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힙한 문화가 되었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힙스터가 될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도무지 책만큼은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다. 뇌가 도파민에 중독된 나머지 활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겠다. 책 읽는 법은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민망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당신이 독서를 할 수 없는 건,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로 독서를 한정 짓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서 문화는 생각보다 다채롭다는 사실. 어렵게 시작하지 말자. 어떻게든 책 읽는 법, 그 비결을 당신에게만 공개한다.
독서 계기 만들기
책 읽을 결심
북 클럽 가입하기
뭔가를 하고 싶으면 일단 돈을 써라, 그러면 아까워서라도 하게 될지니. 보통 운동에 통용되는 현대판 격언이지만, 독서도 다를 바 없다. 일단 돈을 써보자. 추천할 만한 독서 소비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일종의 1년 멤버십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대표적으로는 민음사의 민음북클럽, 문학동네의 북클럽문학동네가 있다. 그 외에도 문학과지성사, 마음산책 등 여러 굵직한 출판사에서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5만 원에서 7만 원 선. 계기를 만들기 위한 자본 박치기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혜자 그 자체다. 가입 시 받게 되는 책만 하더라도 본전은 충분히 뽑을 수 있다. 구성은 북클럽마다 상이하니 끌리는 쪽으로 가입하자. 민음북클럽은 가입시 받을 수 있는 도서 선택폭이 넓고, 온오프라인 패밀리데이, 회원 한정 에디션 도서 등이 특징이다. 북클럽문학동네는 저명 작가의 강연, 온라인 독서 모임, 익명 펜팔 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의 사항은 상시 모집이 아니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 북클럽문학동네는 4월 초부터 3개월간 신청을 받아 널널했지만, 민음사 북클럽 모집은 3일 만에 조기 마감됐다. 다음 모집 기간이 올 때까지 관련 정보와 후기를 살펴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 두자.
북톡 챌린지로 틱톡커 데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말 그대로 독서는 힙하다 뜻의 이 신조어는 독서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듯한 SNS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름하여 북톡 챌린지. 짧은 영상 내에 책을 읽는 모습을 담는 식으로 독서 인증을 하는 챌린지다. 자극으로 점철된 숏폼 속에서 차분한 분위기의 북톡 챌린지는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챌린지를 찍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서, 이성에게 지적인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서.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러한 유행이 반가운 이유는 책을 펴보기라도 하게 만들기 때문. 우리라고 못 할 이유 있나. 누가 아는가, 책 읽으려고 시작한 북톡 챌린지로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르게 될지.
팔자에도 없는 데뷔가 부담스럽다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해보자. 촬영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포인트는 과시와 인정욕구도 독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남사스럽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계기가 무엇이 됐든 간에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오프라인 행사 참여하기
밖돌이도 즐거운 독서 생활
서울국제도서전
불교계에 불교박람회가 있다면, 출판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도서 관련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입소문을 타고 해마다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올해는 1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하니, 독서가 확실히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사람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은 기본이요, 다양한 체험 행사와 지갑 열게 만드는 귀여운 굿즈, 신박한 독서 용품, 작가 강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의 향연이다. 책이 어색한 사람도 놀러 가듯 방문하기 좋은 행사인 것. 매년 다르게 준비되는 기획전시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큐레이션 또한 즐거움을 더한다.
국제도서전은 유명 출판사부터 소규모 독립 출판사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출판사마다 출판하는 책의 스타일이 다른데, 특히 영세한 곳일수록 색채가 뚜렷한 편. 아직 나에게 맞는 책과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면, MBTI 검사하듯 나만의 도서 유형 검사를 해 볼 좋은 기회의 장이 되겠다.
북토크와 낭독회
아직 독서 생활의 스타트를 끊을 책을 결정하지 못했다면 국내 작품으로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한다. 오프라인의 가능성, 즉 직접 작가를 만날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손 닿는 곳에 있는 존재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아이돌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서는 수십만 원을 써야 한다는데, 그에 비하면 가성비 최고다.
가볼 만한 오프라인 행사로는 먼저 북토크가 있다. 예술에 정답은 없지만 창작자의 의도는 존재한다. 내가 읽었거나 읽을 책을 쓴 당사자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북토크에 마련되는 질의 시간에는 책을 읽으며 가졌던 궁금증을 작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생생하게 들으면서 생각의 폭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낭독회는 북토크보다 더 낯설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오디오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하지만 같은 작품을 다뤄도 영화와 연극이 완전히 다르듯, 현장감이 더해진 낭독회의 사운드는 오디오북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북토크와 낭독회는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자. 주로 책 발간 직후에 열리며, 서점이나 작가 SNS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독서 공간 향유하기
책이 절로 펴지는 곳
독립서점
독립서점은 책방지기의 취향을 기반으로 꾸며지는 작은 책방이다. 돈을 좇기보다 진정으로 책이 좋아 책방을 열게 된 경우가 대부분. 진짜배기 책 덕후가 수집한 서적이 모여 있으니, 어느 정도는 검증된 리스트업이라고 해도 되겠다. 문학만을, 시집만을, 희곡만을 다루는 등 콘셉트가 명확한 곳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매개가 되는 구심점이자 동네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벼운 독서 소모임부터 강독회, 글쓰기 수업 등 책을 중심으로 하는 아기자기한 만남이 종종 열린다. 혼자 책을 읽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면 독립서점의 모임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대표적인 독립서점으로 서촌의 보안책방, 서교의 진부책방스튜디오, 혜화의 위트 앤 시니컬, 망원의 책방 이올시다 등이 있다. 하지만 굳이 멀리 찾아가기보다는 동네에서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독립서점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 명소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했던가. 아무리 책과 거리두기 하는 사람도 주변 모든 이가 독서 중이라면 눈치가 보여서라도 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어디를 봐도 책 읽는 사람밖에 없는 공간, 당연히 도서관이다.
이왕 가는 김에 특색 있는 도서관으로 가면 어떨지. 정독도서관은 환승연애 속 데이트 장소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을 자랑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하는 만큼 봄에 방문하는 게 좋겠다. 한옥으로 지어진 청운문학도서관은 연못과 폭포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정자 열람실이 유명하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층고가 높고 창이 탁 트여서 기분 좋게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