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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넷플릭스로 배우는 생활의 지혜 : 인테리어 편
2023-02-21T16:46:25+09:00

미뤄왔던 셀프 인테리어, 넷플릭스로 첫걸음마 뗀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집콕족이 되어야 했다. 외출 금지 모드 덕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집’으로 제약되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안식처의 의미는 더욱 각별해졌고. 어떤 집에 사느냐 하는 문제는 정서적 빈부격차를 부지런히 키우는 중이다.

5평 원룸에 살든 30평 아파트에 살든 평수와 동네를 불문하고 내게 주어진 면적 안에서 가장 나다운 공간을 꾸리는 방법. 이왕이면 세계적인 전문가의 식견을 참고해 보는 건 어떨까. 바로 넷플릭스에서 말이다.

어메이징 인테리어

인테리어로 자아실현 하는 개인들의 이야기. 전문가의 조언은 필요 없다. 그저 개인의 발상에서 시작해 영화나 시트콤에서 볼법한 기상천외한 인테리어를 현실 세계로 가져왔다. 이를테면 집 안에 거대한 수족관을 들인다던가, 집 한 채 살 수 있는 돈을 투자해 시카고 컵스 클럽 회관을 연출했다던가 거실에 스케이트장을 만든다던가 하는 것들. 심지어 뒷마당에 롤러코스터를 두는 사람, 실물 크기 인형의 집에서 살고있는 출연자도 있다.

오로지 내 취향과 행복에 집중할 뿐, 남들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 특히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주택 수족관을 만든 남자의 말이 인상적인데, 주변에서는 모두 미쳤다고 하지만 은퇴 후에 삶을 가득 채울 무언가가 있다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생기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좀 극단적인 경우인 건 인정. 다만 저 수족관만 바라보면 몇 날 며칠이고 행복하다는 그를 보며 ‘과연 나는 어떤 공간에 살면 그렇게 만족할 수 있을까’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적어도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혹은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 집 밖으로 꼼짝달싹할 수 없는 날이 오고, 또 그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더라도 별 정신적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굳이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맛집과 힙한 공간을 가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자기 집이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지식, 기발한 상상력, 대담한 추진력과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스러움이야말로 여기서 학습할 덕목이다.


돈 버는 리모델링

별 볼일 없이 따분한 1성급 민박집이 5성급 숙소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라. 만약 당신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돈을 벌고 있거나,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면 혹은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그러고도 ‘돈 버는 리모델링’을 보지 않는다면 분명한 손해라는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노하우는 기본이고,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집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도 기깔나게 버무렸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네비브 고더, 부동산 전문가 피터 로리머가 세계 곳곳의 민박집을 찾아가 진단을 내리고 컨설팅에 들어간다. 돈 안 되는 숙소와 불티나게 품절되는 숙소를 꼼꼼이 비교해 보며 안목을 기르자. 각 숙소가 위치한 지역의 특색에 걸맞은 인테리어가 완성되면 그다음 단계는 마케팅이다. 

호텔 아닌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는 고객이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는지 누구보다 예리하게 간파하며 어메니티의 중요성, 공간의 브랜딩, 포털을 통한 홍보 방법까지 조목조목 일러주는 피터의 조언을 비즈니스 노트에 빠짐없이 기록해 둘 것. 두꺼운 마케팅 책보다 열 배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도전! 협소주택

서울에 변변찮은 빌라 한 채 값의 반도 안 되는, 평균 4,600만 원 예산으로 집을 지으면 과연 어떤 결과물을 건질 수 있을까.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협소주택을 건축하는 존과 잭. 그들은 일대일 맞춤 정장을 디자인하듯 의뢰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아떨어지게끔 공간을 설계하고 현실화한다. 

작곡가 남편과 패션 디자이너 아내, 그리고 발레를 좋아하는 어린 두 딸에게 허용된 공간은 두 개의 방과 거실, 주방, 그리고 욕실뿐. 침실 바닥에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패션 엘리베이터를 제작하고, 꺼냈다 숨겼다 할 수 있는 의상 작업실을  만든다. 거실 캐비넷 벽면을 펼치면 아코디언 거울과 발레 바가 등장하며 발레 꿈나무를 위한 연습실이 조성된다. 

공간이 좁아서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주어진 자원 내에서 건축 지식과 테크닉, 유연성을 발휘해 고객의 희망 사항을 번듯하게 뽑아내는 장면을 보노라면 협소주택 전문가인 잭의 기량이 유달리 빛나 보인다. 

짧으면 10년, 길면 20~30년 동안 꼬박꼬박 빚을 갚아야 소유할 수 있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 협소주택 평균값의 10배, 20배를 들여서 마련한 내 집은 그대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닮아있을까. 한국에서 시세와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생각보다 가벼운 가격으로 내 삶을 본떠 만든 퍼즐처럼 자신과 닮아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를.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집, 그 안에서의 미래는 제법 다채롭다는 사실을 눈과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의 누군가 이렇게 증명해줬으니 말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마스터

보기 드문 인테리어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자는 런던 최고급 호텔 바를 디자인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영국 엘르 인테리어 잡지의 전 편집장인 미셸 오건데힌이 심사를 맡았다. 참가자 10명은 8주간 여덟 가지 디자인 과제를 수행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순수 인테리어 감각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의 인테리어로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독창성과 상업성, 개인의 능력과 협동성 사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 모델하우스, 호텔, 리조트, 일반 가게 등 다양한 테마를 던져주며 디자이너 간 협력이나 고유 스타일을 평가하는데, 결국 의도에 맞게 얼마나 잘 팔리는 공간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나머지 인테리어 프로그램이 전부 사람 중심이었듯이 결국 인테리어를 판매하는 이들의 역량도 고객을 얼마나 잘 간파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단순히 살고 싶은 공간을 넘어, 본인을 고객 삼아 ‘내가 사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집’이라는 테마로 인테리어에 나서보는 건 어떨는지. 일단 본격적인 셀프 취향 분석부터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