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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라보란스, 일하는 사람들
2023-02-22T10:21:07+09:00

당신의 일은 어떤 모습인가요? 임볼든 1월 테마 ‘일’.

2023년 1월

당신의 일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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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짜 사람이 없어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든 요즘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조건에 맞는 인재가 없다는 경우도 있고, 진짜 사람 자체가 없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스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일을 안 하고 어떻게 먹고살지?’

이런 질문은 아마 나의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유일무이한  수단은 ‘일’이라는 생각. 이런 생각이 점점 효력을 잃고 있는 듯하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한다. 일의 가치와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면 더 높은 단계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상향 이동이 보장된다는, 우리가 자아를 가질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세상이 내건 약속에 대한 배반감 때문일 것이다.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확히는 갑과 을이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규칙과 시간에 따라 정해진 책임을 이행하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재화를 창출해 합의된 대가를 지급받는다는 계약하에 이루어지는 형태의 노동이 삶의 영위 수단으로서 설득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임금노동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화두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같은 이 시대의 가장 핫한 키워드들은 그 뿌리부터 일과 높은 밀도로 관계를 맺고 있다. 월급쟁이든 장사치든  급여와 물건 판 돈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그 중심에 있다. ‘누가 코인으로 얼마 벌었네’, ‘청약 로또에 당첨됐네’, ‘주식이 떡상했네’ 같은 소리를 들으면 노동을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일은 더 이상 삶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한 최소치, 혹은 어쩔 도리 없이 내몰리는 선택지쯤으로 후퇴하고 있다.

그래서 고정적인 일터에서가 아니라, 조직과 집단 안에서가 아니라, 오롯이 개인이 모든 이득과 손실을 떠안는 곳에서 활로를 찾는다. 일에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모를 금융 시장, ‘영끌’을 해서라도 땅따먹기를 해야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구원을 찾는다. 그렇게 도달한 낙원에 ‘우리’는 없다. 함께 일을 하고, 함께 결실을 나누고, 함께 책임을 지는 조직과 연대는 없다. 각자도생하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약속에 대한 배반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면 더 높은 단계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상향 이동이 보장된다는, 우리가 자아를 가질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세상이 내건 약속에 대한 배반감.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대, 아무도 약속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세상에서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일없이는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일하는 인간,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라고 할 만하다.

일의 변화는 다른 양상으로도 전개된다. IMF 금융위기 사태 이후 도입된 유연한 노동, 비정규직, 외주 등의 제도들을 규탄했던 것은 어제 일이 된 듯하다. 이제는 스스로 유연한 인간이 되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이직이 미덕이자 능력의 척도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알바’로 여겨지던 배달 기사 일을 주업으로 삼아도 이상할 게 없어진 시대다. 평생직장 개념을 낡고 경직된 것으로 여기며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이도 많아졌다.

특히 이른바 ‘MZ 세대’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변화들은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다. 우선 일과 일상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한 부류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어처럼 강조하던 ‘워라벨’이라는 단어의 주역들이었고,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조용한 사직’(실제로 퇴사하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만 하겠다는 태도)의 당사자들이다. 예능에서 풍자하듯 절대로 회식 참여 안 하고, 업무 시간에 에어팟 끼고, 출퇴근 시간 칼같이 지키고, ‘꼰대’에게 말대답 꼬박꼬박하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에 쏟는 에너지와 시간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삶은 일 밖에 있다.

당돌하고 건방지기까지 한 이런 젊은 세대가 MZ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전혀 다른 부류의 이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상하는 ‘일잘러’ 담론이 대표적이다. 일에 최선을 다하고, 대다수에게 인정받는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자기실현으로 치환하는 부류의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에게 일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자기만족과 성취를 위한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직장보다, 개인적 욕구의 실현과 복지가 우선이다. 또한, 일과 취미, 적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심지어 본래 직장에서 업무 외에 프리랜서 형태로 본인 관심 분야의 일을 더 하는 ‘투잡’을 두고 ‘본캐’와 ‘부캐’라는 좀 더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한국 사회 조직 문화의 오래된 구습들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딱딱한 위계질서, 상명하복 시스템,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시되는 집단주의 문화 등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는 세대들이다. 직장과 생계가 동일시되던, 그래서 직장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생각했던 기성세대들의 사고는 겪어본 적도 없고 겪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끄는 변화이다. ‘구시대적 발상’으로 사람을 찾는다면 진짜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2023년 첫 문을 여는 임볼든 테마는 ‘일’이다. 최근까지도 임금노동과 동일시되어왔던 ‘일’은 그 어원이나 철학적 의미에서 단순히 생계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 그 이상의 것이다. 사람이 생계와 생존을 위해 자연 상태의 물질을 대상으로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행해 물자를 얻어내고 가치를 창출해내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이런 고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일은 통상적인 노동의 의미를 넘어 꽤 많은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 월급쟁이와 장사치는 물론이고, 온종일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유튜버도, 구걸을 하는 사람도,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도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일없이는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일하는 인간,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라고 할 만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강렬하게 부딪치는 요즘이다. 세대라는 문제가 얽혀있고, 산업 전반의 이전이 맞물리고, 문화적 변화가 개입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다.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에 발맞춰 재택근무, 워케이션, 코리빙·코워킹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는 새해의 첫 달, 우리 각자의 일하는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다양한  일의 모습, 일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며 좀 더 우리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 볼 콘텐츠들을 준비했다.

‘꼰대’ 세대와 ‘MZ’ 세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솔직담백한 콘텐츠부터, 두 세대 대표가 ‘계급장 떼고’ 일에 관해 토론하는 콘텐츠까지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점점 늘어가는 번아웃 현상에 대한 정신과 전문의의 흥미로운 이야기,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아이템 큐레이션, 그리고 오피스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치정 이야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일하기 좋은 1월, 임볼든이 준비한 테마 콘텐츠와 함께 힘차게 출발해보자.

2023년 1월

당신의 일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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