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서 혁명으로(From Evolution to Revolution)’.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이 발표한 신형 스포스터 S의 캐치프레이즈다. 이미 어지간한 바이크 덕후라면 이 짧은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작에 파악했을 터. 그동안 브랜드가 오랜 세월 갈고 닦아온 대표적인 공랭 엔진인 에볼루션도 결국 유로5라는 환경 규제를 맞출 수 없는 상황까지 왔고, 마침내 긴 역사를 뒤로 한 채 수랭식 1,250cc 레볼루션 엔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할리데이비슨의 신형 모델은 스포스터의 이름만 빌린 완전 새로운 모터사이클이다. 공랭 에볼루션 엔진이 스포스터를 상징하는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의견이다. 하지만 굳이 스포스터의 유산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신형 스포스터 S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할리데이비슨의 의지와 쇄신이 담겨있는 기념비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1,250cc의 수랭식 2기통 엔진은 최근 브랜드가 선보인 최초의 어드벤처 바이크 팬아메리카에 쓰인 것을 그대로 탑재했다. 대신 할리데이비슨의 이미지에 맞게 회전수를 낮추고, 출력보다는 토크에 더 힘을 실었다. 따라서 최고출력은 121마력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비교적 초반부터 힘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펀치감과 크루저다운 주행 질감을 연출한다. 브레이크도 320mm 디스크에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써서 안정적인 제동감을 확보했다.
핵심을 차지하는 엔진에 이어 외관 디자인도 완벽하게 바뀌었다. 과거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계승하는 것은 연료를 담는 피넛 타입 탱크 정도가 전부다. 최근 팻밥에 탑재되던 가로형 바 타입의 LED 헤드라이트가 들어갔고, 업머플러 타입으로 빼낸 매니폴드와 두 가닥의 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대하다. 14년식에 겨우 ABS 하나 탑재하기 시작한 옛날 스포스터와 달리 TCS, 커스텀 설정 가능한 주행모드, 블루투스 연결 가능한 계기판 등 전자장비로 떡칠이 되어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물론 공랭 에볼루션 엔진이 없는 이 바이크를 과연 스포스터라고 불러야 할지는 지금도 의문이긴 하다. 하지만 이전에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뷰레터에서 인젝션으로 넘어가던 시기, 팬들은 브랜드를 향해 필터링 없는 비난을 퍼부었지만, 결국 그들 모두 아직까지 할리데이비슨을 잘만 타고 다닌다. 그러니 정확한 판단은 정식출시 이후로 맡긴다. 시작가는 14,999달러부터.
신형 스포스터 S과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브랜드의 어드벤처 바이크 모델로 팬 아메리카가 있으니, 궁금하다면 해당 기사를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