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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청주, 약주 등 우리의 양조주를 찾아서
2023-02-16T16:53:48+09:00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하지만 이제는 대세가 된 우리네 양조주.

알쓰와 술 입문자를 위한 주류 지침서

알쓰이거나, 혹은 이제 막 입문하려는 사람이 알아두면 더 좋은 내용들.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고 오묘한 술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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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양조주는 숙취가 많거나 뒤끝이 좋지 않은 술이라는 편견을 적잖이 뒤집어쓰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생산자와 판매자,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양조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그 가치를 점차 키워가고 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때는 멀게 느껴졌던, 우리네 역사에 전해 내려오는 가장 가까운 양조주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막걸리

‘우리나라의 술’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막걸리다. 막걸리는 ‘지금, 막’ 걸러냈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아무렇게나, 막’ 거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술을 빚고 위에 맑게 뜬 술을 걸러낸 후 바닥에 남은 걸쭉한 술에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춰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우리 조상들이 언제부터 막걸리를 즐겼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옛 문헌의 시 등을 보면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막걸리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젊었을 때는 백주를 즐겨 마셨으나, 벼슬길에 오르고는 청주를 마시게 되었다. 청주가 없을 때는 부득이 백주를 마시는데, 위에 차서 배가 부르니 불쾌하다.”[1] 양반은 맑은 청주를 마셨고 서민은 적은 양의 술에 물을 타 막 만든 막걸리를 마셨다는, 즉 술과 신분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의 막걸리 소비량은 줄기 시작한다. 맥주나 위스키 등 다른 술의 소비량이 늘면서 막걸리는 감미료 등을 첨가한 질 나쁜 재료로 만들어졌고, 결국 ‘숙취가 많은 술’, ‘트림 나오는 술’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였다.

최근 소규모 양조장의 확산과 크래프트트 막걸리 붐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가성비를 따지던 소비자들은 이제 가심비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가치와 의미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양조장의 확산과 크래프트트 막걸리 붐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술 소비 트렌드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던 소비자들은 이제 가심비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가치와 의미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생산자와 판매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무장한 전통주점이 곳곳에 생겨나고, 서울 한복판에서 청년들이 만든 막걸리가 유명 포털 광고 메인에 당당하게 소개되는 시대가 됐다.

막걸리에 대한 정보는 라벨에 전부 나와 있다. 좋은 막걸리를 고르려면 라벨을 확인하면 된다. 쌀이나 밀 등 원재료가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확인하고,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이 좋다. 발효를 위한 누룩까지 직접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다. 개인적으로는 도수가 높은 막걸리를 선호한다. 가수가 덜 된 만큼 원재료의 맛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아예 가수를 하지 않은 원주 그대로를 걸러낸 술을 전내기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양조장’에서 전내기를 생산하고 있다.

청주/사케

막걸리와 달리 청주는 맑은 술이다. 보통 쌀로 술을 빚으면 술이 익어가면서 밥알이 하나둘 아래로 모여 위에 맑은 술이 뜨게 되는데 이 부분만 걸러낸 것이 청주, 말 그대로 맑은 술이다. 청주는 쌀과 물, 누룩 외에 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앞서 벼슬길에 올라 청주를 마셨다는 이야기만 보아도, 얼마나 제조가 어려웠는지 알 수 있다. 청주를 만드는 목적 자체가 맑은 술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쌀의 표면을 깎는 도정 작업은 필수다. 쌀 껍질에는 전분 외에도 단백질 같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깨끗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을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쌀로 술을 빚으면 술이 익어가면서 밥알이 하나둘 아래로 모여 위에 맑은 술이 뜨게 되는데 이 부분만 걸러낸 것이 청주, 말 그대로 맑은 술이다.

청주는 장기간의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주로는 삼해주(三亥酒), 삼오주, 백일주가 있다. 음력 1월 1일에 빚기 시작해 세 번의 해일(돼지날)에 거쳐 만들어지는 삼해주는 꼬박 36일마다 덧술을 하여 세 번 빚는, 겨울에 빚기 시작하여 여름이 오기 전에 완성되는 귀한 술이다. 마찬가지로 매번 오일(말의 날)에 빚는 삼오주, 백일 간 빚는 백일주까지, 세 가지 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 번 빚는 삼양주라는 것이다. 또, 추운 겨울에 빚어 발효를 느리게 함으로써, 장기간의 발효가 필요한 술이다. 이처럼 청주는 아무 때나 빚을 수 있는 술이 아닌 귀한 술인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우리나라의 청주들은 실제로 ‘약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청주는 누룩을 1% 이하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전통 누룩을 사용하여 빚은 술은 모두 약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약주로 분류되어 버리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만들어진 주세법 체계 아래에서 우리의 청주는 약주로 분류되었고, 청주는 주로 일본의 사케와 동일시됐다. 또, 현행 주세법상 청주중에는 ‘증량청주’라는 분야가 있는데, 당분이나 산분, 조미료, 향료, 색소 등이 첨가된 청주를 의미한다. 어쨌든 이 분야에 속한 청주도 청주로 불리기 때문에, 정말 좋은 청주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성분표에 쌀, 물, 누룩 세 가지 외에 다른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주세법의 개선이 시급하다.

약주

약주는 전통적으로 ‘먹으면 약이 되는 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어르신들에게 술을 올릴 때, ‘약주 한 잔 올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술이 약이라는 생각이 깃든 것이다. 사실 약주의 정의 또한 굉장히 다양해서, 넓은 의미로 약주가 약이 되는 술을 일컫는다면, 좁은 의미로는 약재나 부재료를 넣어 빚을 술을 의미한다. 현행 주세법상 약주는 약재의 사용과는 무관하며 발효시킨 술덧을 맑게 여과시킨 모든 술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쌀과 누룩, 물 이외에 부재료를 넣어 빚은 술’이라는 정의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현행 주세법상 약주는 약재의 사용과는 무관하며 발효시킨 술덧을 맑게 여과시킨 모든 술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술을 빚어왔다. 식물의 잎이나 뿌리, 열매, 씨앗, 꽃, 심지어 동물을 이용한 술도 있다. 약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한데, 술을 빚을 때, 쌀과 함께 넣어 찌거나, 아니면 물에 달여 그 물로 술을 빚기도 한다. 솔잎이나 연잎 같은 재료는 발효할 때 생으로 술덧에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잎을 이용한 술로는 연잎을 이용한 연엽주, 솔잎을 이용한 송엽주 등이 대표적이다. 뿌리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술로는 생강을 비롯한 여러 약재가 들어가는 소곡주가 있다. 찹쌀을 이용해 빚는 소곡주는 술에서 찰기가 느껴질 정도로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특징이다.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나 확인하려고 찍어 먹다가 계속 마시는 바람에 일어나지 못한다하여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이다. 꽃을 사용한 약주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두견주이다. 진달래꽃을 이용해 술을 빚는데,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다.


[1] 류인수. ‘한국 전통주 교과서’, 교문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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