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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모터사이클 이야기 (4):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2023-08-03T15:18:20+09:00

오토바이 탈 때 가장 해맑게 웃는, 진성 바이크 덕후 톰 형의 취향.

우리 나이로 내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톰 크루즈지만, 그는 여전히 모터사이클의 열렬한 신봉자를 자처한다. 기억하는가? 카와사키 GPZ900R을 타고 활주로를, 또 석양을 질주하던 ‘탑건’의 그 장면들을. 여기서부터 시작된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그는 자신의 프랜차이즈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도 그대로 가져왔다. 이제는 프랜차이즈의 필수요소가 된 모터사이클 추격 신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과연 어떤 차량이 등장했는지를 한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자.

미션 임파서블2(2000) – 트라이엄프 스피드 트리플

배우이면서 동시에 이 프랜차이즈의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는 2편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갈아 넣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우삼표 홍콩식 액션이 버무려졌고, 그 결과 전작과 달리 거의 오락물, 액션 블록버스터로 변해버린 이 2편엔 혹평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이 오락성 덕분에 최고의 킬링타임 영화가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미션 임파서블 2는 시리즈 중 상업적으로도 굵직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됐다.

톰 크루즈는 2편부터 두 바퀴 덕후답게 모터사이클 추격 신을 잔뜩 입혔다. 심지어 결말로 치닫는 후반부의 주요 시퀀스에 이를 장시간 배치한 점은 그의 취향을 노골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크루즈는 트라이엄프(Triumph)의 스피드 트리플 995i 안장 위에 올랐고, 엔도턴으로 바이크를 급선회한 뒤 권총을 난사하는 멋진 장면도 만들었다. 물론 오우삼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이 가미된 부분. 솔직히 지금 보면 조금 촌스럽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공을 들인 모터사이클 추격신은 미션 임파서블 2를 설명하는 가장 멋진 장면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이 작품을 검색하면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2구의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인상적인 구형 스피드 트리플을 타고 달리는 톰 크루즈의 이미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꼬박꼬박 모터사이클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것은 바로 이 작품의 영향 덕분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 BMW S1000RR

3, 4편에서 모터사이클이 아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이 작품에 와서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추격 신을 프랜차이즈의 아이덴티티처럼 삽입하기 시작했다. 마침 ‘로그네이션’부터 작품성과 평단의 평가도 최정점을 찍기 시작했고, 호평이 겹쳐지며 모터사이클 추격 신은 시리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물론 BMW가 엄청난 협찬 세례를 퍼부은 것도 고려해야 하지만.

전작인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BMW의 협찬에 힘입어 i8 같은 차량이 빛을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모터사이클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주인공은 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스포츠 바이크 부문을 꽉 쥐고 있는 베스트셀링 모델 S1000RR이다. 역시 여기서도 톰 크루즈는 본인이 직접 S1000RR을 타고 코너에서 니슬라이더도 없이 한껏 바이크를 눕혀가며 촬영을 마쳤다.

영화의 효과는 대단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그 협찬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마침 BMW 모토라드 측도 유명 멀티플렉스 체인에 S1000RR 실물을 전시하는 등의 전폭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니 그럴 수밖에. 영화를 보고 나온 관람객 모두가 바이크를 한 번씩 구경하고 갔는데, 개봉 이후 급증한 BMW S1000RR의 국내 판매량도 아마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 BMW R 나인 T 스크램블러

‘폴아웃’은 시리즈를 통틀어봐도 가장 무지막지한 스턴트 신을 퍼부은 작품이다. 헬리콥터 신은 입이 벌어질 정도의 스턴트를 연출했고, 영화배우 최초로 헤일로 점프에 도전해 결국 성공이라는 대기록까지 남겼다. 이들에 비하면 조금 빛이 바랠 수도 있었겠지만, 어느덧 시리즈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한 모터사이클 추격 신 역시 ‘폴아웃’에서 가장 농익은 수준의 연출을 펼쳐낸다.

영화 초반, 긴박한 상황에서 일발시동이 걸린 워커와 달리 하필이면 이단의 바이크만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수차례 스로틀을 개방해가며 이단이 겨우 힘겹게 시동을 걸고 달려 나가는 이 모터사이클은 BMW의 R 나인 T 스크램블러다. 아마 옛날 같았으면 이 장면에서 당연히 킥스타터 시동으로 연출의 긴박감을 높였을 터. 반면 셀 버튼을 누르면서 수차례 스로틀을 감아대는 모습은 아무래도 타이트한 긴장감 측면에서 조금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셀 스타터의 시대인 것을.

참고로 이 R 나인 T는 2014년에 브랜드 90주년 한정판으로 출시한 바이크였다. 그러나 고유의 헤리티지를 담아낸 클래식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전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결국, BMW는 R 나인 T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이를 양산하기로 결정, 지금은 BMW 모토라드의 효자 모델이 됐다. 톰 크루즈의 마음에도 쏙 들었는지, 메이킹 필름 등의 자료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바이크를 타고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2018) – 트라이엄프 타이거800 XCx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는 비단 톰 크루즈가 아니라도 수많은 배우와 단역들이 모터사이클 위에 올랐다. 2편에서는 메인 빌런인 숀 앰브로스 역의 더그레이 스콧이 트라이엄프 데이토나 955i를 탔고, ‘폴아웃’에서 이단을 추격하던 경찰들의 바이크는 BMW R1200RT였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사 파우스트 역의 레베카 페르구손도 있다.

그녀의 바이크는 의외로 최근 시리즈에서 대거 투입된 BMW가 아닌 트라이엄프의 타이거800 XCx였다. 마침 ‘폴아웃’이 개봉한 2018년에 트라이엄프가 국내에 정식 진출했고, 웬만한 라이더는 다 알아보는 그런 브랜드가 됐다. 미션 임파서블 2 당시 국내에 제대로 수입도 안 되는, 거의 책에서나 보는 막연한 느낌의 유럽 브랜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

보통 이런 추격 신에서는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가 주로 활용된다. 그런데 의외로 이번에는 듀얼 퍼포즈가, 그것도 오프로드 중심 세팅의 타이거800 XCx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듀얼퍼포즈의 상징 같은 리어&사이드백을 모두 제거한 모습이라 제법 잘 어울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야 클래식 바이크로 마케팅을 해서 그렇지, 원래 트라이엄프는 스포츠나 이런 어드벤처 바이크 시장에서 가장 끗발 날리는 브랜드였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