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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실리콘 컴퓨터, 사시겠습니까?
2023-02-21T19:00:44+09:00
애플 실리콘 컴퓨터, 사시겠습니까?

기쁨이 될지, 족쇄가 될지 알 수 없는 애플 월드로의 연결고리.

지난 6월 22일,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된 애플 세계 개발자 대회(WWDC) 2020 기조연설에서, 애플은 예상했던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지금까지 쓰던 인텔 칩을 버리고 애플에서 자체 제작한 애플 칩으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이미 사전에 알려진 소식이라 심드렁하게 지켜보긴 했다. 하지만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왜 애플이 인텔을 버리려는지는 알겠다. 인텔을 버리고 어떻게 애플 칩으로 바꾸려는 지도 알겠다. 애플 칩으로 바꿔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그렇게 바꾸면 과연 우리에겐 뭐가 좋아질까?

인텔을 장애물로 생각한 애플

애플이 인텔과 헤어질 것이란 소문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돌았다. 이 소식이 진지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출시된 초박형 노트북 맥북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1세대 모델까지 닿게 된다. 이때 출시된 이 제품들은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싶은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적당한 크기, 가볍지만 강력한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기기를.

인텔은 그런 면에서 장애물이었다. 애플이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능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을 때, 인텔 칩은 보안 문제가 터졌고(CPU 게이트), 2014년 이후로는 성능 향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벽에 부딪혔다.

이 고민은 비단 애플만의 것이 아니었다. MS도 다른 종류 CPU로 바꾸는 걸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문제는 호환성이었다. 21세기 PC 산업은 인텔-윈도 및 인텔-애플 동맹이 장악하고 있다. 수십 년간 만들어진 수많은 SW가 호환되지 않는다면, 그 컴퓨터를 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MS가 비 인텔 CPU를 써서 야심 차게 내놓은 서피스 RT 버전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나름 성공했으나 PC로는 인정받지 못했고, 맥북은 수많은 비판을 들으며 3세대까지 나오고 단종됐다. 그 와중에 애플이 새로 내놓은 컴퓨터는 지루하거나(맥북 에어), 나쁜 키보드를 강요하거나(맥북 프로), 제대로 된 신제품을(맥 프로, 맥 미니) 못 내놨다. 리콜 및 소송도 여러 번 당했다.

애플이 선택한 강공책

IDC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PC 산업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PC 시장이 성장했지만, 애플은 오히려 출하량이 줄어들었다. 자체 개발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 CPU를 바꾸겠다는 결정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애플의 강공책이다.

쉽지는 않다.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프로세서가 바뀌면 결국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한다. 2년 안에 모든 애플 컴퓨터에 애플 실리콘을 채택한다고 해도, 이용자가 이를 구매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애플은 원래 자신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걸 좋아하는 회사다.

성공할 수 있을까? 애플은 원래 자신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걸 좋아하는 회사다. 마치 자식을 과보호하는 부모 같다. 설계, 제조, 유통, 생태계까지 모두 자기 손안에 두고 싶어 한다. 애플은 이를 두고 ‘애플은 소비자를 기쁘게 하는 걸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애플이 꿈꾸는 앰비언트 컴퓨팅으로 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애플이 아이폰 다음 기술로 AR을 미는 건, 다가올 세상에선 컴퓨터가 없어도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애플 실리콘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완전히 통합된 경험을 할 수 있다. 애플 생태계를 넘어선 애플 월드가 완성된다. 아이폰으로 일상을, 아이패드로 콘텐츠를, 애플 컴퓨터로 일을 하는 세상이.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그런 세상을 이어주는 도구다. 당장 올해 나올 애플 실리콘 컴퓨터는 아마 단종된 맥북을 훌륭하게 리메이크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볍고 오래가며, 강력한 성능에 아이폰 앱까지 쓸 수 있는.

그런데, 우리는 행복할까?

그런데 지난 5년간 많은 맥 이용자는 애플이 소비자를 기쁘게 만들기보다, 애플이 원하는 걸 강요당한다고 느꼈다. 나비식 키보드나 물리 ESC 키가 없던 터치 바, 연약한 디스플레이 문제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애플 월드는 애플이 까닥 하나 잘못하면, 그대로 부서지는 연약한 세계다. 독점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분명 새로운 맥 컴퓨터는 여전히 비싸고 매력적인 제품일 것이다. 그게 ‘기쁨’일지 ‘족쇄’일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