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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팀스턴건 선수부 해체 사건,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은
2023-08-01T08:45:52+09:00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격투기 팬들.

2021년 한 종합격투기 커뮤니티에서 전 UFC 선수 김동현이 관장으로 있는 팀스턴건(Team Stungun)의 선수부 해체설이 돌았다.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황인수, 당시 로드FC 라이트급 컨텐더였던 박시원을 비롯한 팀스턴건의 선수부 선수들이 집단으로 팀스턴건에서 나갔다는 것이었다.

팀스턴건에서 열 명이 넘는 선수들이 탈퇴했다는 건 이내 사실로 밝혀졌다. 김상욱, 윤창민, 고석현, 조성빈 등의 선수는 팀스턴건에 남기는 했지만, 훈련은 알아서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을 나간 그 어느 누구도 왜 팀을 나갔는지 말하지 않았고, 김동현을 비롯해 팀스턴건에 남은 선수들도 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한동안 뜨거웠던 논란은 어느새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팀스턴건 해체 원인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팀스턴건을 나가 카우보이MMA에 자리 잡고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 된 박시원이 최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팀스턴건을 나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에 이어 황인수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1년 만에 탈퇴 선수들이 입을 연 건 팀스턴건에서 선수 숙식을 제공하고 유튜브도 출연시켜주며 선수들 지명도를 올려줬더니 배은망덕하게 김동현을 배신했다고 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대해 해명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사진: 박시원, 황인수 인스타그램>

선수들의 팀스턴건 탈퇴 이유

우선 박시원은 팀스턴건에서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팀을 나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김동현은 훈련 내용을 칠판에 적은 뒤 선수들에게 이렇게 운동하라고 했을 뿐 직접 선수들을 가르치지 않았다. 선수들의 경기 때 현장에서 지도하는 세컨 역할을 한 적도 없다. 그가 체육관에 와서 선수들을 찾을 때는 유튜브 촬영 때뿐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관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하던 박시원은 한발 앞서 팀을 나갔다. 그리고 황인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집단으로 팀을 나갔다. 사실상 팀스턴건 선수부의 와해였다.

선수들이 김동현의 팀스턴건에 들어온 이유는 UFC 웰터급 랭킹 6위까지 갔던 세계적 선수의 지도를 받기 위함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방송인 김동현의 명성에 기대 유명세를 떨쳐 보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 레전드 선수에게 배우며 본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김동현은 지도를 제공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건 당연했다.

<사진: 유튜브 ‘양감독TV’ 캡처>

팀을 떠난 선수들은 1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많은 격투기 팬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최소한 근거 없는 비난으로부터는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그렇기에 1년 만에 입을 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팀을 떠난 황인수와 박시원 등의 선수들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특히 김동현이 식비와 주거비까지 다 대줬는데 고마운 줄 모르고 집단으로 떠났다는 점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박시원은 처음에는 김동현이 숙소 보증금을 내줬지만, 나중에는 선수들이 보증금을 냈고 월세는 처음부터 직접 냈다고 반박했다.

<사진: tvN 놀라운 토요일>

또한, 일부 네티즌들은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라는 식으로 뻔히 바빠서 제자를 지도할 사정이 아닌 김동현을 제 발로 찾아온 탈퇴 선수들의 잘못이라고 힐난했다. 김동현을 이용해 인지도를 올리며 단물은 다 빨아먹고, 이제 이용 가치가 떨어지니 스승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김동현 본인이 선수부를 운영해보겠다고 팀매드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조남진, 황인수, 고석현 등을 데리고 나와 체육관을 차린 것이다. 본인이 선수를 지도할 의지가 없었다면 팀매드에서 멀쩡히 잘 훈련하고 있던 선수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어야 했고, 새로 선수들을 받지도 않았어야 했다.

만약 김동현이 처음부터 자신은 선수부를 만들긴 하겠지만 지도를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면, 과연 어떤 선수가 팀스턴건에 갔을까. 본인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이 본인의 몫이라면 세상엔 어떠한 사기 사건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김동현 인스타그램>

사건 종결: 김동현의 잘못 인정

논란이 커지자 김동현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처음에는 큰 포부를 갖고 팀스턴건 선수부를 시작했는데 예능 출연과 육아 때문에 스케줄이 바빠 선수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황인수에게 잔소리도 너무 심하게 했다고 사과했다. 선수들은 자신을 보고 인생을 걸고 왔는데 미안하다 전했다. 끝으로 자신은 지도자의 그릇이 안 된다며 현재 팀스턴건은 팀이 아니라 그냥 밴드 수준이며, 선수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후원을 해주는 관계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박시원과 황인수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제자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들어왔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나가놓고 스승인 김동현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특히, 박시원이 김동현이 스폰서로부터 받았다가 자신에게 준 자전거를 다시 가져가서 서운하다고 토로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시원은 김동현이 업체로부터 선물 받은 자전거를 자신에게 타라고 주었는데, 팀을 나간다고 하니 하 자전거를 놓고 가라고 한 것에 대해서 마음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상당수 네티즌은 스폰서가 김동현에게 준 선물을 인지도 낮은 선수가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황당하다며 박시원을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네티즌들의 태도는 마치 헤어질 때 선물로 준 명품 돌려달라고 하는 ‘진상 남친 썰’을 보는 듯하다. 내 돈으로 샀으니까 또는 내 인지도 덕분에 받은 거니까 내가 이미 준 선물은 내 것일까? 민법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민법 제554조에서는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로 받은 물건은 받은 사람의 소유가 되고 되돌려줄 의무가 없다. 스폰서로 받은 물건은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인스타그램 같은 SNS나 유튜브에 한 번 노출하면 그 의무는 다한 셈이 된다. 그 이후에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줬다면 민법상 그 자전거는 선물 받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된다. 

<사진: MBN 국대는 국대다>

이후에 김동현도 고백했듯이 선수들은 한국 레전드 선수인 김동현을 보고 그에게 배우고 싶어서 왔지만, 김동현은 그들을 지도하지 않았다. 지도를 받지 못해서 떠나겠다고 하는 제자에게 행복을 빌어주지는 못할망정 굳이 자전거까지 뺏어야 했을까. 그리고 이러한 처사에 서운하다는 사람에게 ‘네 인지도로 어떻게 스폰서를 받을 수 있었겠냐’ 라는 식으로 조롱하는 일부 네티즌들도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각자의 행복을 빌어주자

이제 팀스턴건 사건은 종료됐다. 로드FC 챔피언 박시원과 황인수가 탈퇴 선수들을 대표해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했고, 김동현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시시비비는 가려졌다. 탈퇴 선수들은 김동현에게 일부 금전적 도움을 받았지만, 그에게 종합격투기 코치로서 도움을 받은 바는 없다. 김동현은 자신이 선수 생활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금전적인 부분이었기에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만 신경 써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사과했다.

김동현이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끝난 것이다. 이미 당사자가 사과한 사건에 대해서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사과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건 사과한 사람을 모욕하는 일이 아닐까. 

사적인 감정 해결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팀스턴건을 떠난 선수들은 여전히 팀스턴건에 앙금이 있어 보이지만, 이제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그만 잊는 게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을까. 이제 모두가 팀스턴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안다. 억울하다고 여기서 더 말을 보탤수록 선수 본인이 아닌 김동현과의 관계로 본인이 규정되게 된다. 남은 건 실력으로써 팀스턴건을 나온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거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누군가를 비난할 거리를 찾아 헤매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김동현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이제 그는 더 이상 종합격투기 지도자가 아니다. 팀스턴건을 떠난 전 제자들도 이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예능인 김동현에게는 예능인의 삶이, 선수들에게는 선수들의 삶이 있다. 이제 김동현은 예능인으로서, 박시원과 황인수 등 팀스턴건 탈퇴 선수들은 선수로서 활약하길 빌어 주는 것이 격투기 팬들의 역할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