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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 (Shazam!) 리뷰
2023-02-22T19:20:52+09:00

샤잠 붐은 온다. 수남이형 붐에 이어서.

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저스티스 리그를 마지막으로 DC 유니버스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 중간에 원더우먼이 훌륭한 스토리와 의외로 뛰어난 1차 세계 대전의 고증을 보여주며 선전했지만 뭔가 힘겨워 보이지 않던가. 하지만 수남이형(아쿠아맨)을 시작으로 DC 유니버스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에 쐐기를 박는 마법의 단어를 여러분에게 선보였다. 다 함께 외쳐보자. 샤잠!

바보 같다고 말할 수 없을걸

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만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보자. 악을 쳐부수는 지구 방위대 후뢰시맨과 바이오맨은 모두의 우상이었으며 BB탄 총만 있어도 전쟁 영웅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찬란했던 그 시절을.

DC가 새롭게 선보이는 ‘샤잠!’은 우리를 그 찬란했던 시절로 잠시나마 다시 돌아가게 해줄 모든 요소를 갖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 씩은 가져봤던 ‘만약 내가 슈퍼 파워를 가지게 되면 어떨까?’ 같은 로망, 혹은 망상을 다시 되새김질하도록 만든다.

성인이 아닌 코흘리개 어린아이가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일이 흘러가게 될지 상상해보자. 성인이 되어 머릿속을 가득 메우게 된 손익 계산 따위는 접어두고 당장의 작은 푼돈을 위해 능력을 펑펑 쓰지 않을까. 대중에게 주목받는 게 좋아서 마구 힘자랑도 해대고. 우리의 영웅 샤잠은 바로 이렇게 대단히 유치한 동기로 능력을 소비한다. 하지만 밉지는 않다. 우리도 한때는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으니까. 동심은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법이다.

꼬꼬마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후회 많은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절에 부모님 속을 깨나 썩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빌리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우리처럼 하나같이 부모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일만 골라서 한다. 자기중심적이며, 어디까지나 내 감정 외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자세.

물론 빌리는 아직 어리니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행복은 어쩌면 우리 근처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물론 빌리도 엇나가게 된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위해 속으로 삼켜야 할 때도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소년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찌보면 유치할 수 있는 영화지만, 마냥 어린이만을 타깃으로 한 영화도 아니라는 사실도 눈치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연기력과 연출이 가능했을까

‘소년이 마법의 단어를 외쳐 킹왕짱 힘을 가진 성인으로 변신한다’는 플롯은 단순하고 또 조야하다. 만약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매우 어색한 영화가 될 것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표정과 제스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이 필요할 테니까.

다행히 주연을 맡은 재커리 리바이는 매우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낸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때로는 어리숙한 어른처럼, 마치 가면을 바꿔 쓰듯 변화무쌍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다른 주·조연 배우들도 마찬가지. 마냥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스토리는 매우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선사한다.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과 재커리 리바이의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엿볼 수 있다.

정석적이지만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샤잠!은 데드풀2처럼 아는 것이 많을수록 웃음 포인트도 많아지는 영화다. 잠깐 스쳐 가는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어렸을 적 즐겼던 게임과 만화 영화가 녹아있다. 이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웃음을 터뜨리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하는 순간 어느새 광대가 하늘로 승천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DC의 전작인 ‘아쿠아맨’과의 유사성 또한 눈에 띈다. 공포 영화 출신 감독답게 한 번씩 터져주는 섬뜩한 연출도 인상적이며, 정석적이고 무난한 스토리에 복선 회수도 철저하다. 다음 장면에 대한 예측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다만 다른 것은 아쿠아맨이 영웅과 왕에 대한 올바른 길을 걷는 이야기였다면, 샤잠은 어린 시절의 로망을 떠올리며 예측 가능한 스토리조차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깔끔한 영화를 원했다

오늘날 히어로 영화의 트렌드는 복잡한 내면 묘사와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다.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지만, 이런 영화들만 너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그저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사실 항상 복잡한 영화만 보기에는 이제 조금 질릴 때도 되었으니까.

샤잠!은 바로 이러한 점의 대척점에 서있다.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하며, 그다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준비해야 할 것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체력과 마음가짐이다. 아쿠아맨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DC의 영웅인 ‘망토 두른 십자군’과 ‘강철의 사나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DC에는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 시종일관 무겁고 폼 잡는 분위기가 아니라 가볍게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하지만 흐름을 잃지 않고 주제의식을 향해 확실히 나아가는 영화. 샤잠!은 그동안 진지한 무게감에 지쳐있던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동시에 DC 유니버스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