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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거짓인 고딩들에게 ‘낚인’ 미국
2022-05-19T09:55:04+09:00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SPN도 걸려든 고교 미식축구 사기극.

미국 ESPN에서 생방송 중계한 미식축구 경기에서 사기극 논란이 불거져 일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가이코 ESPN 하이스쿨 킥오프(GEICO ESPN High School Kickoff)’로서, 최고 수준의 스포츠 프로그램과 재정을 갖춘 전미대학협회(NCAA) 디비전1 대학에 차출될 선수들이 결정되는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다.

논란은 최강 전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IMG 아카데미와 비숍 시카모어의 8월 29일(현지 시각) 경기에서 비롯되었다. 58-0 스코어로 대패한 비숍 시카모어의 형편없는 경기력에 여러 시청자와 관계자들이 팀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고, 결국 비숍 시카모어라는 고등학교의 소재와 실제 운영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며 코치와 선수들의 배경도 조작되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현재 오하이오주 당국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설 정도로 미국 전역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스로를 차터스쿨(주 당국의 인가 및 세금 보조를 통해 커뮤니티 일원들이 운영하는 자율형 공립학교)로 소개하고 있는 비숍 시카모어 고등학교 홈페이지에는 제대로 된 학교 주소도 없을뿐더러 실제 팀 구성원들은 대부분 졸업생이거나 주니어 컬리지(2년제 전문대학교)에서 훈련 경험이 있는 ‘나이 든’ 학생들이다. 팀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 시합을 거부당한 적도 많고, 원정 시 여행 경비나 숙박비 부족으로 시합이 취소된 적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수석 코치인 로이 존슨(Roy Johnson)은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기극도 문제지만, ESPN 같은 초대형 방송사가 미국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미식축구 무대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런 촌극을 생중계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작년도에 오하이오주 교육 당국은 비숍 시카모어가 ‘차터 스쿨도 아니고, 세금 보조도 받지 않는’ 학교라고 공식화한 바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확인 가능한 자료에 따르면 비숍 시카모어의 성적은 2020년도부터 전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총 득점은 실점이 49점과 342점으로서 결코 가이코 ESPN 하이스쿨 킥오프 같은 대형 무대에 설 만한 실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식축구 팬들은 구글 검색만으로도 비숍 시카모어의 형편없는 실력과 실체에 대해 알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간단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며 ESPN과 주최 측을 비판하고 있다. ESPN은 경기 대진 및 팀 선발을 담당한 파라곤 마케팅 그룹(Paragon Marketing Group)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파라곤 마케팅 그룹의 라시드 가지(Rashid Ghazi)는 자신들로서는 알아내기 힘든 정보였다며 책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

경기 도중 ESPN 중계진은 “비숍 시카모어 측에 따르면 디비전1 후보급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한다”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보일 만한 구석이 보이진 않는다”고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라곤 마케팅 그룹의 안일한 팀 선발과는 별개로 ESPN도 자체적 검증 없이 고교 최강 IMG 아카데미와의 미스매치를 생중계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 여론의 대세이다.

비숍 시카모어 팀 자체만을 본다면, 사기 행각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미래를 전혀 고려치 않은 팀 관리 실태다. 비숍 시카모어는 논란이 된 8월 29일 경기 이틀 전인 8월 27일에도 경기를 치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등학생 선수의 경우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최소 48시간 이내 2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논란 이후 추가로 밝혀진 사실에 따른 사태는 더 심각하다. 비숍 시카모어의 첫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진 아론 보이드(Aaron Boyd)는 콤플렉스(Complex)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숍 시카모어와 관련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찍을 것이라는 등의 허언으로 선수들을 현혹했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막상 오하이오로 가니 캠퍼스도 없었고, 처음 다섯 달은 델라웨어의 숙소에서 지냈다고 한다.

또한, 캠퍼스가 없으니 출석을 할 수도 없었고 제대로 된 수업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한다. 딱 한 번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동네 도서관에서 엉망으로 진행되었고 다른 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날 무렵인 10월 무렵에서야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 다른 두 명의 제보자들도 로이 존슨이 프랭클린 대학에 입학 시켜 줄 것이라는 거짓 약속을 하였으며, 오하이오 주립 체육시설 사용권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실상은 아파트 단지에서의 훈련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심지어 식사는 이틀에 핫도그 한 개가 전부일 정도로 최악이었다고 한다. 한 번은 존슨의 차량을 훔치려고 했던 노숙자를 공격하라고 명령한 적도 있으며, 이 때문에 부상을 입은 채 경기에 뛰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증언자들은 로이 존슨이 수석 코치라기보다는 감독에 가까웠으며 모든 결제는 부도수표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로이 존슨의 전과도 이 부도수표 문제로부터 비롯되었으리라는 것이 보이드의 추측.

로이 존슨은 8월 29일 경기 이후 논란이 일자 팀에서 해고된 상태이다. 그는 사기 혐의로 체포된 이력이 있으며, 신생 미식축구팀 그리스찬스 오브 페이스(Christians of Faith)의 코치를 역임한 적이 있다. 오하이오주 베이몬트 호텔에 110,685달러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비롯해 다수의 민사 소송에 엮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비숍 시카모어의 설립자로 알려진 안드레 피터슨(Andre Peterson)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팀과 관련된 모든 것은 사기와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는 비숍 시카모어가 4년 전에 세워졌다고 했다가, 다시 2019년에 설립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주장으로 의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학교 소재와 관련하여서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주소를 말할 수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몇몇 인터뷰를 통해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자신과 팀은 한 푼의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의 아들도 지난 4년간 팀에 소속해왔다고 전했다. 피터슨은 “이 일이 사기극이라고 한다면 내 아들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는 얘기이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이건 말 그대로 나 자신에게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모든 혐의가 사실이라면) 나는 내 아들의 미래를 탈취해서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드와인(Mike DeWine)은 오하이오주 교육 당국에 이 학교의 법적 유효성과 실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수사를 명령한 상태이다. 한편 피터슨은 “우리 아이들은 우리 팀과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팀 운영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