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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업무도 손에 익었고 연륜이란 독이 든 성배를 무기 삼아 똑같은 패턴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다면 이 영화들을 틀자. 자기 일을 진심으로 해내고 있는 이들의 태도가 당신을 자극할 테니까. 진실 하나만을 바라보고 내달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그저 앞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떼는 어떤 이의 발걸음을 보며 우리도 한창 빛나던 그때의 우리를 소환하는 거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말자.
스포트라이트(2016)
그들만의 견고한 리그에서 벌어지는 악행들은 절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자행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추악한 민낯이 발가벗겨질 수도 있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이들 뒤에는 그들이 저지른 사건을 전말을 파헤치려는 미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종교라는 무기를 들고 아동들을 성추행한 가톨릭 사제들과 이를 묵과한 추기경의 행태를 보도하기 위해 피해자와 변호사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한다. 소름 끼치는 건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것. 진정한 기자정신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그들은 실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이 보도를 바탕으로 숨겨져 있던 비슷한 사례의 사건들이 뭍 위로 올라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129분.
극한직업(2019)
벼랑 끝에 몰렸을 때야 비로소 숨겨져 있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법. 실적 없으니 자연스레 해체 수순만 밟으면 되는 마포 경찰서 마약팀들은 사지로 내몰린 그때, 그렇게 재능을 찾아버렸다. 팀을 이끄는 고반장은 국제 범죄조직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잡기 위해 마약팀은 그들의 아지트 주위를 맴돌며 잠복을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마침 아지트 앞 치킨집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고 고반장은 퇴직금을 모아 치킨집을 인수해 이를 잠복 근무지로 삼는다. 치킨집은 운영하게 된 그들, 이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치킨이 체질’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프로페셔널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물론 본업도 썩 훌륭하고. 러닝타임 111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이 영화의 초중반, 마치 내가 극 중 앤 해서웨이가 되고 패션 잡지사 편집장이 내 직속 상사라도 된 듯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모든 일엔 처음이란 게 있고 모든 처음은 미숙하기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의 이십 대가 처음 패션계에 발을 디디며 고군분투하는 그녀와 모습과 덧대 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상사의 무리한 부탁까지 척척 해내며 ‘일잘러’로 거듭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한참 멀어 보이는 내 모습에 작아지는 기분도 살짝 치미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만큼의 대리만족도 선사하고, 뉴욕이라는 공간, 화려한 패션 세계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두 번은 정주행하게 한다. 러닝타임 109분.
더 디그(2021)
남편을 잃은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고고학자 배질 브라운을 고용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둔덕을 파기 시작한다. 그는 혼자 그 땅에 묻혀 있을 그 무엇의 흔적을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이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한 사투 끝끝내 앵글로·색슨족과 관련된 유물을 발굴하게 되지만, 그 공을 인정받게 되지 못할 상황이 생기고 마는데. 어떤 극적인 내용을 차치하고 그가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직업의식을 발휘하는 모습이 진하게 남는 작품이다. 실화 기반이라 더욱 존경심을 불러들이는 영화. 러닝타임 112분.
할아버지의 캔버스(2020)
업무 매너리즘과 사회생활 요령으로 신입사원 때의 열정을 상실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캔버스>는 부인과의 사별과 노령화로 인해 잃어버렸던 노인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다시금 붓을 들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던 노인이 다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주저하는 그의 손을 잡아준 손녀 덕분. 그림을 사랑하는 손녀의 순수한 마음이 노인의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짤막한 러닝 타임의 무성영화이기에 바쁜 직장인들이 토막 시간을 내 다시금 ‘꺾이지 않는 마음’을 되찾기에 안성맞춤이다. 러닝타임 9분.
행복을 찾아서(2007)
아내가 집을 떠났다. 집도 잃었다. 나만 바라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노숙을 해야 하는 처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버지’라는 위치에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을 걸고 아들의 행복을 찾아낼 것이라고.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의료기기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가 아내와 집을 잃은 후 아들을 위해 어떠한 궂은일도 마다치 않으며 재기를 노리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지금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지탄받고 있는 윌 스미스와 그의 실제 아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생의 가장 낮은 바닥까지 내몰려도 아들의 행복을 위해 언제고 웃어 보이는 일류 아버지 크리스 가드너. 그의 감동 스토리가 직장에서 잠시 느슨해진 마음에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러닝 타임 117분.
마셜(2017)
불공평하다고 느끼는가? 누군가가 나를 음해하고 질투하고 시기해 내 앞길을 막는 것 같은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드굿 마셜(Thurdgood Marshall)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이 팬들에게 남기고 간 선물, 영화 <마셜>은 서드굿 마셜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고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아냈다. 편법이나 술수 없이 흑인 인권 수호라는 신념을 지키면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가진 투정과 불만이 꽤 부끄러워질 것이다. 비록 흑인 인권이라는 키워드가 함께하지만, 과도한 PC나 고루한 법정물과는 거리가 있어 생각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러닝 타임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