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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뜩이 안 되네! 아무도 모르는 MMA 판정 기준
2023-02-22T17:34:43+09:00

션 오말리가 표트르 얀을 이긴 이유? 대부분의 MMA 팬들이 모르는 판정 기준

종합격투기(MMA)에서는 항상 판정 논란이 일어난다. 구기 종목처럼 명백한 득점으로 점수가 갈리는 게 아니라 판정단이 각자의 판단에 의거해 경기에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주관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편향을 줄이기 위해 판정단을 세 명을 두지만 그렇다고 판정 논란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비교적 논란이 없을 정도로 판정을 하려면 판정단이 최소 10명쯤 돼야 할 텐데 그러려면 판정단을 고용하는 비용이 너무 커져 단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나면 항상 판정 논란이 벌어진다. 분명히 내가 볼 땐 진 거 같은 선수가 이기고, 내가 볼 땐 이긴 거 같은 선수가 지는 일이 생긴다. 팬들은 너도나도 판정에 한마디씩 한다. 판정단이 단체의 돈을 먹고 단체가 밀어주는 선수를 이기게 하는 부정한 판정을 내렸다든가, 판정단의 자질이 떨어진다든가, 복싱 채점하던 사람들이 와서 엉망으로 채점하고 있다든가 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곤 한다.

최근 가장 판정 논란이 컸던 경기는 전 UFC 밴텀급 챔피언 표트르 얀 대 떠오르는 신예 션 오 말리의 대결이었다. 오말리는 판정단 세 명 중 두 명의 지지를 받아 2:1(29-28, 29-28, 28-29)로 얀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에 많은 팬은 의문을 제기했다. 분명히 얀이 오말리를 테이크다운해 오랜 시간 상위 포지션에서 컨트롤했는데 왜 이게 오말리의 승리인가? 한국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MMA 기자들도 뜻이 일치했다.

mmadecisions.com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6명의 미디어 관계자 중 25명이 얀의 승리로 판정했다. 29-98 얀 승리로 채점한 미디어 관계자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7명은 30-27로 모든 라운드를 얀이 가져갔다고 판정했다. 오직 MMAJunkie의 매튜 웰스 한 명만이 29-28 오말리의 승리로 판정했다. 또한 3,309명의 팬은 73.5% 이상이 얀의 승리로 채점했다. 오말리로 채점한 팬은 24.1%를 조금 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명백히 얀이 승리한 경기를 자질이 떨어지는 MMA 판정단이 혹은 UFC의 사주를 받은 판정단이 엉터리 판정을 내린 것인가?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UFC의 채점은 미국 내에서는 UFC가 아닌 주체육위원회에서 관할한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UFC가 직접 레퍼리와 판정단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UFC가 좋아하는 선수에게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MMA 판정단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MMA를 볼 줄 아예 모르는 엉터리라고 볼 근거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왜 팬들은 판정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MMA 팬들이 모르는 판정 기준

최근 들어 MMA 판정 기준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얀 vs 오말리뿐 아니라 팬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이 많이 나온다. 발렌티나 셰브첸코 vs 타일라 산토스에서도 산토스가 셰브첸코를 오랜 시간 컨트롤 했지만 판정에서 셰브첸코가 이겼다. 분명히 캘빈 케이터가 조시 에밋을 더 많이 때렸는데 케이터가 졌다. 더스틴 자코비는 칼릴 라운트리에게 타격 교습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패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판정 기준이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미국 지역의 MMA 판정을 주관하는 미국 복싱 커미션 협회(ABC)는 2017년 1월 1일부로 새로운 종합격투기 통합룰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MMA를 채점하는 기준이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아직까지도 이에 익숙하지 않다. 격투기 팬들의 대다수는 이에 대해서 모르고, 격투기 관계자들조차 이에 대해서 모른다. 심지어 판정을 하는 판정단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기준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판정 기준은 서서히 스며들어 이제 완전히 판정 양상이 달라졌다. 그래서 룰이 개정된 지 5년이 넘은 이제서야 팬들이 판정 흐름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글의 목적에 맞게 판정 부문만 살펴보자. 종합격투기 다음과 같은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채점된다.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이 라운드 판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간주돼야 한다. 효과적인 적극성은 플랜 B이다. 이때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 영역에서 어떤 우위도 없는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 케이지/링 컨트롤은 플랜 C다. 다른 모든 기준들에서 양 선수가 동등할 경우에만 필요하다. 극도로 드문 경우다.”

종합 격투기에서는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이 일차적으로 채점의 전부다. 다른 요인들은 이 부문에서 점수 차이가 나지 않았을 때만 고려되는 부차적인 기준이다. 일단 채점에 있어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만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은 무엇을 뜻하나.

“효과적인 타격은 시합을 끝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즉각적이거나 누적적인 임팩트를 내는 합법적인 공격이다. 즉각적인 임팩트를 내는 경우를 누적적인 임팩트를 내는 합법적 공격보다 더 가중해서 채점한다. 효과적인 그래플링은 시합을 끝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즉각적이거나 누적적인 임팩트를 내는 테이크다운이나 서브미션 시도, 리버설, 유리한 포지션의 달성을 성공적으로 집행한 경우다. 즉각적인 임팩트를 내는 경우를 누적적인 임팩트를 내는 합법적 공격보다 더 가중해서 채점한다.

성공적인 테이크다운은 그저 포지션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테이크다운의 사용을 통한 공격의 성립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상위/하위 포지션의 파이터들은 그들의 포지션보다는 그들의 행동의 임팩트/효과성에 더 중점을 둬서 평가돼야 한다. 이 기준은 라운드를 채점할 때 거의 대부분의 판정에서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다음의 두 기준은 백업으로 취급돼야 하고, 오직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이 라운드에서 100% 동일할 때만 사용돼야 한다.”

요약하자면 ‘임팩트’를 기준으로 경기를 평가해야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경기를 피니시할 수 있는 KO 타격이나, 서브미션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를 기준으로 경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여러 번의 작은 공격이 누적되는 것보단 타격 한 방, 서브미션 시도 한 번에 피니시 직전까지 몰고 가는 즉각적인 임팩트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잔 매를 여러 대 때린 것보다 한 방 제대로 맞혀서 그로기를 주는 게 현 채점 기준에서는 더 높이 평가된다.

컨트롤, 컨트롤, 컨트롤

많은 팬들은 ‘어그레시브’와 ‘컨트롤’ 요소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테이크다운 해서 컨트롤했기 때문에 이겼다”, “더 적극적이게 경기했기 때문에 이겼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 하지만 어그레시브 그리고 타격이나 서브미션 시도, 유리한 포지션으로의 적극적인 전환(마운트 포지션 등)이 동반되지 않는 순수한 컨트롤은 일차적으로 판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 요소다. 컨트롤 영역은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에서 승부가 나지 않고, 효과적인 적극성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을 때만 고려돼야 한다.

효과적인 적극성과 격투 영역 컨트롤은 다음과 같다.

“효과적인 적극성:적극적으로 시합을 피니쉬시키려는 시도를 한 것을 의미한다. 핵심 용어는 ‘효과적인’이다. 효과적인 결과나 임팩트 없이 상대를 추격한 것은 저지의 평가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효과적인 적극성은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이 양 선수에게 100% 동일할 때만 평가돼야 한다.”

“격투 영역 컨트롤: 격투 영역 컨트롤은 누가 시합의 속도, 영역, 포지션을 좌우하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평가돼야 한다. ‘격투 영역 컨트롤’은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과 효과적인 적극성이 양 선수에게 100% 동일할 때만 평가돼야 한다. 이 영역은 매우 드물게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전적으로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 영역에서 채점이 이뤄지고, 여기서 승부가 나지 않을 때만 순차적으로 효과적인 적극성, 격투 영역 컨트롤이 채점에 반영된다. 부차적인 기준들을 들어서 ‘임팩트’에서 앞선 상대를 이겼다고 평가하는 건 전제 자체가 틀린 주장이다.

이전과 무엇이 다른가? 컨트롤 무용, 임팩트 우선

판정 기준이 정확히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면 이전 판정 기준이 어땠는지 알아야 한다. 바로 이전 판정 기준 때문에 팬들의 오해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라운드의 절반 이상을 스탠딩에서 보냈느냐, 그라운드에서 보냈느냐에 따라 판정의 우선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라운드의 절반 이상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면 그라운드를 위주로 채점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일단 그라운드 상황에서 2분 31초를 컨트롤했다면 남은 2분 29초 동안 큰 타격을 얻어맞았다 해도 그라운드 상황을 중점적으로 채점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상대방을 오래 상위에서 컨트롤했다면 그만큼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았다. A가 3분 이상 그라운드에서 별다른 대미지를 주지 않고 B를 컨트롤하다가 넉다운 펀치를 한 방 맞고 쓰러져 KO 직전까지 갔다면 이 당시 판정 기준으로는 A가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B가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그다음으로 타격의 ‘임팩트’가 아닌 ‘유효타 숫자’가 채점된다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경기를 끝내기 직전까지 몰고 간 강타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강타보다는 유효타 숫자가 채점에 더 중요했다. 저지들에게 ‘임팩트’도 판정에 포함시키라고 교육했다고는 하지만 규정상으로는 ‘임팩트’가 아닌 유효타 숫자가 채점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A가 라운드 내내 잔 매를 맞다가 한 방을 맞혀서 B를 넉다운시키고, KO 직전으로까지 몰고 갔다면 이 당시 기준으로는 B가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A가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판정 기준의 모든 요소가 모두 채점에 반영된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는 효과적인 타격/그래플링만 일차적으로 채점한 뒤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그다음 효과적인 적극성, 싸움 영역 컨트롤을 보는 반면 이 당시에는 전반적인 요소를 모두 채점에 반영했다. 이 당시에는 A가 타격과 그래플링에서 B에 살짝 밀렸지만,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컨트롤했다면 라운드를 가져갈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적극성과 컨트롤은 일차적으로 채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7년 이전의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 C. 판정단은 MMA 테크닉을 평가한다. 이에는 효과적인 타격, 효과적인 그래플링, 링/싸움 영역의 컨트롤, 효과적인 적극성(aggressiveness)과 방어가 들어간다.
  • D. 평가는 (C)에 나온 테크닉의 순서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효과적인 타격에 무게를 가장 많이 두고, 효과적인 그래플링, 싸움 영역의 컨트롤, 효과적인 적극성과 방어 순으로 무게를 둔다.
  • E. 효과적인 타격은 선수가 적중시킨 적법한 타격의 총 숫자에 의해서 판정된다.
  • F. 효과적인 그래플링은 적법한 테이크다운과 리버스(reversal)의 성공적인 실행의 총합을 고려해서 판정된다. 고려하는 요소들의 예로는 스탠딩 포지션에서 마운트 포지션으로 테이크 다운, 마운트 포지션으로의 가드 패스, 밑에 깔린 선수들이 활동적으로 위협적인 가드를 사용하는 것이 있다.
  • G. 싸움 영역의 컨트롤은 누가 속도, 경기의 위치와 포지션을 결정했는가에 따라서 판정된다. 여기서 고려되는 요소들의 예로는 그래플러의 테이크다운 시도에 넘어지지 않고, 적법한 타격을 함으로써 맞서는 것, 그라운드 싸움을 강요하기 위해 상대를 테이크 다운 시키는 것, 위협적인 서브미션 시도를 만들어내는 것, 가드를 패스해서 마운트 포지션을 얻는 것, 타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
  • H. 효과적인 적극성의 의미는 앞으로 전진하며 적법한 타격을 적중시키는 것이다.
  • I. 효과적인 방어의 의미는 공격적으로 카운터하면서 타격과 테이크다운, 리버스를 피하는 것이다.
  • J. 판정단들은 연동제(sliding scale)을 사용하여 선수들이 스탠딩이나 그라운드에서 싸운 시간을 다음과 같이 인정한다:
    • 1. mma 선수들이 한 라운드의 더 많은 부분(majority)를 캔버스에서 보냈다면:
      • a. 효과적인 그래플링이 첫째로 평가된다;
      • b. 그리고 효과적인 타격이 다음으로 평가된다.
    • 2. mma 선수들이 한 라운드의 더 많은 부분(majority)를 스탠딩에서 보냈다면:
      • a. 효과적인 타격이 첫째로 평가된다;
      • b. 그리고 효과적인 그래플링이 다음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누가 이겼다고?

이런 기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최근 판정 추세를 보면 생각보다 이상한 판정은 많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들이 많다. 판정은 단 세 명의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그래도 판정 기준을 알지 못하고 독자적인 기준으로 경기를 평가하는 것보단 판정 기준에 의거해 경기를 평가한다면 좀 더 MMA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표트르 얀 VS 션 오말리 스탯(출처: UFC)

판정 기준을 이해한 상태에서 얀과 오 말리 경기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타격과 그라운드 양면에서 앞섰던 2라운드는 얀이, 오말리가 타격에서 크게 우세했던 3라운드는 오말리가 가져간 걸로 볼 수 있다. 문제는 1라운드다. 얀이 오말리를 테이크다운시키긴 했지만, 컨트롤만 했지 그라운드 타격도 없었고, 서브미션 시도도 없었다. 그리고 타격에서는 비슷했지만 오말리의 적중 타격이 조금 더 많았다. 특히, 오 말리의 타격은 대미지가 큰 부위인 머리에 집중됐다.

이렇게 보면 오말리가 이겼다고 채점한 사람들도 아주 미친 사람들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말리가 얀을 이겼다는 게 아니라 오말리가 얀을 이겼다는 판정이 아주 황당한 판정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는 얘기일 뿐이다.

그래서 UFC 해설 위원 겸 리포터인 전 MMA 파이터 로라 샌코는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평가했고, 유튜브 MMA 분석가로 유명한 위즐(Weasle)은 얀이 이긴 게 맞다고 보지만 오말리가 이겼다는 것도 아주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고작 세 명이 평가하는 MMA 판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판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나, 옳다고 생각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현재 MMA계에서는 공식 기준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 단지 팬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MMA 전문 기자나, MMA 선수들, MMA 해설자들조차 기준을 잘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MMA 판정 비평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단 판정 기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이 옳은지, 잘못됐는지를 묻는 건 그다음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