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러닝을 망설이게 하는 존재는 더위뿐만이 아니다. 창문과 강물에 반사되는 강렬한 눈부심, 눈을 향해 돌격하는 날벌레 군단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 거기에 땀에 절어 한껏 구겨진 외모를 가릴 재간이 없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알 수밖에 없다. 러닝 선글라스의 유용함을.
누군가의 눈에는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특징도 디자인도 제품마다 각양각색이다. 자외선 차단부터 경량성, 미끄럼과 김 서림 방지, 변색까지. 도무지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 러너를 위해, 기록에도 사진에도 한 끗이 되어줄 러닝 선글라스 추천 리스트를 준비했다.
입문부터 프리미엄까지, 러닝 선글라스 추천
하이퍼크래프트는 프레임이라 부를 만한 게 거의 없다. 렌즈에 가느다란 다리 두 개와 코 받침만 붙어 있을 뿐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설계 덕분에 무게는 고작 23g. 그래서인지 달리다 보면 착용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는 간증이 줄을 잇는다. 가벼운 무게로 귀와 코의 피로는 줄이고, 공기역학적 각도로 배치한 통풍구는 열 분산을 도와 더운 날에도 답답함 없이 러닝에 집중할 수 있다.
프랑스의 요새에서 이름을 딴 바스티유 에디션에는 저항과 자유의 정신이 담겼다. 진줏빛 프레임에 크롬 아이리스센트 로고, 블루 미러 포토크로믹 렌즈가 특징. 자외선을 빈틈없이 차단하는 건 물론 미러 코팅으로 강한 햇빛에서도 눈부심이 덜하다. 변색이 기본으로 적용돼 있는 점도 호감 포인트.
러너를 위한 아이웨어라는 카테고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주인공, 디스트릭트 비전. 얼굴을 깊게 감싸는 인체공학적 형태로 설계된 타케요시는 넓은 시야와 효과적인 햇빛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브랜드가 자랑하는 D+ 렌즈 기술 덕분에 땀과 지문에 강한 데다가 웬만한 충격으로는 깨지지도 않는다.
착용감도 예술이다. 저자극성 조절형 러버 노즈 패드와 티타늄 코어 템플 팁으로 얼굴에 착붙 수준의 피팅이 가능하다. 풀코스를 뛰어도 흔들림은 제로. 펄이 섞인 듯한 오묘한 색감이 매력적인 실버 컬러를 선택하면 고프코어 코디에 접목하기도 좋다. 다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가격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제대로 된 단 하나의 러닝 아이웨어를 찾는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 사이에서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모델. 물결치듯 구부러진 템플이 시선을 대번에 사로잡는다. 그저 멋을 위한 디자인은 아니다. 얼굴선을 따라 꼭 맞물려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선사하니까. 나일론과 탄소섬유를 섞은 소재로 프레임을 제작해 장시간 착용해도 피부에 자극이 없다. 거기에 통기성을 위한 벤틀레이션 홀까지 갖춰, 오래 달릴수록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알바옵틱스의 VZUM 렌즈는 긁힘과 충격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에 유분 방지 코팅을 추가해 완성된다. 덕분에 비와 먼지 속에서도 시야는 깨끗. 델타와 델타 울트라, 델타 레이 렌즈는 서로 호환이 되기 때문에 여럿 구매하면 골라 쓰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코가 낮거나 얼굴이 작은 편이라면 아시안 핏 코 패드를 활용하자.
가성비를 사랑하는 러너들의 단골집이 된 데카트론. 의류만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놀랍게도 선글라스까지 준비돼 있다는 사실. 단돈 2만 원에 러닝 선글라스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챙겼으니, 입문 장비로는 이만한 모델도 없다. 험하게 굴릴 전투용이나 혹시 모를 예비용으로 하나쯤 사두기에도 적합하다.
카테고리 3 렌즈는 자외선을 100% 차단해 눈을 지키고, 부드럽게 감싸는 랩어라운드 디자인이 거친 날씨로부터 얼굴을 보호한다. 렌즈가 큼직해 시야각도 시원시원하다. 29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지만, 특별하게 설계된 템플 디자인으로 달리는 내내 흔들림 없이 안정적. 휴대성을 원한다면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스트랩을 사용하면 된다.
천조국의 러너가 사랑하는 구더. 부러져도 잃어버려도 상심하지 않을 수 있는 착한 가격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럼에도 기본기는 탄탄하다. 핵심은 논슬립, 논바운스. 프레임의 특수 그립 코팅과 코 패드가 땀이 흐를수록 얼굴에 들러붙어, 페이스가 올라가도 흘러내리거나 출렁이지 않는다. 고무 처리된 플라스틱 프레임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해 케이스 없이 들고 다녀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구더의 진짜 무기는 컬러웨이. 수십 가지에 이르는 색상을 갖추고 있는 덕택에 원하는 분위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한 번쯤 실패해도 용납할 수 있는 가격이니, 이번 기회에 맘속 깊이 숨겨 왔던 스타일링의 욕망을 펼쳐보는 건 어떨는지. 변색 기능이 없어 빛 변화가 잦은 코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은 참고하자.
덱스, 류준열, 류혜영 선글라스로 명성을 떨치는 라이다의 대표 모델. 국산 브랜드라 그런지 동양인이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형태다. 렌즈가 제법 큰 데다가 조절할 수 있는 코 받침이 있기 때문에 대두도, 낮은 콧대도 착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 20.8g의 초경량 무게 덕분에 장거리를 달려도 거뜬하다. 바이오 기반 폴리아미드로 프레임을 제작해 환경 부담을 덜었다는 점도 브랜드의 결을 보여준다.
프레임 색상에 따라, 렌즈 종류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 추천하고 싶은 조합은 유니버설 레드에 포토크로믹 렌즈. 평범한 러닝 룩에 얹는 순간 선글라스 하나만으로 이렇게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할 수 있을 테니까. 서울에 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 써보고 살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이제는 러닝 선글라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오클리. 만인의 사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브이제로는 렌즈 포함 22g의 무게로 오클리의 퍼포먼스 라인 중 가장 가볍다. 테두리가 없는 림리스 구조라 시야를 가리지 않고, 코와 다리는 특수 소재로 땀에 젖을수록 그립이 강해져 안정적이다. 개방형 설계 덕에 김 서림도 걱정 없다.
해당 모델은 렌즈를 갈아 끼우며 쓰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살 때 용도에 맞는 렌즈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 기본에 해당하는 프리즘 렌즈도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만 기왕 맞추는 김에 변색 모델을 선택하는 편이 미래의 추가 지출을 막는 방법이다. 아시안 핏이 따로 출시되니 타지에서 구매하거나 직구를 노린다면 유의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