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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몬드 오르간 바 ‘콩코드 서울’, 그곳에 림지훈
2023-08-11T09:39:06+09:00

종종 연주를 하고, 늘 누군가의 마음을 들어주는 사람.

그에게는 몇 가지 수식이 따라붙는다. 그룹 아소토 유니온에서 키보드를 쳤고, 펑카프릭 & 부슷다 멤버에서 퐁퐁 트리오로 이어지는 음악 여정으로 그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겠다. 긴 시간 건반으로 그를 말했다면 이제 시선을 환기해 이곳으로 들어가자. 충무로 대한극장 옆 골목에 자리한 ‘콩코드 서울’에는 여전히 하몬드 오르간을 치고, 사람들의 작고 큰 일상에서 술 한 잔 건네주는 림지훈이 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콩코드 서울’ 림지훈입니다.

요즘 을지로에 힙한 공간들이 많이 생기는데, 을지로가 아닌 충무로에 자리를 잡으신 이유가 궁금했어요.

예전에 한옥마을에 공연을 온 적이 있어요. 그 후 오랜만에 이 동네에 왔는데 기억 속 충무로는 술 마시고, 취하는 그런 인상이 있던 곳이었는데 많이 변했더라고요. 동네 분위기도 너무 밝고, 명랑하고 좋아서 ‘임대’라는 글자를 보고 바로 계약했어요. 유행하는 유흥가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경쟁 선상에 선다는 게 잘 안 맞지 않아서 유행하지 않는 곳을 찾았어요. 또 이 동네가 직장인분들이 많아서 평일에도 많이 찾으시고요.

위스키와 하몬드 오르간이 있는 ‘콩코드 서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콩코드 서울은 런던과 뉴욕을 오갔던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에서 이름을 가져왔어요. 이 여객기는 기름도 많이 쓰고, 좌석도 좁고, 티켓도 비싸고, 이착륙 시 소음도 크고 시끄럽고, 비효율적이었지만 부의 상징이자 특급 서비스의 대명사 같은 거였어요. 승무원들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결국 여객기는 운항을 종료했지만, 그 6~70년대에 꿈꿨던 우아한 미래, 낭만은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이뤘 건 이루지 못했 건 꿨던 꿈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 당시 바랐던 낭만이 서린 미래의 특급 서비스가 저는 위스키와 오르간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공간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해요. 림지훈님 1집 앨범을 들어보니까 한국적인 리듬이 묻어있는 이 노래들을 공간화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콩코드’ 뜻이 조화, 화합이라고 하는데 이미 우리는 혼재된 동서양 문화 속에서 뒤섞여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선택적으로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필연처럼 공기처럼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이 공간에 처음에 왔을 때 한옥에 있을 법한 문창살을 보고 되게 반가웠어요. 창 유리에도 올록볼록한 패턴이 있는데 요즘엔 저런 창문을 안 만들거든요. 시대도 섞여 있고 병풍, 그림 같은 모든 요소가 멋지게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신을 벗고 들어와 온돌바닥에서 마시는 서양의 위스키, 할머니의 자개 상, 90년대쯤 달았을 듯한 올록볼록 창유리, 결혼식 피로연장 떠오르는 청 병풍 홍 병풍, 이미 시간을 건너뛰었을 문창살 등등 흘러간 시대를 한자리에 모았어요. 스피커는 중학교 때 선물 받은 전축에서 남겨진 부분이고 30년 정도는 된 거 같아요. 롯데 스피커인데 중고 시장에서 5만 원 정도로 거래되는 거 같은데 소리가 좋아요. 앰프는 아내의 삼촌이 쓰시던 건데 아마 35년쯤 됐겠네요.

오르간 70년대 초반에 나온 물건이고 저와 만난 지는 23~4년 됐어요. 주기적으로 망가져서 선생님 오셔서 손을 봐주시는데 여전히 소리가 좋아요. 물론 주기적으로 수리를 해야 하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편한 것에 대한 중요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편한 것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불편한 게 나쁜 게 되는 것처럼요. 아무튼 수리해주시는 선생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걱정이네요.

일반 키보드가 아닌 하몬드 오르간을 연주하게 된 이 악기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하몬드 오르간은 일단 소리가 좋습니다. 소리 내는 일 하는 사람이 좋은 톤 가진 악기를 만나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든요. 사실은 합리화하는 거죠. 오르간은 여러 가지 음색을 가지고 있어요. 몽글몽글한 소리, 칼칼한 소리, 휘몰아치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요. 사람의 감정이랑 굉장히 가까운 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위스키 한 잔 곁들이지 않고 그냥 듣기에는 참 아깝다고 생각해요. 

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걸 즐기시는 편인가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술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자기를 지키기 위한 경계심도 심하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고민하고 괴로운 지점들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테이블에 앉으시는 분들은 말을 하고 싶어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나누는 게 힘들거나 그러지 않아요. 속상해서 마시는 분들 보면 안쓰럽고 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싫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음악을 하시는 것 보다 매일 가게를 열어야 하니까 루틴이 생기셨을 거 같아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루틴이 있는 삶 중 어떤 게 더 본인에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이상하게 루틴이 없지만 자유롭지도 않아요. 망한 것 같습니다. (웃음) 루틴이 있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꿈에서나 가능할 듯해요. 눈 뜨면 씻고, 먹고, 커피 마시고, 음악 틀고, 왔다 갔다 하고, 뒤적뒤적하고, 악기 전원 넣고, 노래 만들어 볼까 하고 큰 심호흡한 다음에 잠깐 누워 핸드폰 보고, 일어나서 착한 고양이와 놀아요. ‘내일은 뭐든 만들어야지’ 다짐 비슷한 것도 해요. 음악에 조금 더 몰입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근데 쉽지가 않네요.

고양이 얘기에 순간 눈이 반짝이신 거 같은데.

고양이를 키우며 ‘사랑’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어요. 예전엔 사랑이란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고양이가 너무 좋아서요. 찾아보니 ‘몹시 좋아함’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동물하고 사람은 같은 언어를 쓰는 게 아니니까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서로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고 자기표현도 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거짓말이 담길 수 없죠. 진짜만 오고 가는 거니까요. 

집사 라이프 말고 다른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2년 반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로만 다녔는데 사람 없는 곳으로 떠나는 걸 좋아해요. 풍광이 달라지면 긴장이 확 풀리니까요. 시멘트가 덜 보이고. 차가 줄고, 전라북도쯤 가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전엔 일본에서 캠핑을 많이 했어요.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이 고생은 재미를 위한 고생이니까. 사람 간의 거리가 있고. 한국말을 안 하니까 분리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제는 힘들기도 하고 못 간 지 꽤 됐네요.

하루 중 꽤 오랜 시간 필동에서 머무실 텐데 좋아하는 풍경, 맛집 등이 있다면.

필동은 남산이죠. 산책하고 내려오면 출출 하실 테니 중구 예장동 경양식집인 ‘그릴데미그라스’를 추천해요. 식사하시면 남산골 한옥마을도 둘러보시고, 콩코드 서울로 오시면 됩니다.

‘콩코드 서울’에 더 많은 공연이 있으면 좋겠어요.

공연 기획을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7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제가 하고 초대 공연도 진행하고 일단 횟수를 더 늘리고 싶어요. 랜덤으로도 자주 진행하고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EDC)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차 키, 콩코드 키, 케이스 벗긴 아이폰, 구형 미밴드 정도인 거 같아요. 무언가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항상 흘리고 잃어버려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