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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묘각형 주택 by 비유에스 건축
2022-09-22T12:10:51+09:00

반려묘 집사가 꿈꾸는 묘한 집.

이 집의 평면은 오각형이다. 오각형은 다각형 중 모든 모서리를 둔각으로 만들 수 있는 도형이다. 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모서리에서도 직각이 없다는 점은 결국 낭비되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가구가 직각의 벽을 전제로 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유에스 건축이 작은 집에 둔각 모서리를 제안한 이유는 ‘부드럽게 열려 있는 끝’의 모습 때문이었다.

집뿐만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아도 직각의 모서리보다 둔각의 모서리를 만났을 때 좀 더 열린 벽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는 지면과 맞닿아있는 단독주택의 환경을 땅과 연계해 연속적인 경험으로 치환하는 데 꽤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건축주 부부의 요구사항도 오각형에 적합했다. 조경가인 아내는 볕이 드는 마당이 필요했고, 남편 또한 세분화된 목적에 맞춰 사용하길 원했기 때문에 오각형 배치를 통해 자연스레 마당을 나누었다.


고양이와 사람

묘각형 주택에는 망고와 탱고 두 마리 고양이와 부부 집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집을 설계하던 첫 시작점부터 고양이와 사람이 어떻게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지가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화두였다. 건축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해왔다. 그때마다 느낀 점은 고양이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각 고양이의 행동양식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집사와 고양이에게 가장 필수적인 조건부터 설정했다.

고양이 전용 화장실 그리고 털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양이의 접근이 제한된 드레스룸을 만드는 것. 두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문을 만들고,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창 뒤로는 간살의 목재 창을 두어 안전하게 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물론 고양이는 인간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다.


동그란 계단

거실과 침실 그리고 작업실이 세 개의 층에 각각 나누어져 있는 집의 구조상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도 하루 중 여러 번 수직 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건축가는 이 수직 이동의 경험을 부드럽고 완만하게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며 집의 계단을 수차례 수정해 현재의 계단 형태로 완성했다. 오각형의 평면을 고르게 둘러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모서리의 지점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곡면의 벽으로 연속된다. 계단의 출발점에서 끝 지점이 교묘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해의 위치 변화에 따라 벽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자연광의 강도가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만약 이 집의 가장 우아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계단을 통해 흘러든 빛이 부드러운 면의 질감을 비출 때일 것이다. 또한 이 계단을 중심으로 1층과 2층은 열려 있으며 어디 숨어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와 매번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도 계단 뒤에 머리를 빼꼼 내밀어 새로운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탱고를 만나는 일은 건축주에게도, 이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도 행복한 순간이다. 

수고로운 집사들을 위해 고양이 자동 화장실도 함께 추천한다. 쵸이어 쵸박스는 자동화뿐만 아니라 살균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고. 동영상도 참고해 소음 수준도 확인해 주자. 냥이가 사용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체크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