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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러너와 달리는 사람들, 가이드러너
2026-10-14T08:18:31+09:00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봉사의 차원을 넘어서는 끈적한 우정.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 누군가는 러닝메이트와 함께 달리고, 러닝 크루에 들어가 수십 명과 발을 맞추기도 한다. 가이드런 역시 혼자가 아닌 둘이서, 셋 혹은 넷까지도 함께 뛴다. 시각장애 러너의 눈이 되어주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가이드런에 대해 처음 들으면 대개 두 가지를 떠올린다. 봉사겠거니, 꽤 잘 뛰어야 하겠거니. 2년째 가이드러너로 달리는 여주환은 둘 다 조금씩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이유로 계속해서 끈을 잡고 달리고 있을까?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의미를 그에게 직접 물었다.

함께 달리는 사람, 가이드러너 여주환 인터뷰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가이드런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됐나.

시작은 동경에 가까웠다. 어릴 때부터 닮고 싶던 형이 하나 있는데, 그 형이 어느 날 SNS에 가이드런 활동을 올렸다. 막연히 멋있어 보이더라. 그걸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건 괜히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나.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다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가이드런 하는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됐다. 둘이서 뛰고 있었고, 조끼에 ‘블라인드’라고 적혀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뛰는데 괜히 마음이 풍성해지더라. 그 뒤로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도 계속 보였다. 한 번 인지하니 계속 눈에 들어왔다. 마침 러닝 크루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어서 얘기했더니 아는 모임이 있다고 연결해 줬다. 그게 2년 전쯤이다.

바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시작하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일단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를 몰랐다. 보통의 러닝 크루는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 비해 가이드런 모임은 뭐가 있는지, 어디서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 그게 진입 장벽이었다. 지인이 없었으면 더 길어졌을 거다. 그다음은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시각장애 러너는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존재다 보니 모르는 영역이 너무 많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부담도 있었다. 처음엔 이걸 봉사라고만 생각했다. 봉사라면 정기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 않나. 주말을 매주 빼야 할 것 같았다. 와인 바에서 일하는지라 금요일엔 새벽에야 근무가 끝난다. 아침잠을 포기해야 토요일 아침 모임에 나갈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보니 고민이 더 깊었다.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첫날은 어땠나.

반포종합운동장이었다. 처음 참가한 다른 가이드러너들처럼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일단 갔다. 당시엔 6분 30초에서 7분대 페이스 수준이었고, 하프 마라톤은 딱 한 번 2시간 턱걸이로 뛰어본 정도였다.

그날은 시각장애 러너 한 명에 가이드러너 세 명이 붙었다. 처음엔 연결 끈인 테더를 잡지 않고 뒤에서 뛰었다. 앞사람이 시각장애 러너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서. 생각보다 내가 할 게 많지 않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주환 씨도 한 바퀴 잡고 뛰어볼래요?” 하시더라. 트랙이라 어렵진 않았다. 이 사람이 나한테 의지해서 달린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좀 벅찼다. 나 없으면 안 될 정도의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는 경험은 일상에서 흔치 않으니까.

원래는 혼자 뛰는 걸 좋아했다. 같이 뛰면 일정도 맞춰야 하고 내 마음대로 못 뛰니까. 그런데 그 제한된 상황에서 함께 뛰는 즐거움이 있더라. 같이 뛰는 것도 재밌구나 싶었다.

원래 그렇게 많은 인원이 붙나.

1:3이 이상적인 비율이라 하더라. 가이드러너는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주로를 살펴야 하고, 옆에서 안내도 해야 하고, 앞에 보행자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대회에서는 일정 거리마다 가이드러너를 교체하기도 한다. 나머지 인원은 앞에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참여에 망설이나.

제일 많이 들은 건 실력 걱정이다. 웬만큼 잘 뛰어야 시각장애 러너를 도와줄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기록이 좀 더 좋아지거나 대회에 나갈 수준이 될 때까지 미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그 수준까지 만들어서 온 사람도 있다.

러너의 페이스가 천차만별인 것처럼 시각장애 러너 수준도 굉장히 다양하다. 그래서 오히려 8분대 가이드러너가 필요하기도 하다. 5분대 가이드러너가 있어도 8분대 시각장애 러너와 뛰고 싶어 하진 않는다. 서로 운동하러 온 거니까. 가이드런을 지속하려면 봉사의 차원을 넘어 서로에게 필요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이드러너가 필요하다.

시각장애 러너들의 페이스는 어떻게 분포돼 있나.

내가 참여하는 모임 기준으로 보면 시각장애 러너는 8분대 이하 그룹에 몰려 있다. 사실 당연하다. 이분들은 다른 사람이 없으면 뛰질 못한다. 그러니 가이드런이 알려질수록 오히려 잘 못 뛰는 가이드러너가 더 많이 필요하다. 다들 가이드러너가 맞춘다고 생각하는데, 시각장애 러너가 맞춰주는 경우도 많다.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페이스가 안 맞아 힘들었던 적은 없나.

당연히 있다. 10km 대회에 같이 나간 적이 있는데, 페이스가 1~2분 정도 차이 났다. 그분은 5km까지만 뛰어봤는데 욕심을 내서 10km를 신청한 거였다. 뛰다 걷기를 반복하다 7km부터는 거의 걷기만 했다. 그 순간 답답함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좋더라. 누군가의 첫 10km를 함께 뛰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가이드러너가 많아지면 페이스가 맞는 사람끼리 매칭될 테니 이런 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시작하려면 교육이나 자격이 필요한가.

자격 절차는 따로 없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교육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다. 처음 참여하면 경험 있는 파트너가 붙어서 알려주고, 처음 오는 사람을 챙겨주는 분들도 따로 있다. 시각장애 러너들을 먼저 생각해서라도 위험한 환경에 그냥 두지 않는다. 와서 온보딩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실력 말고, 가이드러너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함께하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면 이 활동이 잘 맞을 거다. 솔직히 혼자 하는 운동에 비하면 효율은 떨어진다. 뛰고 싶은 속도로 못 뛰고, 집 앞에서 뛸 수 있는데 모이는 장소까지 가야 하고, 시간도 맞춰야 한다. 그래도 그 안에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이런 지점에서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애쓰지 않아도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다.

일반 러닝 크루에서 뛰는 것과는 뭐가 다른가.

러닝 크루의 즐거움은 새빨간 도파민 같다. 열심히 달리는 나 자신을 증명하는 느낌이랄까. 또래들과 취미를 공유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이성을 만나러 나간다는 게 밈처럼 쓰이기도 하지 않나. 그에 비해 여기서 같이 달리는 건 군대 행군처럼 농도 짙은 진득함이 있다. 참고 견딘다는 느낌도 있는데 끝내고 나면 보람차다. 자꾸 생각이 난다.

봉사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어떻게 달라졌나.

요즘은 내 훈련을 위해서도 간다. 혼자 뛰면 체계적으로 훈련받을 일이 없다. 그냥 뛰다가 다치기 십상이다. 여기는 외부 강사를 모시기도 할 정도로 나름의 훈련 시스템이 있다. 그러니 본인이 잘 못 뛴다고 생각하면 가이드런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키우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나가니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시각장애 러너와는 어떤 관계라고 느끼나.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 같다. 요즘 ‘런트립’이라고 지방 대회를 같이 나가는 모임들이 생기고 있다. 밤에 뛰는 달빛 레이스라든지, 수육을 나눠주는 마라톤처럼 재밌는 대회에 함께 참석한다. 사실 대회를 빌미로 같이 여행을 가는 거다. 물론 비용은 더치페이다.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라면 벌어질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같이 뛰는 시각장애 러너들을 집에 초대해서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청첩장 모임에 부르고, 결혼식에 초대하기도 했다. 봉사라고만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거다. 내가 일방적으로 주는 거니까, 내 삶을 이렇게까지 나눌 필요는 없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같이 삶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여기다 보니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다들 그렇게 가까워지나.

대부분이라고 하긴 어렵다. 훈련만 하러 나오는 사람도 많다. 회사에서도 사적으로 친해지는 사람이 있고, 일 끝나면 절대 안 보는 사람이 있지 않나. 다만 돈 받고 나오는 곳이 아니니 꾸준히 나오는 사람 중엔 그 교감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회사보다는 많을 듯하다. 

재밌는 게, 같이 뛰는 가이드러너 중에 가이드런 올 때만 E가 된다는 분이 있다. 본인을 그렇게 소개한다. 당연히 외향형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고 하더라. 분명 에너지 소모가 큰데, 그럼에도 좋다고 말한다. 

확실히 운동을 같이 하면 금방 친해진다.

그렇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 없이는 못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더 끈끈해진다. 일반적인 관계와 비교해서 말하기가 좀 어렵다. 예전에 어떤 장애가 생기면 제일 불편할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다른 건 상상해도 잘 와닿지 않는데, 시각은 눈을 감아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그냥 눈을 감아봤다. 너무 무섭더라.

가이드를 하다 보면 가끔 그 생각이 떠오른다. 같이 즐겁게 뛰다가도 이 사람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애틋하면서도 대단하고, 이상한 복합적인 마음이 든다. 거기에 같이 운동하면서 생기는 전우애 비슷한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둘도 없는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 같다.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소통하는 방식도 다를 것 같다.

가이드러너가 ‘안녕하세요, 저 여주환이에요’ 하면서 먼저 다가가야 한다. 물론 시각장애 러너들은 그날 누가 오는지 명단을 미리 확인하고 온다. 그래도 인사를 건네야 내가 왔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릴 수 있다. 처음 온 사람한테는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이미 대화 중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거는 일이니까.

옆에서 얘기하고 있으면 목소리만 듣고 먼저 내 이름을 부를 때도 있다. 다 듣고 있는 거다. 생각보다 딱딱하지도 않다. 서로 장난도 스스럼없이 친다.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슬리퍼에 물이 묻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 트랩 설치해 놨네”라고 농담을 하더라. 또래의 고민도 있고, 연애도 하고 싶어 하는 똑같은 사람이다.

활동하는 2년 사이 가이드런 문화는 좀 커졌나.

지금도 많지 않다. 가장 오래된 단체가 VMK(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인데, 남산을 거점으로 뛰다 보니 남산을 찾는 러너들은 좀 알더라. 그래도 활성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소개하면서 조금씩 퍼진 정도다. 실제로 대부분 지인 소개로 온다. 직접 해본 사람이 같이 가보자고 권하면 확실히 타율이 높다.

가이드러너가 많이 부족한가.

숫자만 보면 가이드러너가 시각장애 러너보다 조금 더 많긴 하다. 하지만 필요한 숫자로 보면 훨씬 부족하다. 이상적인 건 1:3인데, 지금은 1:1에서 조금 남는 수준이다. 가끔 상황이 어렵다며 나와달라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반대로 시각장애 러너는 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뛰고 싶은데 못 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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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좋아하는 시각장애인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선후 관계가 거꾸로일 수 있다. 안 뛰는 게 아니라 뛸 환경이 없어서 못 뛰는 거라고 봐야 한다. 내가 알기로 수영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헬스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을 막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운동 자체를 안 하게 되고, 우리는 운동하는 시각장애인이 별로 없다고 느끼게 된다. 가이드런에서 보면 시각장애 러너는 빠지는 사람이 잘 없다. 멀리서도 다 택시 타고 온다.

최근에 아는 시각장애인 한 분이 몽골에 갔다. 거기서는 누구랑 부딪힐 일이 없으니 아무 도움 없이 그냥 뛰었다더라. 그게 너무 좋았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도 날씨 좋은 날 뛰다 보면 나오길 잘했다 싶을 때가 있지 않나. 달리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본능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시각장애인은 거기에 제한이 걸려 있을 뿐이다.

시각장애 러너들은 어떻게 가이드런을 알게 되나.

크게 보면 학교 혹은 직장이다. 시각장애인 중엔 맹학교를 다닌 사람이 많은데,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선후배나 동기로 이어진 관계가 많다. 먼저 뛰어본 선배가 후배를 부르는 식이다. 비슷하게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끼리 소개해서 오기도 한다.

정기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

지금은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으로 세 개 정도다. 토요일이 메인이라 40~50명 정도 모인다. 장소는 여의도, 마곡, 반포종합운동장 등 때에 따라 다르다. 목요일은 보통 반포종합운동장에서 하다가 가끔 남산으로 간다.

장소가 어디로 정해지는지에 따라 편하게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못 나오는 사람이 있다. 거리가 가까웠으면 토요일 말고도 하루 더 뛰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지역마다, 시간대마다 모임이 더 생기길 바라는데, 그것도 결국 가이드러너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가이드런 가이드러너

처음 파트너를 만나면 무엇부터 하나.

인사를 나누고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지, 어떤 페이스로 뛰고 싶은지 자세히 물어본다. 미리 공유된 훈련 내용에 맞춰 페이스나 달리는 방식을 함께 조율한다.

시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묻는다. 예전엔 이런 질문을 건네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다 똑같지가 않다. 가운데만 안 보이는 사람, 바깥쪽만 안 보이는 사람, 한쪽만 안 보이는 사람, 빛을 받으면 안 보이는 사람, 조금은 보이는 사람, 아예 안 보이는 사람, 다 다르다. 어느 정도 보이는 분에게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오히려 피곤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꼭 묻는다. 지금까지 불편해한 분은 없었다.

달리면서 코스는 어떻게 안내하나.

정면을 12시로 놓고 안내한다. “10m 앞에 3시 방향 우회전”, “11시 방향 웅덩이” 이런 식이다. 오르막, 내리막, 장애물은 기본적으로 체크하고, 바닥 재질이 바뀌는 경우도 안내한다. 딱딱한 바닥에서 뛰다가 농구장처럼 탄성 있는 바닥으로 갑자기 들어서면 생각보다 데미지를 느끼고 놀란다. “10m 앞 땅 울퉁불퉁, 3, 2, 1, 지났어요.” “앞에 흙바닥이라 미끄러워요, 천천히 갈게요.”

처음엔 안내를 완벽하게 존댓말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뛰다 보면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번은 뛰다가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온 적이 있다. ‘아이가 튀어나오니까 왼쪽으로 피하세요’라고 문장을 완성해서 말하려다 버벅대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다. 그럴 땐 그냥 몸을 붙잡거나 반말로 간결하게 말하는 게 훨씬 낫다. 할아버지뻘한테 “10m 장애물!” 이렇게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을 붙잡는 걸 싫어하진 않나.

훨씬 좋아한다. 다치지 않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여긴다.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선다든지, 잠시 서 있다가 다시 가도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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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는 어떻게 잡나.

테더는 양쪽에 고리가 하나씩 달린 끈이다. 좁은 길에선 짧게, 넓은 데선 길게 잡는다. 시각장애 러너가 옆으로 빠지면 살짝 당겨서 딸려 오게 하고, 방향이 애매할 땐 끈으로 끌면서 잡아주기도 한다. 끈 잡은 팔은 가능하면 같은 방향으로 흔드는 게 좋다. 처음엔 팔을 고정하고 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알이 배기기도 한다.

매칭은 어떤 기준으로 하나.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성별을 가장 우선으로 본다. 그다음이 페이스다. 처음 오는 가이드러너는 경험 많은 시각장애 러너와 매칭하기도 한다.

가이드런을 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새로운 자극을 계속 받는다. 혼자였으면 찾아보지도 않았을 대회에도 나가게 됐다. 30km도 가이드런을 통해서 처음 뛰었다. 그때 페이스메이커가 시각장애 러너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던 거리였는데, 옆에서 끝까지 같이 뛰어준 덕에 해낼 수 있었다.

요즘은 런태기라 대회도 잘 안 나가고, 거의 가이드런에서만 뛴다. 혼자서는 잘 안 나가지니까 여기로 나를 밀어 넣는 거다. 일단 나가면 하루는 즐겁게 뛰고 오게 된다. 부담 없이 찾을 곳이 있으니 러닝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삶에서 달라진 부분도 있다. 내가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고 나니 일상을 찬찬히 감상하게 되더라. 달리는 시간 밖에서도 달라지는 게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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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러너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마디한다면.

어떤 이유로든, 어떤 경로로든 딱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다. 해보면 알게 되는 게 많다. 나도 뭔가 해준다는 마음으로 갔다가 오히려 받아 온 게 훨씬 많았다. 안 맞으면 그만둬도 된다. 대단한 걸 바라는 활동이 아니니까.

삶의 관점이 바뀌는 계기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런데 가이드런은 좋아하는 달리기를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것만으로 그 계기를 자꾸 만들어 준다.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외국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과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내 세상은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