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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연애 세포를 깨우는 12곡
2023-02-21T15:25:00+09:00

멸종 위기에 처한 연애 세포를 구할 방법, 고막 딱 대.

해는 대책 없이 길어만 지고, 퇴근해도 아직은 환한 거리를 홀로 걸을 때면 울컥하는 감정 하나가 명치에 걸린다. 더없이 찌질했던 연애를 복기하고, 마지막 키스를 떠올리며 저녁을 먹고도 넉넉하게 비어있는 시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연애 세포를 깨우는 것이 급선무다. 세포를 자극하기 위한 외로움이라는 중요한 덕목은 준비 됐을 테고, 가장 가성비 좋게 설렘을 침투시킬 수 있는 봄바람 같은 노래를 뽑았으니, 고막 딱 대.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헤이 – I Love Your All

김현철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그의 특유 재즈 감성과 음악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달달하면서 시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헤이의 미성 섞인 목소리가 멜로디와 유려하게 어우러지는 곡. 사실 우리에게는 ‘쥬뗌므’라는 곡으로 더 익숙한 가수이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곡에서 그녀의 매력이 더 잘 살아난다. 간결한 가사는 곡에서 여백의 미를 심어 주고 심플하지만 세련된 멜로디가 숨어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주기 제격이다.

Track 02. Renee Olstead –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1934년에 발매된 ‘Cuando vuelva a tu lado’라는 멕시코 곡을 다이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이 대중에게 널리 알렸고, 이 곡을 다시 재해석한 노래다. 르네 올스테드(Renee Olstead)의 상큼한 해석으로 갓 시작한 사랑에 대한 설렘을 더욱 잘 표현한 곡. 다른 아티스트들이 부른 버전도 많지만, 이 곡을 발매했을 당시 15세밖에 되지 않았던 그녀의 블루지한 목소리가 뭔가 서툴지만 풋풋한 매력으로 충만하다. 연애 세포가 살아날 때 메뉴판만 봐도 뭔가 로맨틱해 보인다는 가사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어반자카파 – Beautiful Day

매캐한 미세먼지도, 비 내리기 전 우중충한 하늘도 아무 이유 없이 세상 아름답게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썸과 연애 사이에서 남몰래 오두방정을 떨어대는 심장 겨우 부여잡고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던 연애 초반의 설렘을 기억하는가?

어반 자카파의 ‘Beautiful Day’는 2012년 발매한 EP 앨범 <Beautiful Day>에 수록된 곡으로,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가사에 딱히 별 내용은 없다. 애절한 기승전결 이런 거 없이 그냥 대책 없이 신나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순박하리만큼 직선적인 고백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더욱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Track 04. Bill Withers – Lovely Day 

‘아름다운 하루(Beautiful Day)’에 이어 이번엔 ‘사랑스러운 하루(Lovely Day)’다. 그래미 3회 수상과 201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에 빛나는 소울 레전드 빌 위더스. 그가 1977년 선보인 ‘Lovely Day’는 4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여전히 세련된 멜로디와 비트가 매력적인 곡이다. 아침햇살이 고통으로 느껴질 만큼 버거운 삶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기에 충분히 멋진 하루가 될 것 같다는, 묵직한 인생 짬바가 느껴지는 마음이 빌 위더스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통해 담백하게 전달된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Paul Laine – Dorianna

전설적인 팝메탈 밴드 데인저데인저의 2대 보컬리스트로 가입하게 되는 폴 레인이 그전에 앞서 1990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앨범. 물론 앨범에서 반절 정도의 곡은 스킵 버튼에 손이 가기도 하지만, 정확히 나머지 반절은 ‘만약 AOR/멜로딕하드록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모두 그 자리를 휩쓸 정도’로 치명적인 멜로디를 갖췄다.

특히 플레이를 걸자마자 장마철 범람하는 홍수마냥 멜로디가 굽이치는 ‘Dorianna’는 AOR 팬들이 인정하는 불후의 명곡. 심장 박동을 일깨우는 두근거리는 기타 멜로디는 17년 전 20살 때 들었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Track 06. The Defiants – Underneath the Stars

의도한 건 아닌데, 선곡하다 보니 또 같은 뮤지션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폴 레인의 주도로 결성된 멜로딕하드록 프로젝트 디파이언츠의 2016년 첫 앨범에 수록된 곡. 과거 프로젝트였던 마르셀로/베스트라이 때와 마찬가지로 ‘앨범의 마지막 곡은 가장 밝고 희망찬 업템포 넘버’의 공식이 마치 전통처럼 이어진다.

지극히 전형적인 80년대 B급 청춘영화 같은 빨랫줄 기타리프 인트로, 다소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설레는 노랫말, 마지막으로 30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극강의 자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는 폴 레인의 보컬이 한데 모여 강한 훅을 날린다.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한길을 걷는 폴 레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죠지 – 하루종일

2019년 발표된 죠지 ‘LEEEE’ 앨범 수록곡 ‘하루종일’은 서로의 간격을 느끼며 조심스럽고, 머뭇거리는 관계가 주는 이 감정을 요란스럽지 않게 담아냈다. 밥을 먹고, 산책하고, 서로의 그림자를 포개며 내 공간 안에 당신이 들어와 있는 그 상태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바꿔 주는 노래. 빡빡한 하루 속 당신이라는 환한 공백이 달처럼 떠오르는 봄, 그리고 밤, 이 노래를 틀자.

Track 08. 10cm – Do You Think Of Me? (방에 모기가 있어)

능글거리는 권정열 목소리와 애정을 갈구하는 잔망스러운 가사가 매력적이다. 기승전 ‘그래서 이럴 땐 넌 누가 생각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결국 ‘네가 생각나’라는 대답을 듣고 말겠다는 듯 사랑스럽게 채근하는 중. 이 가사를 실생활에 대입, 관심을 표하고 싶은 그녀에게 귀여움 한 번 떨어보겠다고 덤볐다가, 질척거리지 말라는 단호한 목소리에 잔잔한 생채기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웃는 얼굴에 침 뱉기 딱 좋은 봄 아니겠나.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Cigarettes after sex – Sweet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이 밴드. 하지만 골수팬도 꽤 많은 이 밴드로 말하자면, 굉장히 자극적인 밴드네임과는 달리 잔잔한 팝(Ambient pop)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특히 이 곡 ‘스위트’는 시종일관 내가 널 사랑하고 네가 날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무 달콤하다는 표현이 이어진다.

굉장히 섬세하고 구체적인 묘사의 가사가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달짝지근 내지는 끈적끈적한 멜로디가 이 밴드의 매력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것이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면, 무한반복시 무섭게 솟구치는 연애욕을 주체할 수 없다는 점. 적당한 자제력이 요구된다.

Track 10. 박효신 – 연인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가 아니란 사실이 원통하지만 김나박이 중 세 번째 자리 차지하고 계신 ‘박’이시다. 말이 필요 없는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 박효신 대장님이 창법의 변화를 거친 후 싱글로 공개한 ‘연인’은 함께 있어야 외롭지 않다는 말보다 함께 외로울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마치 자신의 연인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와 대장의 미성이 어우러져 솔로의 삶에 서둘러 종지부를 찍고 싶게 만든다. 깊은 동면에 들어선 연애 세포마저 벌떡 일깨워주는 마성의 노래다.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블루파프리카 – 봄처럼 내게 와

3인조 인디 블루스밴드 블루파프리카의 곡으로, 숨은 보석 같은 봄 캐럴 송이다. 봄날의 풋풋한 짝사랑 감성을 어쿠스틱 기타와 담백한 보컬로 녹여냈다. 원테이크로 녹음해서 그런지 짝사랑 중인 남자의 설레는 마음이 더 잘 표현된 듯하다. 경쾌한 멜로디에 얹혀 반복되는 ‘봄처럼 내게 와줘’라는 가사를 듣다보면 어느새 따라부르고 있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을 가졌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어서 와 줄 사람 만들어야 할 판.

Track 12. Gregory Porter – Consequence of Love

제 56회 그래미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 수상자 그레고리 포터의 2016년 앨범 ‘Take Me to the Alley’에 수록된 곡. 피아노 전주, 나른한 템포의 절제된 곡 전개, 그리고 그레고리 포터 특유의 중저음 보컬까지. 무엇보다 곡의 백미는 달달한 가사이다.  ‘이 사랑의 끝장을 보겠어!’로 시작하는 첫 소절을 듣자마자 잠들었던 연애세포가 벌떡 일어날 것이다. 혹은 봄비 오는 날 홀로 창가에 앉아 곡을 듣다 보면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시간과 거리를 원망하기 시작’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