚜껑을 시키지 않는다. 이건 그냥 성격 탓이다. 튀는 행동을 하기 싫달까. 안주는 한식이 좋다. 그중에서도 매운탕, 곱창전골 등 탕류. 3_ 한 주의 끝, 금요일 밤이 되면 괜한 보상 심리가 생긴다.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한 주를 마무리하고 싶은 기분. 4_ 숭실대입구역 ‘짚동가리쌩주’, 줄여서 ‘짚쌩’이라 부르는 이곳은 무심한 듯 친절한 사장님때문에 자주 가게 된다. 그 근처 ‘블루힐’은 후라이드치킨, 유린기 맛집. 5_ 술은 (놀이터)다. 나를 동심으로 데려다주기도, 혹은 방심해 넘어지게도 한다.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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