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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틀게 될 걸, 여름 영화 추천 5선
2023-02-21T17:17:50+09:00

무르익지 않아 더 좋은 한 철, 여름이었다.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놓고,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을 마주하며 열대야를 적당히 즐길 줄 아는 당신을 위한 리스트다. 정수리를 강타하는 여름 한낮의 쨍한 햇볕도 영화 속에 녹아들면 청춘과 낭만으로 읽히는 것처럼 매 순간이 찬란히 빛나는 여름 영화들을 대령한다. 말갛게 하루를 정리한 후 바스락거리는 이불 위에서 보기를 추천.

와니와 준하

여름이 가진 여러 빛깔을 담은 영화 <와니와 준하>. 이 작품은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건조한 표정을 짓는 주인공 와니 역의 김희선과 청춘이란 두 단어를 사람으로 빚어낸 듯 풋풋한 조승우(영민 역)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줄 알았던 이 둘의 사랑은 와니에게 걸려 온 영민의 전화 한 통으로 현재로 소환된다. 하지만 와니 곁엔 지금이라는 시점을 나누고 있는 준하(주진모)가 있다. 와니의 판타지 같은 첫사랑과 지극히 현실에 닿은, 다른 결의 두 사랑을 만나보자. 와니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덕분에 영화의 시작과 끝에 청량감 감도는 애니메이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러닝타임 114분.


69 식스티 나인

1968년 5월 파리에서 일어난 68혁명의 영향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 ‘우드스탁 페스티벌’ 같은 전설적인 스토리를 써내려갔고 이 작품에도 내려 앉았다. 이 영화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의 자전적 감상이 녹아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나가사키현 사세보항은 무라카미 류가 태어난 곳으로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이 이곳으로 입항해 시위가 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반항의 기운이 거셌던 1969년 1월, 그 때의 영화 속 두 주인공 또한 여학생을 체육복에서 해방시키자고 외치며 투쟁거리를 만들며 시골 마을 학교에 소요를 불러온다. 사회적 배경을 떠나 그 시절에만 저지를 수 있는 무모한 치기를 보는 것만으로 여름 햇살아래 서 있는 것 같은 뜨거움이 마음 속에 인다. 113분.


여름 이야기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 멜빌 푸포의 치명상 당할 듯, 그 능글맞은 눈빛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 앞으로 모이시길. 아울러 여자 셋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일장춘몽 같은 여름 한 철을 보내고 싶은 사람도 뜨거운 이 해변으로 모이자. 여자친구를 기다리다가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과 사귀고, 그 직원의 친구와도 썸을 탄다. 하지만 여자들과 교류하며 고민하고 내적 갈등을 겪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 선택이라는 키를 쥐고 있는 것 또한 녹록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에릭 로메르 감독 ‘사계절 이야기’ 시리즈 중 여름 편인 만큼 계절감을 잘 살린 풍광이 아름답다.


톰보이

여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을 숨기고 있는 10살 소녀 로레, 아니 소년 미카엘. 누구보다 공을 잘 차고, 심지어 커트 머리까지 잘 어울린다. 파리 외곽으로 이사를 온 미카엘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숨긴 채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일상 곳곳을 누빈다. 그리고 옆집 소녀 리사를 만난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자신에게 있었을지도 모를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는 촉매가 될 것이고, 기존 질서라는 통념이 인간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며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러운 물음 속으로 걸음을 내딛게 할 작품이다. 러닝타임 82분.


칵테일

영화보다 OST ‘Kokomo’로 더 유명한 영화 <칵테일>에는 톰 아저씨라고 불리는 애칭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브라이언 역의 톰 크루즈의 빛나는 한때가 녹아있다. 뉴욕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려고 문을 두드리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는 주인공 브라이언은 꿈과 현실 사이에 자꾸 미끄러진다. 졸업장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일보다 현실적으로 돈을 버는 일에 주력하기로 한 그는 야간에 바텐더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매니저 코린(브라이언 브라운)과 친분을 쌓지만, 소위 ‘셔터맨’이 장래 희망인 그의 가치관에 반감을 가지며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되고. 브라이언은 그곳을 나와 자신의 공간을 열기 위해 떠난 자메이카에서 조르단(엘리자베스 슈)와 사랑하고, 또 오해가 쌓여 이별하며 그녀를 다시 찾아가는 어쩌면 뻔한 클리셰지만, 러닝타임을 가득 메우는 싱그러움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낡지 않았다. 러닝타임 10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