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페라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기어 변속 시 들리던 특유의 금속의 ‘딸깍’ 소리는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그 자체였다. 페라리 599 GTB를 마지막으로 수동 변속기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보였지만, 페라라는 브랜드 특유의 변속기 체결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이티드 매뉴얼 형상의 12칠린드리 마누알레를 소환했다.

저항감과 소리, 하중 변화를 재현하면서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주는 빠른 반응 속도는 유지하는 모델이다. 이 같은 경험은 페라리가 독자 개발 ‘마누알레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
운전자는 빈티지 스포츠카처럼 기어 레버와 클러치 페달을 조작하지만, 실제 변속기와의 연결은 기계식이 아니라 센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센서가 운전자의 조작을 감지해 전자 명령으로 변환하고, 이 명령이 기존 12칠린드리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레버의 클릭감과 장력, 저항감은 과거 페라리 수동 변속기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도록 설계됐고, 클러치를 밟지 않거나 조작이 금지된 상황에서는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 물리적 잠금 시스템도 구현했다. 레버 조작 시 발생하는 소리까지 기계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별도로 개발되어 기술력과 매뉴얼 변속기 고유의 주행 감각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주행 모드는 1단부터 6단, 그리고 후진 기어까지 매뉴얼로 조작할 수 있는 모드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전환 가능한 오토매틱 모드 두 가지를 제공해 몰입감과 편의성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12칠린드리 마누알레에는 9,250rpm에서 83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 9,500rpm까지 회전하는 자연흡기 6.5리터 V12 엔진이 탑재된다. 성능 수치는 기존 12칠린드리와 동일하게 최고 속도 340km/h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9초의 스펙을 자랑한다.

이번 모델은 페라리의 비스포크 프로그램 ‘테일러 메이드’를 기반으로 전 세계 1,499대만 생산되는 한정판이다. 1,499라는 숫자는 1947년 페라리가 처음 만든 12기통 엔진의 배기량에서 따온 것으로, 브랜드의 뿌리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유럽 기준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59만 유로(약 10억 3천만 원)부터 시작하며, 이는 일반 12칠린드리보다 약 20만 유로(약 3억 5천만 원) 더 높은 수준이다. 차량 인도는 2027년 초부터 시작될 예정. 브랜드는 이미 사실상 전 물량이 매진되었다고 밝혔다.
V12를 탑재한 가장 순수한 페라리 계보도 보고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