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Archive
2022. 3. 18.
[뉴스레터 #25] 강력하거나 혹은 새롭거나
2022. 3. 4.
[뉴스레터 #24] 사랑은 향기를 타고, 봄이니까 이벤트😉
2022. 2. 18.
[뉴스레터 #23] 사소함이 쌓여 변화를 이루는 과정, 브랜드의 성장 이야기
2022. 2. 4.
[뉴스레터 #22] 봄이 오나 봄
2022. 1. 21.
[뉴스레터 #21]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걱정이 앞서나요
2022. 1. 7.
[뉴스레터 #20]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 번 받으세요
2021. 12. 24.
[뉴스레터 #19] 님, 메리 크리스마스🎅
2021. 12. 10.
[뉴스레터 #18] 임볼든에서 연말 선물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세요
2021. 11. 26.
[뉴스레터 #17] 브랜드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빛나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며
2021. 11. 12.
[뉴스레터 #16] 겨울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준비
2021. 10. 29.
[뉴스레터 #15] 님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2021. 10. 15.
[뉴스레터 #14] 올해 마지막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2021. 10. 1.
[뉴스레터 #13] 임볼든 뉴스레터? 선물 상자를 뜯어보는 것 같은 설렘!
2021. 9. 17.
[뉴스레터 #12] 가을과 함께 온 기다렸던 소식들
2021. 9. 3.
[뉴스레터 #11] 형태와 기능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님을 위해
2021. 8. 20.
[뉴스레터 #10] 추억과 새로움의 공존, 레트로를 위하여
2021. 8. 6.
[뉴스레터 #9]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지금을 위한 임볼든의 큐레이션
2021. 7. 23.
[뉴스레터 #8] 이벤트는 아직 진행 중, 킹스맨 우산이 탐나지 않나요?
2021. 7. 9.
[뉴스레터 #7] 이벤트 있어요! 좋은 건 소문내는 게 미덕😉
2021. 6. 25.
[뉴스레터 #6] 클래식은 영원하다
2021. 6. 11.
[뉴스레터 #5] 님의 일상에 시원한 바람이 되어줄 임볼든의 다섯 번째 뉴스레터
2021. 5. 28.
[뉴스레터 #4] 임볼든과 함께 선택의 폭은 넓히고, 결정은 빠르게
2021. 5. 14.
[뉴스레터 #3] 본격적 여름 날씨, 분위기 살려주는 임볼든 소식
2021. 4. 30.
[뉴스레터 #2] 임볼든이 담아온 두 번째 소식도 함께 즐겨요
2021. 4. 16.
[뉴스레터 #1] 남자라면 절대 놓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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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원나잇 리포트(feat. 50대 아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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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는 말은 너무 편하다. 무지성으로 ‘젊은 놈들’을 싸잡아 도매급으로 취급하기에 딱 좋은 개념이다. 한두 학년 아래 후배들에게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스무 살도 넘게 차이 나는 사람들을 한 데 싸잡아 묶다니.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개념을 만들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 말고는 이 개념을 사용하는 곳이 전무하다. 경제적·문화적·상징적 자본을 독점하다시피 한 윗세대가 ‘아랫놈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기 위해 만든 개념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렇다면 과연 MZ 세대의 성 문화는 어떨까? 그들의 성문화도 뭉뚱그려 정의할 수 있는 수렴 지점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세대 차이가 날까?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고자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별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물론 10살 단위로 구별한 각 인구군 내에서도 편차가 있겠지만, MZ세대 개념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그들 사이의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주제는 ‘원나잇스탠드’(이하 원나잇) 경험. 누구나 섹스를 하고 살지만, 오로지 육체적 결합 그 자체에 집중한 ‘원나잇’이라는 성적 행위 관련 인식을 살펴봄으로써 성 관념에 대한 더욱 적확한 탐색이 가능하리라 봤다. 아래에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연령대별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봤다. MZ세대와 윗세대의 차이도 ‘찍먹’해보고자 50대와의 인터뷰도 포함했다. 글쓴이의 주해는 필요 없을 것. MZ세대의 은밀한 성생활의 실제, 그 의미의 해석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참고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야기의 농도도 짙어지니 주의할 것.

*인터뷰 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문 하단을 참고할 것.

20대의 이야기 – 음주가무의 끝은 원나잇, 사랑과 섹스는 별개

김걸득(26) | 프리랜서 |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 멍청한 듯 순수해 보이는 외모의 소유자

3년 전, 친구들 세 명과 함께 건대입구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딱히 ‘오늘은 원나잇을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는 없었다. 사실 술자리에 나갈 때 원나잇을 꼭 못 하더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술자리의 가장 이상적인 끝은 섹스라고 생각한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마음이다.

건대입구 먹자골목이야 워낙 원나잇이 자주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그날도 약간의 기대에 부풀어 주변 테이블을 틈틈이 살폈다. 친구 중 한 명이 여자 세 명이 온 테이블로 향했고, 첫 헌팅 시도에 그녀들과 합석할 수 있었다. 여성 무리 중 딱 한 명이 내 눈에 들어왔다. 큰 키에 검은색 긴 머리, 마른 체형, 진한 이목구비와 섹시한 분위기가 내 이상형에 가까웠다. 게다가 몸에 꽉 달라붙는 원피스가 나의 전투 본능을 자극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 친구다.’

그녀 옆에 바짝 앉아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으려 했다.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있으면 ‘손잡아달라고?’ 같은 지금 생각하면 되먹지도 못한 드립을 날리며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근본 없는 드립이라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뭐든 일단 물꼬를 트고 나면 대화는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것이 원나잇의 시작이자 핵심인 듯.

그다음은 뻔했다. 2차로 자리를 옮기고 술이 더 들어가며 살짝살짝 오고가는 터치 속에 원나잇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 끝에 기대하던 모텔 입성. 어렵게 꺼낸 모텔 가자는 말(원나잇을 여러 번 해봐도 이 말은 여전히 어렵다)에 처음에는 ‘됐거든~’이라며 거부하는 듯했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손을 잡고 모텔로 향해도 딱히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던 그녀였다.

사실 그녀와의 원나잇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녀가 스킬이 좋거나 속궁합이 잘 맞아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섹스할 때 당시는 잘 기억이 안 나고 그저 좋았었다는 느낌만 남아 있다. 그저 외모가 내 이상형이었고, 당시 즐거웠던 분위기에 취해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그 이후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논 건 논 걸로 끝낸다는 마인드가 강하고, 또 노는 걸 좋아하는 나나 그녀나 연인으로 발전하면 서로 의심하고 골치 아플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전화번호를 묻지 않는 걸 보면, 그녀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걱정도 좀 됐다. 원나잇 이후에 이러저러해서 ‘철컹철컹’ 당한다는 뉴스도 많이 나오고, 괜한 트집이 잡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다행히 별 탈 없이 넘어갔긴 했지만. 뭐, 서로 하는 일 이야기라든지 앞으로의 계획이라든지 이런 속 깊은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내가 알려준 이름도 가짜였고, 그 친구가 알려준 이름도 가짜일 수 있으니, 그냥 서로 즐겁게 놀고 끝난 걸로 추억하자, 라는 마음이다.

30대의 이야기 ①  – 미팅 갔다 만난 그녀들, ‘동성 혼숙은 안 돼요’

최변대(34) | 금융권 종사자 | 평범한 키에 평범한 체형, 누가 봐도 못생겼으나 매우 젠틀함

미팅에서 원나잇이 성사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내 경우는 좀 더 특별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다. 학과 선배 두 명, 동기 한 명과 함께 인근의 다른 대학교 여학생들과 4대 4 미팅 자리를 가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술잔이 오가다 짝 정하기 시간이 왔고, 내 부드러운 말투와 사소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던 여성이 나를 짝으로 지목했다.

그렇게 술자리는 새벽까지 무르익었고, 선배 한 명이 잠시 담배 피우러 나가자고 남자들을 불러내 놓고는 조금 기묘한 제안을 했다. 막차도 끊겼고 서로의 학교도 술집에서 가까우니, 오전 수업 전 남은 시간 동안 남녀 따로 모텔방을 잡고 쉬다 가자고 제안하자는 것. 당시 나름 순수했던 20대 초반 청년이었던 나는 원나잇을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고, 미팅에서 원나잇이 가능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었다. 정말 쉬다 가려는 줄만 알았다.

선배는 온갖 감언이설로 상대 팀(?)을 설득했지만, 그중 두 명은 택시를 타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나와 짝이 된 여성과 다른 선배 커플만 모텔로 향했는데, 일단 약속대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방을 잡고 들어갔다. 피곤해서 쉬려고 누웠는데, 선배가 갑자기 주인장에게 전화를 하더니 ‘사장님, 혹시 동성 혼숙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 것 아니겠는가. 사장님은 안 된다고 했고(동성 숙박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임의로 거부하는 곳이 있다. 특히 남성 간 동숙일 경우), 그제서야 선배의 큰 그림에 쌍방울을 ‘탁’ 치고 말았다. 혼숙이 안 된다는 사장님의 말을 근거로 남녀 합방을 유도하려던 것.

하지만 막상 이 이유만으로 남녀 합방을 강요하자니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일말의 양심 혹은 두려움이 있었기에, 여성팀을 불러내 놓고도 쭈뼛쭈뼛하며 어렵게 의향을 물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성들은 오히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돈도 냈는데 어떻게 해, 그럼 그냥 커플끼리 자면 되겠네.’라며 남자들을 방으로 이끌었다. 야설에서나 봤던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지자 조금 얼떨떨하긴 했지만, 어쨌든 나도 남자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거사를 치렀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찝찝함이 이어졌다. 상대에게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한 번 해보고자 마음에도 없는 로맨틱한 말들을 뱉어냈고,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이용해 관계를 맺었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매우 불편했다. 그날 이후에도 그 친구에게서 몇 번 연락이 왔는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곧 연락이 끊어졌다. 내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내 무책임한 행동으로 그 친구가 상처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30대의 이야기 ② – 중동에서 온 그녀와의 삐걱대던 ‘도킹’

정국제(37) | 무역계 종사자 | 미국 유학생 특유의 외모, 찌질하지만 나름 로맨티스트 

2018년 초여름, 3년간 이어진 솔로 신세를 유일하게 달래주던 ‘손양’과 권태기가 찾아와 채팅앱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광고성 앱이나 유료 앱이 너무 많아 빠른 손절을 도모하던 중, 그 유명한 ‘틴더’에 입문하게 되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진지한 만남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따금 찾아오는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을 달래줄 일회성 만남이 필요했을 뿐. 그런 목표를 생각하니 왠지 한국 여성과는 대화하기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어린 시절 7년간 미국에 거주했던 터라 외국인 여성들과의 만남이나 소통에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외모고 뭐고 안 가리고 검색창에 뜨는 모든 여성에게 ‘하나만 걸려라.’는 심정으로 ‘Like’를 날렸다. 이런 걸 디지털 추파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몇 명의 외국인 여성과 매칭이 되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여성은 요르단 출신의 그녀.

중동계 여성이라고 하면 보통 히잡과 차도르를 떠올리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중동계 여성들은 국제적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크고 깊은 눈, 마스카라나 뷰러 없이도 진하고 긴 속눈썹, 도자기 같이 매끄러운 피부는 물론이고 대체로 큰 키와 늘씬한 체형으로 ‘옷발’도 훌륭한 편이다.

하는 일의 특성상 한국에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던 그녀. 기본적인 상호 간 호구조사 이후 대뜸 저녁을 같이 먹자 제안했는데, ‘The more, the merrier(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라며 기꺼이 수락했다. 종로에서 실물로 접한 그녀는 생각보다 키가 컸고, 배꼽이 살짝 보이는 타이트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얼굴도 사진보다 예뻤고, 무엇보다 탱크탑 수준의 상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슴골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처음 나체를 봤을 땐 탈아시아급 몸매에 흥분도는 역대치에 달했지만, 삐걱대던 결합 탓에 섹스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첫날은 내 불순한 의도가 먹혀들지 않았다. 술 한잔을 곁들인 저녁 식사 이후 아현동 근처 그녀의 숙소까지 걸어가며 뜨밤을 유도했지만, 오늘 고마웠다는 인사만 남기고 매정하게 숙소로 들어갔던 그녀였다. 원나잇이 성사된 건 이틀 후.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침 그녀도 신사동에 약속이 있어 나왔는데, 이후 시간이 비니 저녁 식사 같이할 생각 없냐고. 먼저 잡았던 약속을 뒤도 안 돌아보고 파한 후 그녀를 만나러 갔고, 식사 후 한강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던 당시였는데, 으슬으슬하다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그녀였다. 이럴 땐 감싸 안아주는 것이 인지상정. 그 후 이어진 진한 키스(당시 평화롭게 한강 공원을 거닐던 시민들께는 죄송하다).

그렇게 서로 달아오른 우리 둘은 내 자취방으로 향했고, 1초 후면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하는 양 서둘러 서로의 몸을 게걸스럽게 탐했다. 그런데 막상 결합을 시도하니 톱니바퀴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설이 될 것 같아 자세한 묘사를 생략해야 함에 통탄스럽지만(feat. 편집자 검열), 간단히 말하면 신체적 구조의 차이가 너무 커 진입 지점 통과에 애를 먹었다, 정도로 갈음하겠다. 처음 나체를 봤을 땐 탈아시아급 몸매에 흥분도는 역대치에 달했지만, 삐걱대던 결합 탓에 섹스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어쨌든 원나잇에 이르는 과정이 내 나름대로는 매우 로맨틱했고, 잠자리 이후 서로 사귈 것처럼 대화가 오갔는데도, 며칠 후 그녀는 ‘아무래도 내가 성급했던 것 같아. 우리 조금만 더 시간을 가져보자.’라며 사실상 이별 의사를 전했다(이 멘트는 만국 공통인 듯). 아무튼 아쉬움을 뒤로한 채 관계의 끝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후로도 채팅앱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보려 했으나, 아직까지 새로운 매칭 소식은 뜨지 않고 있다.

40대의 이야기 ① – 원나잇이지만, 사랑했다

변강새(40) | 스타트업 대표 | 175cm,100kg, 마동석 하위호환

그녀는 협력 업체 영업팀 직원이었다. 제품 제작 의뢰 건으로 미팅을 진행했는데, 미팅을 마친 시간이 마침 저녁 시간이어서 상대 쪽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딱딱한 일 얘기로 시작한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사적인 얘기로 넘어가게 되었고, 이내 서로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우리의 친밀감 형성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딱히 얼굴이 예쁜 것도, 몸매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에 공감하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그렇게 섹시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흥분을 느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침 애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상대방도 얼마 전 애인과 결별 후 많이 외로워하는 것을 알고는 나의 마음은 더욱 달아올랐다.

서로가 벌게진 얼굴로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모텔로 발길을 돌렸다.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예전의 다른 원나잇같이 육체적인 끌림만이 아닌 정서적인 끌림이 동반됐다는 것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잘 받아주는 대화만큼 나의 은밀한 욕정과 거대한 몸집도 잘 받아주는 그녀였다. 심지어 조금의 거부감도 없이 사정 후 여러 방법으로 뒤처리를 해 주는 그녀에게서는 거룩한 감동까지 느꼈다.

그날 이후 약 1년간 만남을 지속했다. 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귄다’와 같이 정형화된 형태의 관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단지 필요할 때 욕구만 채워주는 ‘섹파’라고 규정하기에는 정서적 유대가 동반된 관계였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내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녀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영업 분야에서 일하는 그녀의 잦은 술자리에 마음 한편에는 ‘혹시나 다른 남자와?’라는 의심과 두려움이 상존했던 것 같다.

그녀와 헤어진 이후에도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과 술기운에 원나잇을 한 적이 있지만, 그때와 같은 감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좀 더 그녀를 믿었더라면 지금은 결혼까지도 하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우리, 원나잇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사랑했었다.

40대의 이야기 ②  – 예비 돌싱녀의 침대에서

이졸후 (43) | 회사원 | 큰 키에 어깨 깡패, 전형적인 미중년 이미지의 소유자

이 나이쯤 되면 주변에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 한 처지에 생각에도 없던 인사발령으로 제주도에 고립된 내게는 싱글이든 돌싱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명목상 이혼 절차에 있는 지인의 지인인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정작 당사자에게서 침울한 기운은 별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이상형에 가까웠던 그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과거에 내 여자 취향이 어땠는지는 이제 가물가물해져 가지만, 그냥 예쁘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살집이 조금 있어도, 얼굴이 조금 빠져도, 가슴만 크면 그만이다. 그녀의 큰 가슴은 그 자리의 목적 따위는 새까맣게 잊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술이 조금 들어가고 말문을 튼 후, 능청스럽게 그녀의 가슴에 대한 농담을 던졌다. 성희롱으로 콩밥을 먹을 수도 있을 법한 농담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화는 맥락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인 농담을 던지기 이전 내 나름 치밀한 밑밥과 안전장치를 깔았고, 세이프존에 안착했다고 판단됐을 때 던진 가슴 드립에 그녀도 싫거나 불쾌한 내색 없이 유쾌하게 응수해줬다.

모임 자리가 끝나고 어떻게 하면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을까 짱구를 굴리던 중, 마침 그녀가 그냥 가기는 좀 그렇고 집이 가까우니 맥주 한잔하고 가라는 은혜로운 제안을 던졌다. 그렇게 원나잇에 대한 기대감과 맥주 봉지를 가슴에 안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직은 유부녀인 그녀와의 섹스가 임자 있는 물건을 탐한다는 묘한 흥분감을 줬다.

생각해보면 고작 40 조금 넘은 나이인데, 서로 세상 다 산 노인마냥 삶의 애환이니 뭐니 하며 울적해 하다가, 또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왁자지껄 웃다가를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높여갔다. 그렇게 섹스 따위는 잠시 잊고 오랜만의 밀도 있는 대화에 푹 빠지기를 2시간, 술도 얼근하게 오르고 졸음도 몰려오자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란 판단이 들었다.

손, 무릎 등에 가벼운 터치로 신호를 보냈고, 당황하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니 신호가 통했다고 생각되어 좀 더 딥한 스킨십을 이어갔다. 약간의 거부하는 모습(‘이러면 안 되는데……’)은 좀 더 자극이 되어 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리드해 가며 원나잇에 골인하게 되었다.

지금의 말짱한 정신으로 생각하면 다소 위험한 감정이었지만, 당시에는 술기운 때문인지 아직은 유부녀인 그녀와의 섹스가 임자 있는 물건을 탐한다는 묘한 흥분감을 줬다. 다른 남자와 잠자리했던 안방 침대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판타지와 작은 체구에도 커다란 가슴을 가진 그녀의 격동적인 움직임에 그야말로 역대급 뜨밤을 보냈다.

사실 정사 이후에 섹파 제안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처지가 마음에 걸렸다. 정작 본인은 내색을 안 할지라도, 이혼 절차를 겪으며 정서가 얼마나 더 불안해질 지 모를 노릇이기에. 도리어 그녀가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할지 몰라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하룻밤 일탈쯤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하던 그녀에 미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이후 모임에서도 계속 그녀를 마주하는데, 약간의 어색함은 있으나 우리 둘 중 누구 하나도 그날의 일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녀와의 하룻밤 이후 새삼 깨닫는 것은, 원나잇을 하기에는 이제 버거운 나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원나잇 성사를 위해 해야 하는 온갖 노력이 너무도 피곤하고, 섹스 후에 밀려오는 죄책감이나 뒤탈에 대한 걱정이 너무 부담스럽다. 일탈은 30대까지로 충분한 것 같다.

50대의 이야기  – 시그널 보내, 시그널 보내, 찌릿 찌릿 찌릿 찌릿

박본좌 (53) | 의료 계통 사무직 | 그냥 아재, 사무실 끝에 앉아있는 부장님 생각하면 된다 

회식은 언제나 진부하다. 회삿돈으로 좋은 음식과 술을 먹고, 노래방에 가고, 다음 날 출근 걱정을 하며 택시에 오르는 일. 그러면서도 무언가 기대하게 되는 게 또 회식이다. 언제 거국적인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재미가 없다. 20대 때야 접하는 모든 것들이 새로워 돌아만 다녀도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일을 억지로 만들려고 무진 애를 써야 한다. 근데 또 나이가 드니 그럴 힘도 없다. 그저 상황이 도와주고 재수 좋게 얻어걸리면 그날 하루 즐거울 뿐이다.

지난 회식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였다. 1차 식사와 술, 2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국민 회식 코스 중에도 어떻게 재미있는 일을 만들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식에 참여했던 30대 초반 여직원과 하룻밤을 보냈는데, 사실 섹스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원나잇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오가는 묘한 신경전, 스릴이 더 중요하다.

우선 본인 회사에 여직원이 많고 회식도 잦은 편이라 환경적인 요인도 뒷받침된다는 전제는 깔고 가겠다. 아무튼 과정은 대충 이렇다. 인생의 어느 길목에 접어든 순간부터 누구와 원나잇이 가능할지가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다. 여성이 보내는 특유의 시그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가능할 법한 상대를 물색한 후 몇 가지 성적 농담, 옆자리 또는 앞자리에 앉는 등 호감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신호에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꼭 있다. 자리가 무르익으면 가벼운 스킨십으로 좀 더 강한 신호를 보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좀 더 직접적인 멘트(‘술자리 끝나면 둘이서 맥주 한잔할래?’ 같은)를 날린다.

‘이 사람은 원나잇에 개방적인 사람인가?’, ‘내가 던진 시그널에 반응할까?’, ‘반응을 보인다면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등 그 과정에서 오는 스릴과 기대감 자체에 보다 더 흥분을 느낀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 철칙은 상대가 부담되지 않게 ‘난 늘 원나잇 하는 사람이다’,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다’, ‘난 매너 있는 사람이고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다’, 라는 이미지를 남기는 것. 아무튼 이게 참,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데, 그때그때 상황과 상대에 맞게 임기응변하며 이런 인상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 이 나이가 돼 보시면 되겠다.

아무튼, 50대에 접어들며 생긴 가장 큰 심경의 변화는, 원나잇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원나잇을 통한 섹스가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면, ‘이 사람은 원나잇에 개방적인 사람인가?’, ‘내가 던진 시그널에 반응할까?’, ‘반응을 보인다면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등 그 과정에서 오는 스릴과 기대감 자체에 보다 더 흥분을 느낀다.

이 때문에 가끔 허탈한 감정도 드는 듯하다. 요즘 애들 말로 ‘현타’라고 하나. 인간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맛있는 라면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김치가 필요한 것처럼, 원나잇 남녀에게 서로는 그저 술과 음식으로 즐거운 그날 하루를 좀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나잇 후 죄책감, 찝찝함, 의무감 따위의 감정이 들 법도 하지만, 그런 감정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니, 감정을 섞으면 원나잇 못한다. 원나잇을 원하면서도 상대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다면 그저 하룻밤 여흥으로 깔끔하게 끝내야 할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게 된다. 누군가는 원나잇으로 끝내고 싶은데, 누군가는 감정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하게 된다면 이후의 상황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MZ 세대의 사전적 정의(1980년대 초~ 2000년대 초반 출생)에 따르면 10대도 포함이 되지만, 윤리적 문제로 인터뷰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MZ세대 범주 밖의 연령대와의 비교를 위해 50대 남성과의 인터뷰도 포함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40여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대답하기 민감한 주제이고 ‘원나잇’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어 최종적으로는 17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 차원에서 대부분 공통 질문지에 기반한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으며, 전화·영상통화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이 중 연령대별로 취향, 직업, 학력 등을 고려, 대표성을 가진다고 자체 판단한 총 6인의 인터뷰를 본문에 게재하기로 하였다. 일반화된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본이지만, 세대별 성생활의 면면을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성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목적으로 인터뷰 내용을 제시하기로 하였다. 인터뷰이의 이름은 모두 익명 처리했으며, 인터뷰이 및 거론되는 인물의 개인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삭제하였다. 본문은 내용 전달의 편의를 위해 인터뷰이의 답변 내용을 일부 각색하였으나, 인터뷰이가 언급하지 않았거나 사실과 무관한 내용은 일절 포함하지 않았다. 아울러 필자의 성별(남성)에 따른 접근의 어려움으로 여성 인터뷰이를 확보하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