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있는 마무리, 엔딩 장인 넷플릭스 영화 7

2022년 12월

같이 '마무리'해요

시작은 원대했으나 흐지부지 끝을 맺는 용두사미 영화. 잔뜩 기대를 부풀려놨다가 엔딩에서 ‘통수’를 맞고 원통함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인 것도 맞지만, 셰익스피어 작품 제목처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맞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엔딩부터 몇 날 며칠간 잔잔한 여운이 지속되는 엔딩까지, 엔딩 넷플릭스 영화 7선을 아래 추천한다.

더 테러 라이브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엔딩 장인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신선하게 살리기 쉽지 않은 테러라는 소재를 사용해 탄탄한 각본, 그 위에서 노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져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참혹한 행위인 테러를 자행하도록 만드는 사과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은유도 드러나 의미를 더한다. 뻔한 선과 악의 구도를 탈피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기의 이심을 좇는 인물 설정도 흥미로운 지점.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에서 누가 죽고, 누가 살았을지 함께 숨을 몰아쉬며 끝으로 달려 가보자. 그 끝엔 본 적 없던 통쾌함과 그만큼의 씁쓸함이 적절하게 교차한다. 러닝타임 97분.

어나더 라운드

네 명의 중년 덴마크 교사들이 엉뚱한 실험을 시작한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항상 유지한다면 활발하고 창의적인 삶이 유지된다’는 가설을 몸소 실천하게 된 것. 복지국가 사람들은 삶은 너무 평온해서 권태로운 것인지, 이런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나 보다. 사실 이 가설이 결말이 어떨지는 누구나 뻔히 알 것. 0.05% 유지를 목표로 했지만, 그 수치는 점점 높아지고, 늘 술에 취해 살던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처럼 뻔한 결말이 예상됨에도, 영화는 보는 내내 이 네 남자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엔딩은 관객들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할 것. 영화를 본 대부분이 명장면으로 꼽는 것이 바로 엔딩 장면이다. 주연 배우 매즈 미켈슨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예술적인 연출이 보는 사람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엔딩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 매즈 미켈스의 배우 이전 직업과 관련이 있다는 것. 러닝타임 116분.

언컷 젬스

아담 샌들러의 신들린 연기가 빛나는 영화, 언컷 젬스.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는 소위 말하는 한탕주의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허세만 있어 나날이 빚만 늘어가는데, 그 빚을 또 다른 빚으로 막으며 하루하루를 때워간다. 그런 그에게도 원대한 희망이 있는데, 바로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에티오피아로부터 밀수해 온 블랙 오팔 원석. 경매에서 이 원석이 천문학적 금액에 팔릴 거란 희망 하나로 빚쟁이의 협막과 폭행을 견뎌낸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신경질적인 음악과 정신없는 컷 전환으로 하워드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그려내 보는 이 또한 노이로제를 느낄 정도이다. 불안과 짜증과 희망이 불편하게 뒤섞인 이야기의 엔딩은 마치 스트레스로 꽉 찬 머리가 이내 터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시점에서 갑작스레 터치는 엔딩, 마지막까지 관객을 멍하게 남겨놓는다. 액션이나 호러가 아님에도 관객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구성과 연출, 그 묘미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러닝타임 135분.

어느 가족

영화를 보지 않고 글 혹은 말로 이 영화의 줄거리를 접한다면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거다. 훔친 물건으로 삶을 영위하고 할머니의 연금에 기대는 무능력하고 몰상식한 한 가족, 근데 심지어 이들은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할머니, 엄마, 아빠, 남매 이렇게 구성된 단란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씁쓸한 이야기를 가지고 한 곳에서 만난 생판 남이라는 얘기.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라는 이유로 위안이 되어주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그들을 ‘가족’이라 부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의 막바지 1 : 41: 54에 다다랐을 때 노부요 시바타 역의 안도 사쿠라 연기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그녀가 화면을 빤히 응시하며 대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잠시 시간이 멎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 러닝타임 121분.

시

원로배우 윤정희의 본명은 손미자. 그녀가 맡은 영화 <시>의 주인공 이름도 미자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그녀가 연기하는 미자와 윤정희는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자기 몸보다 큰 노인을 간병하고 하고, 나이 든 몸으로 딸 대신 중학생 손주를 키우는 미자는 들꽃을 닮은 소녀 같다. 동네 문화원에서 듣게 된 시 수업으로 그녀를 둘러싼 풍경들의 작은 몸짓에도 마음을 기울이며 일상을 살피던 그때 자신의 손주가 피해자를 자살로 몰고 간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세상과 죽은 소녀를 기만하지 않는 선택을 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때 시 창작 수업 마지막 시간에 제출한 과제 ‘아네스의 노래’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데 이 영화의 제목이 거두절미 ‘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미자도, 영화도 그냥 한 편의 ‘시’로 남았다. 139분.

라라랜드

강한 임팩트로 시선을 압도하는 엔딩만을 ‘엔딩 ’이라 칭할 순 없을 것이다. 아주 깊고, 진한 여운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흔들어 놓은 <라라랜드>라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조건은 충분하다. 사랑의 시작은 자연발생적이다. 하지만 그 관계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마치 준비되어 있다는 듯이 끝이 다가온다는 서글픈 사실이 마지막 두 사람의 눈빛 속에 처연하게 드러날 때 우리는 각자 지나온 사랑의 흔적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 아름다운 영상미, 음악, 스토리와 만나 그때의 나와 만나게 해주는 몽환적인 작품. 러닝타임 127분.

케빈에 대하여

어떠한 면죄부도 줄 수 없는 일을 자행한 케빈. 준비되지 못한 엄마라는 역할을 받아 든 에바의 사랑을 받지 못해 그가 친구들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는 결핍의 클리셰를 여기에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진정으로 서로를 뜨겁게 껴안은 적 없던 그들이 마지막 장면, 포옹으로 지금을 위로하는 그 씬은 어떤 기대감과 희망을 안겨준다. 이제 그들 사이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장막이 에바가 문밖을 향해 내딛는 그곳의 빛과 만나 다른 장면을 만들어 낼 거라는 그런 기대 말이다. 러닝타임 1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