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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뜨거운 동묘, 어디부터 가야 할까?
2026-08-03T14:49:49+09:00

실패 없는 동묘 코스 6.

요즘 동묘가 다시 북적인다. 주말이면 넘쳐나는 사람들로 골목을 걷기 어려울 정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빈티지 쇼핑을 즐기는 20~30대, 외국인 관광객까지. 네이버 데이터랩을 보면, 2026년 5월 데이트 장소 검색량에서 동묘가 성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동묘는 쉬운 곳이 아니다. 좌판마다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고, 어디부터 둘러봐야 할지도 막막하다. 가격은 매우 싸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써야 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찾을 때까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믿고 들어갈 만한 곳부터 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물량 공세와 저렴한 가격에 혹해 계획에 없던 물건을 한가득 들고나오기 쉬울 테니. 2026년 지금, 동묘에 간다면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어디일까?

실패 없는 동묘 코스 6

창신동 완구 거리

창신동 완구 거리는 2026년 동묘 투어의 필수 코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말랑이, 슬랑이, 왁뿌볼, 키캡을 직접 만져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 

동묘 코스

일방통행 골목을 따라 크고 작은 완구점이 줄지어 있다.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테스터가 있으며, 가격은 대부분 공개. 가게마다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골목을 한 바퀴 둘러보며 비교한 뒤 구매하는 게 좋다. 다만 “조금 있다가 다시 와야지”라는 생각은 신중히 할 것. 다시 돌아왔을 때는 가게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몰려 있을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는 게 낫다.

동묘 코스

어느 곳이든 사람이 많았지만, 방문 당시에는 케이믹스샵 앞이 가장 붐볐다. 양손 가득 말랑이를 들고 나온 한 손님은 “가격이 저렴하고 가짜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이곳을 추천했다. 많이 샀더니 서비스도 챙겨줬다고.

동묘 코스

그때 알았다. 말랑이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구나. 예를 들면 비누 모양 말랑이는 한자가 적힌 ‘샤오홍슈 말랑이’가 ‘찐’이다. 손으로 눌렀을 때 자글자글한 소리가 나야 진짜라고 한다. 이런 귀중한 정보를 알게 된 건 창신동 완구 거리에 온 덕분이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2길 21-1

쥬라옵티크

동묘 코스

안경 러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1980~90년대 빈티지 아이웨어를 주로 선보인다. 모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창고에 보관돼 있던 새 제품(데드 스탁)들이다. 지금은 쉽게 보기 어려운 컬러풀한 디자인부터 투브릿지, 메탈 프레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동묘 코스

쥬라옵티크는 원래 수제 안경 공방에서 시작했다. 부부가 해외에서 들여온 기계로 안경을 제작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디자인 작업을 해왔는데, 공장이 화재를 입으며 작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 이후 디자인 레퍼런스로 모아두었던 빈티지 안경 수십만 점을 하나둘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쥬라옵티크가 됐다.

동묘 코스

가격은 대부분 3만 원대. 럭셔리 브랜드나 빈티지 테의 명작들을 복각해 만든 제품은 가격대가 좀 더 높다. 빈티지 안경이라고 해서 모두 부담스러운 디자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안경이 꽤 많으니, 직접 써보며 어울리는 안경을 찾아보자. 한쪽에는 화재를 견디고 남은 안경 제작 기계도 전시돼 있다. 기계를 만지면 좋은 기운이 전해질지도?

주소 | 서울 동대문구 난계로28길 48 
시간 | 매일 11:00 ~ 19:00 (화 휴무)
인스타그램 | @juraoptique_

예음 레코드

동묘의 오래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중고 레코드 숍. 서울 강남의 투라이온스 레코드 대표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투라이온스가 재즈와 클래식에 강했다면, 예음 레코드는 가요를 포함해 올드팝, 록, 재즈, 클래식, 일본 팝까지 훨씬 폭넓은 장르를 다룬다.

동묘 코스

음반은 장르와 알파벳순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디깅하기 편하다. 음반에 짧은 코멘트가 붙어있어, 잘 모르는 앨범도 부담 없이 집어 들 수 있을 듯. 중고 lp는 청음도 가능해, 어떤 앨범이 숨어있을지 몰라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재미가 크다. 옛날 헌책방에 온 것처럼,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동묘 코스

창가에는 5천~1만 이벤트가 LP를 따로 모아뒀다. 대부분 클래식 음반이 많았는데, 저렴하게 판매하는 건 상태가 나쁘거나 인기가 없어서는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부담 없이 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2만 원 이상 구매한 뒤 네이버 리뷰를 작성하면 행사 음반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한다.

동묘 코스

가장 오래 발길이 머문 곳은 가요 코너. 이광조, 유열, 이문세, 이승환 같이 그 시대를 다져온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90년대 발매된 전영록 음반에는 예전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새 음반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흔적이다.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 중고 레코드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것 아닐까.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8길 41 201호
시간 | 월·화·수 10:15 ~ 18:30, 목·금·토 10:15 ~ 19:00 (일 휴무)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 앞 시계 좌판

시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 돌아가는 곳. 과거 동묘의 상징이던 거대한 시계 무덤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매대에 가지런히 정리된 시계 좌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시계 한가득 펼쳐 놓고 판매하는데, 잘 찾으면 좋은 물건을 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동묘 코스

브랜드 시계를 찾으러 간다면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진품이라면 이미 여러 단계를 거쳐 전문 바이어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점이라고 해서 감정이 허술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오래 장사한 상인들이 진품의 가치를 모를 리 없다. 좌판에는 패션 시계나 브랜드 디자인을 흉내 낸 제품이 대부분이고, 기념 시계나 오래된 국산 시계도 종종 눈에 띈다.

동묘 코스

시계를 자유롭게 손목에 올려볼 수 있는 분위기는 좋다. 가격은 보통 1~3만 원대. 유명 브랜드 제품은 10만 원이 넘기도 한다. 취재 당시 미도 빈티지 시계를 두고 고민하는 모녀를 만났는데, 그들이 받은 가격은 13만 원. 몇 마디 흥정을 하자 1만 원이 내려갔다. 

동묘 코스

시계가 진품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오리지널”. 무브먼트는 어떠냐고 하니 “열어보면 스위스제가 들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사방에 깔린 시계 속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좋은 빈티지 시계를 덤터기 없는 가격에 살 수 있을까? 시계 보는 눈이 있다고 자신한다면 가봐도 좋겠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8길 30

쿠키슈즈

요즘 보기 어려운 디자인의 신발을 찾고 있다면 쿠키 슈즈로.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를 비롯해 단종된 모델과 빈티지 운동화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희귀한 모델부터 부담 없이 신기 좋은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묘 코스

오래 신을수록 멋이 살아나는 가죽 부츠와 워커, 로퍼도 눈에 띈다. 빈티지 제품이지만 가죽 상태가 좋은 편이고, 이미 길이 잘 들어 처음 신어도 생각보다 편하다. 오히려 새 가죽보다 자연스러운 질감이 살아 있는 제품들이 많았다.

동묘 코스

매장은 크지 않지만 공간을 빈틈없이 활용했다. 실외 매대부터 내부 바닥, 벽, 천장까지 신발이 한가득. 최근 동묘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재고 회전도 빨라졌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 단종된 명품 로퍼나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모델을 만날 수도 있다. 

동묘 코스

가격도 매력적이다. 상태가 거의 새것에 가까운 운동화도 3만 원 안팎에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사용감 있는 제품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바랜 가죽과 밑창의 흔적 역시 빈티지 신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아닐지?

주소 | 서울 종로구 지봉로 24-2 성진빌딩

만물상단

동묘시장 메인 거리 중심에 있어 늘 북적이는 곳.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빈티지 쇼핑에 나선 20~30대,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액세서리, 생활 소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게 앞은 늘 붐비지만, 앞만 보고 나왔다면 이곳의 절반만 본 셈이다.

동묘 코스

진짜 재미는 안쪽에 있다. 매장 깊이 들어가면 빈티지 의자와 조명, 소품들이 투박하게 놓여있으니 말이다. 굿우드 페스티벌 빈티지 포스터와 오래된 축음기, 카페에서 볼 법한 빈티지 가구까지. 희소하고 대단한 물건이라기보다 그저 멋져서, 특정 시대 감성을 오롯이 품고 있어 눈길이 가는 물건들이 많다.

동묘 코스

만물상단 안쪽을 한참 둘러봤다. 검색하면 무엇이든 바로 살 수 있다지만, 동묘에서는 공기가 조금 다르게 흘렀으니까. 가격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최저가를 찾고, 오리지널과 카피를 구분하며, 누군가의 취향을 평가하는 데 익숙한 시대. 그러니까 동묘에서의 빈티지 쇼핑은 오직 내 감각에만 기대는, 무한한 디깅을 통한 순수한 즐거움에 가까웠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8길 41
시간 | 매일 11:00 ~ 18:00
인스타그램 | @manmool9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