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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채팅앱에서 원나잇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3-02-21T17:46:36+09:00

야! 너두 할 수 있어, 존잘남이 아니더라도.

‘ONS X’, ‘FWB X’, ‘No Hookups’, ‘그냥 사람 구경 중’. 채팅앱으로 간편하게 하룻밤 여흥을 즐길 상대를 찾던 당신을 원천 차단하는 프로필들 일색이다. 대화가 조금 무르익는다 싶으면 갑자기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앱이나 불법 조건만남 인력사무소 같은 앱을 피해 어찌어찌 찾아온 ‘일반인’들 위주의 앱이었건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도용인지 실사인지 모를 존잘남들의 대거 포진으로 생태계도 심각하게 교란된 상황. 그렇게 스마트폰 스크린을 쓰다듬던 당신의 손길은 이내 아랫도리 언저리를 쓰다듬고 있다.

일단 채팅앱 혹은 데이팅앱에서 원나잇 스탠드를 성공하는 꿀팁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다. 원나잇 필살 노하우 같은 것이 있었다면, 진작에 비법전서로 출판되어 성경 못지않은 판매량을 기록했을 것이다. 한 사회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성인 남녀 섹스 횟수 최하위국이라는 오욕도 진작에 씻어냈을 것이다. 그래서,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아니, 그래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뭐든지 날로 먹을 수 있는 건 없다

채팅앱을 통해 욕정을 풀겠다는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날로 먹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다. 나이트나 클럽에서 서로의 용안을 확인하고 살을 부대끼다 이뤄지는 원나잇도 쉽지 않은데,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원나잇 상대를 물색하겠다니. 욕심이 지나치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코시국 까지 겹친 상황에서 채팅앱으로 거사를 치르겠다는 발상은 상상 속의 동물인 당신의 여자친구만큼 신기루 같은 것이다.

어차피 안 될 놈은 안 된다. 게다가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는 놈들의 독식으로 빈부격차만 벌어지는 것이 이 판이다. 애초에 섹스 상대가 있는 사람이 채팅앱이나 데이팅앱 따위에 기웃거릴 일이 있겠냐, 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오산이다. 김태희 같은 여친이 있더라도 옆집 사는 순이가 더 예뻐 보이는 남자들, 그 금수 같은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기웃거리는 것이 채팅앱이다. 그래서 찌질한 대부분 우리를 위한 빈자리를 좀처럼 남겨놓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현실 세계에서 여심을 홀리지 못하는 사람은 채팅앱에서도 관계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여자들의 5나노 공정 기반 예민함은 단지 몇 글자 채팅만으로도 당신의 찌질함을 알파고 뺨 때리는 수준으로 판별한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찌질남들이 기대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긴 하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어느 정도 리스크가 수반되는 무지성 공략법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심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전자부터 시작해보자. 

성공비결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말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당신이 어떤 여성을 ‘무난하네’ 정도로 생각한다면 실상은 당신에게 과분한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섹스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상대방의 외모뿐만 아니라 나이, 국적, 인종, 성격, 직업, 심지어 성별(?)까지 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이에게 추파를 던져 볼 것.

한때 원나잇 성지로 여겨졌던 틴더(Tinder)를 예로 들어보면, 그냥 모든 상대를 무작정 오른쪽으로 스와이프(쉽게 말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하는 것이다. 주변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장담하건대, 몇 날 며칠 끈기 있게 노가다를 하다 보면 한 명은 얻어걸린다. 존잘남들과의 매칭에 실패를 거듭하다 제풀에 지쳐 당신을 간택해주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니 말이다. 

확률을 더욱 높이는 옵션도 있다. 근본 없는 어설픈 감성 멘트보다 ‘섹파 찾습니다’, ‘FWB’, ‘ONS’, ‘서로 얽매지 않는 쿨한 관계 찾음’ 같은 노골적 문구를 프로필에 적어 놓는 것이 차라리 주효할 확률이 높다. 언감생심 당신의 어설픈 말발로 승부를 보겠다는 만용은 넣어두고, 애초에 목적이 확실한 사람만을 목표로 하는 것.

수요가 적은 CD(남장여자나 여장남자를 칭하는 cross-dresser의 약자)나 트렌스젠더도 괜찮다면 새로운 취향을 계발한다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는 선택지도 있다. 혹은 나를 찜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를 이용해 매칭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을 먼저 찜할 일은 없겠지만.

성공비결 둘, 무지성 원나잇은 지양할 것

그럴 리 없겠지만, 이런 무지성 원나잇에 혹했다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일단 뒤탈이 많다. 가장 흔하게는 성병부터 시작해서 임신의 위험이나 수틀리면 성폭행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여러 위험이 산재한다. 쉽게 이루어지는 만큼 쉽게 저버리고 배신할 수 있는 못난 관계이니 말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뒤탈은 소위 말하는 ‘현타’이다. 시원하게 사정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이도 훨씬 많고 몸매 관리도 엉망인 상대가 ‘오빠~’하며 안기는 걸 보고 있자면, 안 그래도 찌질한 당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칠 것이다.

보다 더 안전하고, 자존감도 지켜줄 수 있는 원나잇은 역설적으로 원나잇의 의지를 버릴 때 찾아온다. 개풀 뜯어 먹는 소리 같겠지만, 사실 좀 복잡한 얘기다. 그대들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노멀한 여성들은 하룻밤 유희 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혐오한다. 여자도 성욕이 있고 너저분하게 한바탕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라는 생각은 당신과는 무관한 얘기다. 차은우 정도는 생겨줘야 조금은 가능한 얘기니 뇌피셜은 일단 접어두고.

단 하루이지만 몇 년의 만남을 이어온 것 같은 압축적인 관계의 밀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실상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는 동물이다. 보통의 원나잇을 추구하는 남자라면 섹스를 통해 자신의 남성성과 고지를 점령했다는 상징을 부여하는 것이 대부분. 반대로 많은 여성은 같은 섹스더라도 그것을 무의미한 정욕의 해소보다는 하룻밤 뜨거운 로맨스로 의미화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밀감의 형성이라는 의례가 필요한 것이고.

얼마간 대화를 하며 공통분모를 찾고, 만나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술 한 잔 기울이며 농밀한 대화를 나눈 후에야 하룻밤 정사가 불같은 로맨스로 ‘합리화’된다. 당신이 안전하고, 믿을만하고, 자신을 단백질 인형 같은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단 하루이지만 몇 년의 만남을 이어온 것 같은 압축적인 관계의 밀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애초에 섹스만을 목적으로 채팅앱에서 노멀한 여성에게 접근한다면 백전백패이다. 상대와 인사를 트고, 관심을 유도하고, 확신을 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니, 지난하다는 생각조차 하면 안 된다. 스스로를 속이고 정말 나는 이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싶고 알아가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음흉한 속내는 어떻게 치장하더라도 여성의 마음이라는 문 앞에서 입뺀 1순위이다. 대게 성욕은 항상 이성을 앞지르니,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원나잇은 관계 형성의 각 단계에 위치한 통과 의례를 빠르게 치고 나가며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원나잇은 관계 형성의 각 단계에 위치한 통과 의례를 빠르게 치고 나가며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무지성으로 성사되는 원나잇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드는 방법이지만, 당연히 그 대가는 노력에 비례한다. 무지성 원나잇의 공허함과 여러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면, 마음에 드는 여성과의 하룻밤이 만족스럽고 깔끔하게 진행되기를 원한다면 ‘합리화’라는 MSG는 꼭 쳐주도록 하자.

당신의 사정(射精), 그녀의 사정(事情)

그게 연애지 무슨 원나잇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역시 당신은 찌질하다. 로맨스로 합리화된 원나잇의 경우 대게 서로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채팅앱에서 진지한 만남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로맨스에 취해 하룻밤을 보내더라도, 아침에 눈 뜨면  관계를 이어가는 데 놓인 많은 걸림돌은 금세 현실로 다가온다. 아직도 ‘우리 채팅앱에서 만났어’라고 하면 수군거리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인지상정. 그렇기에 보통은 한쪽에서 ‘어제는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만나~’라는, ‘언제 밥 한번 먹자’ 같이 기약은 없으나 나름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서로의 갈 길을 간다. 

섹스라는 것에 사랑이 꼭 전제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신뢰와 확신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인간이란 상징의 동물이기 때문에, 섹스로 인한-그것이 어떠한 경위로 이루어지든-진정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적절한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유튜브 현자 조던 피터슨(Jordan Peterson) 교수도 섹스를 모든 행위나 의미와 분리해 그 자체만을 편취한다면, 그 끝에는 공허함과 쓰디쓴 현타만이 뒤따른다고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는가.

특히 여성이라는 젠더는 더욱더 그러하다. 남녀는 ‘똑같다’고 하는 것이 요즘 대세이건만,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남녀는 ‘다르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라디오 호스트 수잔 밴커(Suzanne Venker). 그녀는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막대하다는 사실은 섹스에서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여성이 남성과 유대를 맺는다는 것은 안정감, 사랑, 헌신을 느끼기 위한 필요로부터 시작된다. 바로 그 필요가 여성이 충분히 안심하고 섹스에의 장벽을 허물도록 만드는 핵심이다.”

그러니 원나잇을 꼭 하고 싶다면, 그런 그녀들의 사정을 헤아리자. 당신은 세차게 사정(射精)하고 싶어도 그녀는 올바른 사정(事情)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