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맨살이 드러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가벼워진 옷차림을 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체모가 많은 이에게는 남모를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오곤 한다.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겨드랑이가 신경 쓰이고, 의자에 앉으면 바지 밑단을 끌어 내리기 바쁘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면 진지하게 고려해 보자. 당당한 여름을 선사할 남자 제모를.
제모를 하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 비율로 따지면 분명 후자 쪽이 우세하다. 하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제모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에 도전하려면 약간의 용기도, 제대로 된 지식도 필요한 법. 알아두면 쓸모 있는 남자 제모 정보를 한데 모았다.
남자 제모, 무조건 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트렌드는 있다
제모는 반드시 해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남들의 시선을 1순위로 고려한다고 해도 꼭 좋은 피드백이 올 거라는 보장도 없다. 친구의 빈정대는 놀림을, 목욕탕에서 흘깃대는 시선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성들 사이에서도 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있어야 할 게 없으니 어색하다거나, 남성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식의 의견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하지만 남성의 가감 없는 체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한 연예인이 제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촬영한 화보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비단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에는 일반인도 다리나 겨드랑이 정도는 정리하는 게 매너라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정돈된 몸을 가진 사람이 ‘관리하는 남자’라는 인상을 주다 보니, 그렇지 않은 남자는 자연스럽게 관리 부족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꼭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 제모를 하는 건 아니다. 건강 관리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털을 정리하는 남성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수영에서 물의 저항을 줄여 기록을 단축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키운 근육의 선명도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제모를 선택하기도 한다. 거기에 땀이 차서 습해지던 부위가 한결 쾌적해지고, 체모 간의 마찰로 인한 피부 가려움이나 쓸림 현상까지 해결할 수 있다.

제모는 여름철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인 체취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원래 땀 자체는 냄새가 없지만, 땀이 체모에 갇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와 결합하면서 불쾌한 암내나 땀 냄새를 유발하게 된다. 털을 정돈하면 땀이 고이지 않고 흐르기 때문에 불편할 수는 있지만, 데오도란트나 향수로 해결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냄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게 맞는 남자 제모 방법은
아플수록 효과적?
면도기
남자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수염을 밀듯 날 면도기로 다른 부위의 털을 정리하면 된다. 물론 위생을 위해 얼굴 면도기와는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면도와 마찬가지로 쉐이빙 젤을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간편함이 최대 장점인 만큼 바디워시로 대체해도 큰 상관은 없다. 모근이 그대로 있다 보니 하루이틀만 지나도 털이 다시 자라는데, 샤프심 상태는 적당히 자란 모습보다 더 미관상 좋지 않다. 적어도 주 2~3회는 해주자.
트리머
민둥한 몸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트리머가 타협점이 될 수 있다. 트리머는 털을 완전히 자르는 게 아닌 길이를 짧게 줄이거나 숱을 정리하는 도구. 원래 털이 짧았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피부에 직접 칼날이 닿지 않아 상처와 자극이 거의 없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다만 팔처럼 털이 가늘고 피부에 눕는 부위는 트리머 캡에 잘 걸리지 않아 정돈이 까다로울 수 있다.

제모 크림
화학 작용을 일으켜 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바르고 5~10분 뒤 닦아내기만 하면 끝. 통증이 전혀 없는 데다가 면도기로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게 털을 제거할 수 있다. 다만 화학적인 방식이다 보니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사용 전에 반드시 팔 안쪽, 손목 등 비교적 덜 민감한 부위에 테스트를 선행하자. 얼굴 등 피부가 약한 부위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
모근 제거기
전기 면도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작동 방식은 전혀 다르다. 면도기가 자른다면 모근 제거기는 뽑는다. 수십 개의 미세 족집게가 회전하며 털을 뿌리째 뽑아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근을 제거하기 때문에 2주 정도는 매끈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단점은 통증. 부위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어딜 하더라도 고통이 상당하다. 말 그대로 잡아 뜯기 때문에 피부 자극도 심하다. 피가 나거나 벌겋게 자국이 남을 수도 있으니, 당장 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왁싱
왁스를 녹여 피부에 바르고, 굳으면 떼어내며 모근까지 뽑아내는 시술이다. 셀프로도 가능하나 생각보다 난도가 있어 제모가 익숙하지 않다면 전문 숍을 방문하는 편이 낫다. 다른 방법과 달리 브라질리언 등 예민하고 은밀한 부위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크게 하드 왁싱과 슈가링 왁싱으로 나뉘는데, 방식만 다를 뿐 결과는 비슷하다. 다만 시술자의 스킬에 따라 통증의 편차가 심하니 후기를 잘 살펴보고 방문하자.
레이저 제모
가장 확실한 방법. 의학적으로는 ‘영구 제모’로 분류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털이 다시 올라올 수 있어 1~2년에 한 번씩 리터칭이 필요하다. 효과가 확실한 만큼 여타 제모 방법을 훨씬 웃도는 통증이 기다리고 있다. 한두 번만 받고 그만두면 털이 듬성듬성 나면서 더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무조건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시술자에 따른 편차는 크지 않지만, 기기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 가장 인지도 높은 기기는 젠틀맥스 프로나 젠틀맥스 프로 플러스.
어디까지 해야 할까
보이는 곳이 다가 아니다
다리
모량이 평범한 수준이라면 굳이 제모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길이가 너무 길거나 특정 부위에만 뭉쳐 있는 등 지저분한 모양새라면 정리를 추천한다. 완전히 매끈한 다리보다는 트리머를 활용해 숱을 정리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겨드랑이
민소매를 입었을 때 털이 옆으로 삐져나오는 것만큼 보기 싫은 모습도 없다. 트리머도 좋지만 완전히 깔끔한 쪽이 요즘 스타일. 남이 내 겨드랑이를 유심히 볼 일은 웬만하면 없으니 면도기로도 충분하다. 땀 냄새 억제 등 위생 목적이라면 왁싱이나 레이저를 추천한다.

손, 발
손등과 손가락, 발등과 발가락은 놓치기 쉬운 포인트. 액세서리를 차거나 샌들을 신을 때 손발의 길고 굵은 털은 생각보다 시선을 강하게 뺏는다. 왁싱이나 레이저 제모로 확실하게 제거하는 편이 깔끔하다. 다른 제모 시술을 받을 때 패키지로 묶어서 진행하면 편하다.
가슴, 배렛나루
여성이 가장 경악하는 부위. 피서 계획이 있다면 필히 정돈해야 한다. 흔적 없이 깔끔하게 없애야 하기 때문에 면도기보다는 제모 크림이나 왁싱이 적절하다. 상의를 탈의해야 하는 일정이 짧으면서 피부가 튼튼하다면 제모 크림을, 반대로 노출의 기간이 길거나 피부가 예민하다면 왁싱을 택하자.
브라질리언
비주얼보다는 위생적인 측면에서의 만족감이 높다. 가려움과 냄새를 해결하고, 배변 후 깔끔한 후처리가 가능하다. 단, 이 부위는 셀프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면도기나 제모 크림, 왁싱 등 어느 쪽이어도 혼자 시도하다가 대참사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의외로 레이저 제모도 가능하다.
제모 후 관리법
매끈함의 성패를 가른다
흔히 제모는 털을 깔끔하게 밀어내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크나큰 오산. 제모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게 바로 사후 관리다. 제모 직후의 피부는 장벽이 무너져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 이때 지친 피부를 확실하게 달래주지 않으면? ‘차라리 털 달고 살 걸 그랬다’라며 후회하게 할 심각한 피부 트러블을 겪게 될지 모른다.
먼저 제모 후 적어도 하루이틀은 열과 땀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왁싱이나 레이저 제모를 한 직후에는 모낭 주변에 미세한 염증 반응이 생긴 상태다. 일부러 모낭염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닌 이상 며칠간은 탕목욕이나 사우나, 격렬한 웨이트 트레이닝, 수영장 방문은 피해야 한다.

기본은 진정과 보습이다. 피부가 붉어지고 화끈거릴 때는 차가운 알로에 젤이나 쿨링 팩으로 피부 온도를 낮추면 도움이 된다. 이때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이후 약해진 피부 장벽을 위해 저자극 로션으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자. 유분기가 너무 많으면 모낭염을 유발할 수 있으니, 가볍고 산뜻한 로션이나 크림을 선택해야 한다.
바디 스크럽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 각질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로 자라나는 털이 피부 안으로 파고들어 인그로운 헤어가 된다. 이는 가려움과 염증을 유발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제모 후 3~5일 뒤부터 자극이 강하지 않은 제품으로 관리하자. 색소 침착을 방지하기 위한 자외선 차단 역시 중요하다. 외출 시 제모 부위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자. 얇은 긴 옷을 입어 햇빛을 직접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