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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마무리’ 짓고 가죠, 더 진한 시작을 위해서라도
2023-02-22T10:27:03+09:00

생의 순간순간, 매듭은 필요하니까.

2022년 12월

같이 '마무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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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면 올해를 마음에서 급하게 떠민다.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은 그대로 두고, 마음에도 없는 비겁한 속죄를 하듯 새로운 다짐을 적어 내린다. 세워둔 내년 계획은 단 두 가지. 하나는 실패할 것 같고, 다른 하나도 끝내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예비 낙오자들, 미리 미안.’ 작년 이맘때쯤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 놓은 글귀다. 역시나 3n년 차 자기기만의 달인처럼 계획은 지키지 않았다. 올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 이러한 흔적들과 마주하니 영 머쓱하다.

마무리라는 말, 차갑기도 하지

12월은 내 시작이었던 날, 생일이 있는 달이다. 또 한 해의 마지막 달이기도 해 생일과 망년회를 겸하는 소위 ‘퉁’ 치며 보내는 때다. 생일도 축하하고, 올해는 조금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건강이라도, 아니 연애라도 하자는 등의 말을 주고받고 있노라면 마무리라는 단어가 마음에 찰랑찰랑 떠오른다. 12월, 나에게 마무리라는 단어는 차가운 계절과 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결핍을 가득 끌어안은 겨울나무처럼 쓸쓸하고, 차분하고, 담담한 느낌을 준다. 팔자에도 없는 장수생 시절을 보내며 수능이 코앞에 놓인 10월의 마지막 날 밤 독서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둔중한 내 그림자, 도둑처럼 날아들었던 이별의 밤, 낯선 언어로 가득한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주는 심상들과 자꾸만 포개지고 만다.

이렇듯 나에게 ‘마무리’는 차갑고, 공허하고, 상실감 같은 것들로 의미 지어진 단어인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뜨겁게 시작한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흐른다는 순리 속에서 미온의 태도로 적당히 살아왔던 나에게 ‘마무리’는 그냥 주어진 상황 같은 것이었으니까. 고로 각자가 해석하는 이 마무리라는 단어의 의미는 개개인의 삶의 궤적 혹은 현재를 대하는 태도와 가깝게 닿아 있을 거라는 어렴풋한 추측을 해볼 뿐이다. 애먼 추측으로 번지기 전, 변죽에서 서성이지 말고 직접 묻기로 했다.

너에게 ‘마무리’는 뭐야

각양각색의 답이 돌아왔다. 임박 착수형으로 마감에 쫓겨 숨 가쁘게 사는 친구는 ‘헐레벌떡’이라고 답했다. 연차를 쓸 때마다 퇴사를 앞둔 사람처럼 책상과 서랍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회사 차장님은 마무리는 ‘정리’라고 말했다. 매달 말 결산 보고를 상부에 올리는 지인은 ‘뒤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결산’이라고 정의 내렸다. 애먼 추측은 아니었나 보다.

제철 음식으로 분기를 마무리한다는 미식 요정이자 올해 야구 관련 프로 방송 작가 일을 새롭게 시작한, 그야말로 ‘성덕’이 된 친구는 이 질문에 이런 말을 건넸다. “마무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경기를 끝내러 마운드에 올라오는 마무리 투수가 생각나. 마무리 투수는 3점 차 이하, 그러니까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있을 때, 그날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결정적인 선순데 타자처럼 드라마틱하게 경기를 뒤집진 못해도 리드 상황을 지켜내는 사람이야.”

그는 적어도 올해만큼은 자신이 무엇에도 무기력하게 지지 않도록 새롭게 시작한 일과 일상을 유지하고 지켜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본인이 결코 마무리 투수처럼 대단한 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말을 덧붙였다.

많지 않은 나이에 무려 ‘팀장’을 달고, 승진과 동시에 과감히 사표를 던진 동생에게도 물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지극히 사랑하지만, 농사를 짓는 남편이 있는 저 먼 곳으로 적을 옮겼다. “밤낮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몸을 갈아 넣어 일했고, 결국 건강도 잃게 되면서 깨달았어.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그러니까 나에게 마무리는 힘든 일을 매듭짓고 난 뒤에 찾아온 휴식 같은 것, 어쩌면 그 휴식을 위해 마무리를 짓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가끔 서울 사진을 보내달라고 보채는 그녀지만, 더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마무리를 ‘해요’

마무리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의 끝맺음’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하다’, ‘짓는다’라는 동사와 한 문장에 자주 쓰인다. 자신의 의지로 어떤 일 혹은 상황을 직조할 수 있는 상당히 능동적인 의미가 내포된 셈이다. 오늘을 지키며 충실히 살아냈던 하루들이 ‘마무리’로 귀결되는 그의 서사처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국 추구하는 가치를 좇아 행동하고 나아갔던 그녀의 걸음이 만족스러운 한 챕터를 완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마무리는 마지막이 아니다. 비록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짓지 못했어도 마무리는 시작과 동전의 양면처럼 닿아 있으니까. 시작이 줄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며 나는 보란 듯이 또 다른 새해 계획을 짜고, 실행력은 없어도 염치는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감사했던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일로 올 한해는 마무리할 예정이다.

여러분도 지치지 말라고 주는 마무리라는 기회를 통해 매듭 한 번 단정하게 묶고 가는 시간이 되길 빈다. 어떤 연말을 보낼지 몰라 다채롭게 준비한 임볼든 콘텐츠들과 함께 말이다. 마무리를 대하는 진솔한 마음이 담긴 인터뷰부터, 시끌벅적한 건 질색인 MBTI ‘I’형 들을 위한 조용하게 연말을 맞기 좋은 여행지 소개, 아름다운 풍경들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연말 드라이브 코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다면 연말 데이트 장소 추천 콘텐츠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아, 매월 아낌없이 드리는 임볼든 이벤트도 놓치지 마시길.

2022년 12월

같이 '마무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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