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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나는 신나는 맥주, 부산 송정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2023-02-21T16:54:07+09:00

맥덕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부산 대표 로컬 비어.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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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수제 맥주가 아닐까 싶다. 2014년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부터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 눈부신 성장에 수제 맥주 성지도 등장했다. 바로 부산. 와일드웨이브, 고릴라브루잉, 부산맥주, 갈매기브루잉, 프라하 993 등 제법 유명한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모두 부산에 모여있는 까닭에 이곳은 맥덕들의 종착지로도 불린다.

그중에서도 부산 송정에 위치한 와일드웨이브 브루잉(Wild Wave Brewing)은 국내 최초의 와일드 비어 양조장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와일드 비어(사우어 비어)를 고수하며 맥주를 만드는 그들은 환경을 이야기하고 부산 로컬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개성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로 맥주를 논하는 와일드웨이브. 태생도, 전략도 남다른 그들이 직접 풀어나가는 수제 맥주에 대한 올곧은 고집과 남다른 철학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에서 탄생한 로컬 비어

국내 최초 와일드 비어를 표방하는 와일드웨이브는 와일드 비어의 ‘와일드’와 부산 바다의 거친 파도를 연상시키는 ‘웨이브’를 합성한 이름이다. 맥주의 원재료가 되는 자연과 야생의 모든 것, 맥주를 즐겁게 마시기 위한 우리 주변의 움직임, 그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곧 문화이며, 맥주를 만들고 또 즐겁게 마시기 위한 모든 것이 바로 와일드웨이브가 추구하는 가치다.

처음부터 대단한 구색을 갖추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독자적인 양조장 없이 다른 브루어리에 위탁해 맥주를 생산하는 ‘집시 브루잉’의 형태로 와일드웨이브만의 레시피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 첫 맥주가 지금까지도 와일드웨이브를 대표하는 ‘설레임’이다. 설레임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와일드웨이브만의 양조장을 만들어 본격적인 출발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말이다.

그를 시작으로 와일드웨이브는 2017년 부산 해운대 송정에 자체 양조장을 설립하게 되었고, 양조장과 펍이 한 공간에 자리한 브루어리 펍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별히 부산을 거점으로 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영감’이 주요한 이유라고 대답한다. “부산은 로컬적인 색채가 뚜렷한 지역 중 하나이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설레임을 포함해 서핑 문화를 담은 ‘서핑하이’, 옛 송정역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레일로드 포터’ 등 로컬 문화를 고스란히 맥주로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양조장에서는 브루하우스(Brewhouse)와 배럴하우스(Barrelhouse) 두 가지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브루하우스에서는 330ml 맥주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사우어 맥주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펍에서는 리미티드 에디션 및 시즈널 맥주를 포함해 양조장에서 만드는 모든 맥주를 파인다이닝 요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 더불어 맥주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며, 와일드웨이브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긴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국내 최초 와일드 비어 양조장

흥미로운 것은 와일드웨이브가 하는 일마다 늘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최초 와일드 비어 양조장’이라는 타이틀이 그들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와일드 비어는 벨기에와 독일에서 유래한 신맛이 나는 맥주다. 인위적으로 배양한 효모 대신 공기 중 떠도는 야생효모를 이용해 자연 발효시키거나 젖산균을 넣어 만드는 게 특징이다. 야생효모는 우연적이고 불균질한 맛과 향을 내는데, 양조사가 블렌딩을 통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그만큼 실험적이고 독특한 맥주를 만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와일드 비어인가. 와일드웨이브는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자문했다. ‘국내 로컬 비어로 만들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부산에서 나는 부산다운 재료를 통해 로컬 비어를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효모와 미생물이었다. 야생 홉과 기존 홉을 교배해 만든 미국 크래프트 비어만의 새로운 홉에서 과일의 맛과 향이 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결과이기도 하다. 덕분에 기존에는 없던 맛이지만 친숙하고 또 맛있게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맥주를 만들게 되었고, 그 재료들이 수입이 아닌 부산 지역의 재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해졌다.

부산 파도를 한 잔에

국내 최초의 와일드 비어 양조장답게 이곳에서는 다양하고 특별한 맥주를 만날 수 있다. 올해는 4종의 이어라운드(Year-round) 맥주와 5종의 시즈널(Seasonal) 맥주, 출시 예정 제품을 포함한 3종의 배럴 시리즈 맥주를 선보인다.

#서핑에 맥주를 더하면, 서핑하이

송정의 서핑 문화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서핑 맥주 ‘서핑하이’는 맥주와 문화, 맥주와 로컬을 연결 짓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서핑 후 경쾌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맥주 한 잔의 상쾌한 맛을 선사한다. 서핑과 비치 컬처(Beach Culture)를 담아내는 송정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그라핀(grapin)’과 협업해 ‘서핑하이 스페셜 에디션’도 제작했다. 로컬 비어의 녹진한 색채가 그대로 담겨 실제로 송정 해수욕장에서 서핑을 마친 서퍼들이 와일드웨이브에 들러 서핑하이를 즐겨 마신다고. 마치 신나게 파도를 타듯, 그 화사하고 상쾌한 느낌을 담은 서핑하이는 꿀의 달콤함, 깔끔한 목 넘김이 매력적인, 다분히 여름스러운 에일 맥주다.


#와일드웨이브의 첫 도전, 설레임

‘설레임’은 와일드웨이브의 시작과 그 궤를 함께한다. 와일드웨이브가 고집하는 와일드 비어로, 신맛이 나는 맥주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밀맥주나 페일 에일 등의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맛을 선택하는 여느 양조장과는 달리, 생소한 사우어 에일을 선택한 건 그들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하지만 와일드 비어의 신맛에 친숙함을 더한 그들의 전략은 통했고, 확실한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지금까지도 레몬 프루티, 향긋한 홉향을 지닌 새콤한 사우어 비어이자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맥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분 좋게 취하는 여름 맥주

그 밖에도 에이드처럼 산뜻하고 패션프루트, 레몬, 라임 등 열대과일 풍미가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저도수 사우어 에일 ‘패셔네이드’, 다크초콜릿과 몰트 스위트함, 그리고 견과류의 고소함, 깔끔한 바디감과 드라이한 피니시를 지닌 흑맥주 ‘레일로드 포터’, 여름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빙하’, 과일 3종으로 상큼함과 스윗함을 더한 ‘트라이피컬’ 등 와일드웨이브의 개성이 담긴 맥주는 다양하다.

누구나 즐겁게 마시는 로컬 비어를 위해

협업과 이벤트도 활발히 전개한다. “크게는 협업과 이벤트를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느냐가 기준입니다. ‘비컴 프렌즈’와 함께 로컬의 색채를 담는 컬래버, ‘베러먼데이 클럽’과 부산 로컬의 다양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캠페인 등 로컬의 색채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죠. 물론 모든 협업은 참여하는 기업 구성원들이 재미있어야 하고, 모든 이벤트는 참가자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에요.” 궁극적으로 이러한 협업과 이벤트의 목적은 ‘많은 사람이 즐겁게 와일드웨이브의 맥주를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환경’에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년에 열린 플로깅 캠페인 ‘와일드세이브’. 환경의 날을 맞이해 열린 와일드세이브는 해변에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캠페인이다. 참가자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당 네 병의 맥주와 함께 미니 돗자리, 보냉백 등 혜자스러운 굿즈를 선물하며, 수거한 쓰레기의 무게에 따라 와일드웨이브 브루 펍 할인까지 제공했다. 덕분에 참가자 모두 미션을 부여받은 듯 즐거운 마음으로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다고. 무엇보다 와일드웨이브가 지향하는 자연 효모로부터 비롯된 맥주라는 점에서, ‘부산 파도를 한 잔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더불어 양조 중에 발생하는 맥아 찌꺼기들을 농장과 계약하여 음식물 쓰레기 또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질 찌꺼기들을 가축 사료로 활용하는 선순환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2022 부산수제 맥주페스티벌’에 참여했다.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해운대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열린 페스트티벌에 참여해 자체 개발 맥주 빙하, 던잉, 유자 에일, 레일로드 포터, 패셔네이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14개 참가 팀과 함께 수제 맥주의 성지, 부산의 여름 밤을 빛냈다.

현재는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맥주 축제를 위주로 행사를 기획하고 또 참여하는 데 주력한다.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방법, 마시는 데 필요한 물품 등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부산 로컬 콘텐츠를 엮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환경적인 문제를 위해 와일드웨이브가 할 수 있는 작은 ‘웨이브’로서 비건 인증, 송정 해수욕장 플로깅 등의 행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와일드웨이브가 만들어 나갈 또 다른 도전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와일드웨이브의 김관열 대표 그리고 크루에게는 수제 맥주에 대한 진지함이 엿보였다. “양조장 비즈니스는 단시간에 자리 잡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독일처럼 700~800년을 바라봐야 하죠. 아쉽게도 국내에는 오랜 시간을 지나온 양조장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세대를 거듭하는 양조장, 전통과 역사를 지닌 양조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물론 대중에게 소비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 또한 큽니다.” 김관열 대표의 다부진 포부 속에는 와일드웨이브만이 아니라, 수제 맥주 나아가 주류 시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도전을 거듭하며 늘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의 반복이 지난할 만도 할 텐데 그들에게선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시종일관 두 눈이 반짝였다. 개성과 철학만을 고집하는 게 아닌, 대중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는 김관열 대표와 크루들의 결연한 모습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제 맥주 그리고 주류 시장의 지각변동을 기대해본다.

위치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문의 0507-1434-8254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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