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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온라인 탑골공원 최신가요 8곡
2023-02-21T15:17:22+09:00
탑골 공원

우리 먼 훗날 탑골공원에서 만나 또다시 풍선 색깔로 정답게 싸우기로 해요.

종로 3가 1번 출구, 시간이 멈춰있는 그곳 탑골공원.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면 서울엔 탑골 파크가 있다. 이 유구한 역사의 명소가 온라인에도 있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어르신들 장기 두시는 그곳 말고, 유튜브에서 ‘라떼는 말이야’ 같은 댓글을 달며 젊은 꼰대가 되어가는 그곳. 양준일이 재평가를 받고, 홍경민이 김치 마틴으로 리스펙을 얻는 이 고인물 판에 어울리는 곡을 에디터들이 꼽아봤다. 뭐, 꼰대가 된들 어떠하리. 추억팔이 한번 재밌게 늘어놓으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김원준 – 너 없는 동안

타이트하게 비주얼 관리 들어가야 하는 연예인이지만 본업에 수려한 외모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엔 디카프리오, 앤 해서웨이가 그러하겠고, 한국엔 바로 이 사람, 김원준이 있다. X세대와 강남 오렌지족의 아이콘이자 치마 패션을 이끈 장본인인 그는 베일이라는 그룹 활동 시절부터 거의 전곡을 자작곡 하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그에게 가요 톱텐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안겨 준 ‘너 없는 동안’도 바로 그가 빚어낸 음악. 얼굴과 노래, 동시에 재생할 준비 됐나.

Track 02. 김국환 – 타타타

만화 주제곡 장인 김국환. ‘은하철도 999’와 ‘축구왕 슛돌이’로 어린 시절 우리 목젖에 서린 동심 지분 넉넉히 가진 분이다. 하지만 그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건 바로 가요톱텐 골든컵 수상에 빛나는 ‘타타타’. 이 노래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삽입곡으로 철학적인 가사가 단연 압권이다.

코흘리개 시절 이 노래의 포인트를 ‘아하하하’로 생각했다는 것이 송구할 지경. 이 가사는 양인자 작사가가 인도 여행 중 써내려간 것이라고 하니 왜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노랫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 우린 과연 당신을 ‘안다’라는 오만을 저지르지 않는 어른으로 잘 성장했을까.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3.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역사의 영웅들은 작은 발걸음 하나로 시대를 통째로 뒤흔드는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서태지 역시 동일선상에 있다. 갓 스물한살의 청년 하나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며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가요사를 새롭게 창조하다시피 했으니까.

소위 한국적인 ‘뽕끼’를 완벽하게 제거한 댄스음악을 배경으로, 한국어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랩을 얹고, 여기에 양념으로 파워풀한 댄스와 록음악적인 연주를 얹었다. 브라운관에 그가 등장한 바로 다음날, 그렇게 대한민국 대중음악사 제2막이 시작됐다. 오늘날 BTS가 싹틔운 케이팝의 농익은 과실도 결국 서태지가 황야에서 일궈낸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Track 04. 듀스 – 나를 돌아봐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었던 1990년대 초반은 무엇보다도 끼와 재능이 중요했다. 이현도와 김성재는 바로 그 부분에서 정점을 찍었다. 춤과 작곡, 그리고 전체적인 설계를 이현도가, 비주얼과 스타일은 김성재가 각각 맡았다. 여기에 본격 버터 윤기 좌르르 흐르는 뉴잭스윙/힙합 사운드는 듀스를 ‘간지’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특히 데뷔 초기, ‘나를 돌아봐’ 무대 인트로에서 보여준 이현도의 춤은 지금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 힙합 음악이 대중가요사에 보다 깊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공이 컸다. 안타깝게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조합이 됐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

Track 05.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꼬꼬마 초딩 시절, 아버지의 자동차 조수석에서였다. 몽환적인 인트로의 멜로디는 나른한 오후의 잠을 단번에 깨우기에 충분했다. 물론 10대 소년이 알코올을 마셔봤을리 만무하건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은은하게 퍼져 올라오는 칵테일의 향을 어떻게 느끼곤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정작 마로니에는 이 곡의 실제 녹음 멤버인 신윤미와 방송용 대체 멤버 간의 소송 때문에 이미지가 망가졌고, 결국 ‘원 히트 원더’를 대표하는 팀으로 끝났다.

Track 06. 황규영 – 나는 문제없어

시대를 잘 타고난 노래가 있고,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후대에 회자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대한 곡은 시대를 관통하며 언제나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송가와도 같은 시그니처송이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영원한 젊음의 찬가로 남은 것처럼,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도 마찬가지다. 공들여 만든 색소폰 인트로와 함께 황규영의 청아한 목소리로 던지는 메시지는 두번, 세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10년 후에도 울려퍼질 한국 대중가요사 최고의 희망가.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자자 – 버스안에서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이 노래의 안무에 맞춰 춤추며 놀던 기억이 난다. 스웩 넘치는 리듬 때문인지 당시엔 꽤 노골적이란 곡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듣고 보니 무진장 풋풋한 노래. 매일 학교가는 버스안에서 마주치는 그녀에게 반했음에도 말 한번 붙이지 못하는 남자의 애닳는 독백이 시작된다.

당사자만 몰랐지 썸은 이미 진행되는 중. 다가오면 받아 줄 준비 200%인데 그것도 모르고 망설이기만 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그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현실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만한 심리와 상황을 신나는 댄스곡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인간미가 넘치는 노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감칠맛나는 썸의 묘미를 온몸으로 느껴보자.

Track 08. 터보 – 회상

어렸을 적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 내 멋대로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건 영화 같은 로맨스. 일단 태어나면 일생에 한 번은 애틋한 사랑을 할거라 믿었던, 그러나 경험은 한 적 없는 초등학생 내게도 터보의 회상은 애잔했다.

이별 후에 그녀와 함께 갔던 바다를, 그것도 추운 겨울에 홀로 찾았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파도와 대화를 했을까. 어릴 땐 왜 다들 그렇게 믿지 않나. 세상에 바라면 이뤄지지 못할 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함께할 수 없는 한 사람을 그리는 슬픔이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 왔다. 만일 사랑이 끝나고 홀로 바다를 찾게 된다면, 이 노래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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