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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말하다, 번아웃
2023-02-10T14:56:44+09:00

내 마음도 쉴 틈이 필요하다.

2023년 1월

당신의 일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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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자연스럽게 그 고통에서 빠져나가고자 노력한다. 보통 노력의 시작으로 고통이 생긴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데 이유를 알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어떤 희망적인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려는 행동 패턴이 있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지만, 한계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워낙 다양한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개인, 사회, 세계, 문화, 도덕 등 개인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의식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 예를 들면 직장, 가족, 대인관계 등)에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개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범위(먼 과거, 문화, 도덕, 세계)에도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심리적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주 벽에 부딪힌다.

이 글이 당신의 심리적 고통을 당장 낮춰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영역을 넓혀봄으로써 당신의 고통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우리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번아웃 증후군이란 어떤 것일까? 이는 주로 심리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며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치료자들이 소진된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WHO(세계 보건기구)에서 개인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정의한 상태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지만, 정신 질환명이 아니며 현재 이 증후군에 대해 이에 대한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영역인 것. WHO에서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라고 말하며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을 증상으로 언급한다.

정신건강의학을 공부한 필자는 이 번아웃 증후군은 심한 무기력감, 불면, 인지기능 저하,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나며, 일상생활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울증에 가깝게 바라보고 있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콘텐츠들로도 우리는 이 증상의 고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KBS <시사 직격>, ‘탈출구 없는 피로사회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지독한 불면증, 신체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 지독한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죽음을 떠올리는 사람, 건망증이 심해진 사람, 답답함,두근거림이 불편하고 사소한 일에 화가 나 공격성이 높아지는 사람들이 보인 바 있다. 이들이 정신과 병원혹은 센터에 방문하여 얻은 결과는 ‘번아웃 증후군’.

경쟁이라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인생 전반에 걸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는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채기도 한다.

영상에서는 일중독의 성향,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박, 보상받지 못한 노력, 의무감, 책임감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초등학생 중에서도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아이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번아웃의 요인 찾기

이 예시를 통해 번아웃 발생 요인을 정리해 보자면 일단 외부와 내부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외부 요인은 경쟁적인 사회적 분위기(승진 경쟁, 취업 경쟁 등), 높은 사회적 기준(고강도의 업무 요구), 한국 문화가 있을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강박적 사고(~되고 싶어, ~해야 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의무감, 책임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난 후 나의 외부 기준과 상황(부모, 사회, 문화 등)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자연스레 외부 기준들이 나의 기준으로 옮겨 온다. 이러한 기준으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감정들(의무감, 책임감, 불안감 등)이 신호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현실 상황을 판단한다. 우리는 여러 감정에 의해 계속 움직이게 되고(업무, 공부 등) 여러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감정에 보상(성취, 인정 등)받을 경우 에너지가 충전되나, 보상받지 못할 경우 에너지가 계속 소진되고 지속 불가능(번아웃)하게 된다.

혹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릴 때부터 좋은 아이 혹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혹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주말에 공부하고 학원에 가는 게 당연한 아이는 아니었는가. 대한민국 대학 입시 시스템에 적응을 너무 잘해 여러 수험 스트레스에 둔감해진 것은 아니었는가. 경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인생 전반에 걸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는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채기도 한다.

한국의 업무 시간은 OECD 38개 나라(1,716시간) 중 5위(1,915시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직장 대인 관계, 육아, 결혼, 부부관계 스트레스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는 아마도 이러한 원인을 알고 있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일(업무, 육아 등)을 줄여야 하는 건 알아. 하지만 당장 일을 줄일 수는 없잖아’ 하며 다시 한번 무기력의 벽에 부딪혔을 수도.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한 노력

변화시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 외부 요인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주장하며 시스템을 향해 필요한 바를 요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여성 투표권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동성 결혼도 인정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지금 당장 나타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외부요인 변화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로 다루는 영역이 아니다. 필자는 내부 요인에 접근하는 것,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 강박에 대해 앞으로 조금씩 해나갈 수 있는 것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다.

호흡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강박적 생각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자. 이 방법은 헬스장을 가듯이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훈련이 아니다.

첫째, 내 마음이 쉴 틈을 잠시나마 만들어 볼 수 있는 호흡 이완훈련이다.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호흡에 집중하고 몸을 이완하는 방법이다. 뇌는 24시간 활동하고 있고, 우리는 아침 기상부터 자기 전까지 무언가를 생각한다. ‘호흡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강박적 생각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자. 이 방법은 헬스장을 가듯이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훈련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에 앉아 있는 동안, 잠시 커피 마시며 쉬는 시간 등, 짧은 시간에도 활용해볼 수 있다. 아울러 마음 프로그램이라는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한다. 다양한 안정화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다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강박적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것.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자동적 사고(강박적 생각)를 사용한다. 자동적 사고란, 노력 또는 의식적인 선택 없이 자발적으로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의 흐름이다. 이 사고는 너무나도 빠른 순간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우린 이를 의식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가와의 협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상황 – 감정 – 행동 이런 순서를 정리해보고, 상황과 감정 사이에 끼어있는 자동적 사고를 찾아보자. 그리고 내가 작동시키고 있는 자동적 사고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거다.

당신에게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을 조금 더 아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다가오는 애매한 스트레스가 조금 더 구체화 되는 것만으로도,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당신이 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당신이 변화를 향해 다가갈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2023년 1월

당신의 일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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