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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과 가성비 사이의 그 어느 지점,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추천 8선
2023-08-01T08:27:16+09:00

새해에는 요즘 힙스터들의 생활 필수품, ‘클바’ 한대 장만하셔야죠?

클래식 바이크의 매력과 감성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클래스는 역시 쿼터급이다. 우선 빠르지 않게 천천히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주행을 할 수 있고, 적당한 가속력으로 시내 주행에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와 동시에 콤팩트한 차체는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125cc처럼 너무 왜소해 보이지 않게 최적의 비율로 멋들어진 디자인도 뽑아낼 수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만이 들어왔고, 이후로는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수입이 끊기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겼다. 자연히 성능 대비 이해할 수 없는 비싼 가격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브랜드가 국내에 새로 상륙했고, 다양한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제 시장의 양상은 정석과 가성비의 양자택일 구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쿼터급 클래식 시장의 양상은 정석과 가성비의 양자택일 구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이미 앞서 임볼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를 몇 대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영상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많았기에, 텍스트로 조금 더 살을 붙여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출시될 기대작까지 몇 개 더 추가해봤다.

혼다 CB223S

CB400SS가 단종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배기량만 다를 뿐, 기본적인 차체 사이즈나 구성, 디자인 등 골격은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FTR223과 같은 스퀘어 엔진을 공유하지만, 트래커인 FTR과 달리 초점을 온로드와 데일리 바이크에 맞췄다.

아쉬운 점은 각각의 파츠 구성이 CB400SS에서 다운그레이드가 이뤄진 부분이다. 특히 CB400SS는 프론트 펜더가 크롬으로 클래식 바이크의 정석과도 같은 디자인큐를 갖지만, CB223S은 플라스틱 펜더를 꽂아 넣은 것만 봐도 전반적인 제작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CB400SS는 대부분이 등록 가능 서류 차량, 즉 불법이다. 극소수의 정식서류 차량은 기형적인 시세가 형성되어 있어 실제로는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쉬운 대로 CB223S를 추천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사실 CB223S도 그 자체만으로 이미 완성형 클래식 바이크다. 지금도 국내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시장에서 많은 라이더가 위시리스트 1순위로 꼽는 모델이며, 단순 파츠 소재의 아쉬움을 따질 수는 있겠지만 완성도는 상당하다. 덤으로 혼다의 헤리티지도 있어, 딱히 빠지는 구석이 없는 명차다.


스즈키 빅보이

같은 클래스의 영역에서 물론 다른 경쟁자도 많다. 혼다의 FTR223, 카와사키의 250TR, 그리고 같은 브랜드의 반반200과 어느 정도 겹치는 영역도 있다. 그런데도 빅보이를 고른 이유는 이 중에서 트래커/어드벤처 바이크로서의 퍼포먼스가 뛰어나면서도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데일리 바이크의 프로포션까지 완벽한 밸런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우선 빅보이는 최저지상고가 높고, 프런트휠 사이즈도 19인치로 상당히 크다. 간단한 흙길 정도는 우습지 않게 넘어가고, 요철을 넘어가는 능력이나 임도 주파력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핸들바도 높고 허리도 꼿꼿하게 세워져 포지션 역시 편하고 오프로드 주행에도 잘 맞는다. 또한 비교군으로 묶인 바이크 중에서는 250cc를 가장 꽉 채운 모델이라 출력과 가속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다만 클래식 바이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속에서의 토크감은 다른 기종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 또한 스즈키 바이크 답게  전륜 디스크의 품질이 썩 좋지 않아서 브레이크 성능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온/오프 모두 폭넓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컨용으로도 좋고, 한대로 데일리와 레저 목적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라이더에게도 유용하다.


야마하 SR400

앞서 CB223S를 클래식 바이크의 교과서라고 표현했다면, 야마하 SR400은 클래식 바이크의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바이크다. 단기통 400cc의 정통 공랭식 빅싱글 엔진이라는 플랫폼, 셀스타터 없이 오로지 킥스타터로만 걸 수 있는 시동 방법, 공랭 엔진의 특성으로 인한 계절과 온도 차이에 따른 민감한 특성까지. 그야말로 ‘오토바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바이크다.

26마력의 최고출력에 드럼 방식의 리어 브레이크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경악할 만한 스펙이긴 하다. 하지만 클래식 바이크, 그것도 쿼터급 클래스는 성능을 바라고 타는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킥스타터에 드럼 브레이크 같은 요소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플러스가 되고, 공랭식 빅싱글 특유의 고동감이 살아 넘치는 엔진 필링도 대단히 훌륭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작 SR400이 시내주행이나 실용구간에서 답답한 바이크는 아니다. 소위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같은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모델과 비교해보면 250cc 언저리의 차량들보다 확실히 시프트업 순간의 가속감이 훨씬 넉넉하고 여유가 넘친다. 무엇보다도 SR400은 이미 라이더 사이에서 공인된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의 끝판왕 아니던가. 예쁜 디자인과 훌륭한 만듦새는 이 모든 단점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베넬리 임페리알레 400

일단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중에서 사이즈로는 단연 압도적인 1위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들급 이상의 포스를 낼 수 있는 바이크. 실제로도 미들급 클래식 바이크인 카와사키 W800에 필적할 정도로 볼륨감이 큰데, 소위 ‘빵’이 중요한 우리나라 라이더들에게 임페리알레 400의 가성비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베넬리 임페리알레 400은 373cc 공랭식 단기통 빅싱글 엔진을 사용한다. 자연히 비슷한 구성의 SR400과도 비교가 되곤 한다. 물론 클래식한 맛이나 만듦새, 품질, 헤리티지를 따지자면야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 되겠지만,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에 ABS 탑재, 리어의 가스식 쇽업소버 등의 장비 스펙은 상당히 화려한 편이다. 순정 머플러 사운드도 상당히 클래식한 고동감을 잘 구현해냈다.

다만 탑재된 각종 장비나 스펙이 무색하게 20마력 언저리의 출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클래식 바이크가 성능으로 타는 장르가 아니라고 해도, 기본적인 배기량을 생각하면 살짝 답답하다. 가스식 쇽업소버와 ABS를 달고 있는 것에 비해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성능도 기대 이하. 하지만 시내 운전과 데일리 바이크로 활용한다면 크게 부족함은 없으며, 사이즈와 사운드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로얄엔필드 클래식 500

500cc라는 배기량은 조금 애매한 수치다. 어떤 기종은 미들급으로 분류되는데, 또 어떤 기종은 쿼터급에 포함되기도 해서 그 기준이 고무줄처럼 오락가락 한다. 다만 평균적으로 이를 가르는 기준은 출력과 성능이 결정짓는 경향이 있다. 이런 면에서 로얄엔필드 클래식500은 쿼터급 바이크와 그 결을 같이 하는 모델이다.

로얄엔필드 클래식500은 디자인부터 기본적인 구조까지 20세 초부터 전혀 변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 진정한 의미의 클래식 바이크다. 500cc 단기통 특유의 성질을 극대화해 굉장히 걸걸하며, 흡사 경운기 같은 진동과 회전 질감을 선사한다. 이 상당히 두텁고 퉁명스러운 진동 덕분에 파츠를 제대로 체결하지 않았다면 볼트 한두 개씩 빠지는 건 예삿일도 아니지만, 이 특유의 질감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어 로얄엔필드는 오늘날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필연적으로 인도 생산이 가질 수밖에 없는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도 마감이나 퀄리티가 뛰어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재작년부터 할리데이비슨을 수입하는 기흥 인터내셔널을 통해 정식 수입사가 자리 잡았고, 덕분에 보증기간 내 무상 AS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굉장한 메리트다. 차량의 유지 및 관리도 원활해졌고, 부품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데다가 조립 품질마저 소비자들의 클레임을 반영해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캐너 250

부캐너 250은 브랜드가 없이 단순 모델명으로 국내에 수입이 된 바이크다. 원래 이 바이크는 중국 룽자(Longjia)라는 회사에서 OEM으로 생산되는 바이크로, 각 나라에 다양한 브랜드로 엠블럼 갈이만 한 채 팔리는 기종이기 때문. 예컨대 영국에서는 렉스모토(Lexmoto)로, 또 어떤 지역에서는 SSR로 또 어떤 곳에서는 이탈젯(Italjet)으로 팔리기도 한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중국산다운 400만 원 중반대의 신차가다. 여기에 250cc 쿼터급에서 무려 V형 2기통 엔진이라는 플랫폼을 때려 넣었고, 한눈에 봐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멋진 디자인은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 브이트윈 엔진이 갖는 2기통 특유의 볼드한 질감과 사운드, 잘 빠진 연료 탱크와 머플러 라인의 형상은 상당한 임팩트를 자랑한다.

하지만 역시 품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디자인은 그럴듯한데, 각종 파츠부터 엔진 블록까지 세세히 살펴보면 저렴한 소재를 쓴 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제대로 브랜드를 붙여 들어오는 모델이 아닌 만큼, 향후 해당 기종의 유지/관리나 AS 측면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해외 직구를 하면 부품 수급은 문제가 없고 가격도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디자인과 사운드 측면에 강점이 있다 보니, 입문용이나 거쳐 가는 단계에서 타기에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


혼다 CB350

그동안 국내에서만 이상하리만치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일본산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영역에서 갈증을 한 방에 해결해줄 모델이 나왔다. 주인공은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모델명과 넘버링의 혼다 CB350. 혼다 인도 법인에서 출시된 모델로, 원래대로라면 유로5 규제가 적용된 우리나라와 유럽에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었던 바이크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도 정부에서 갑자기 유로5와 동등한 수준의 환경규제를 적용함에 따라 이 CB350 또한 현재의 기준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인도 생산이지만 어쨌든 혼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만큼, 350cc 단기통 엔진에 잘 빠진 실루엣은 그야말로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가 갖는 미덕을 모두 담아냈다. 교과서적인 연료 탱크와 단아한 펜더 라인, 단기통 공랭 엔진에서 뿜어내는 우아한 질감은 그야말로 CB400SS에서 CB223S로 이어지는 계보의 결정판이다. 심지어 여기에 2채널 ABS와 TCS, 슬리퍼 클러치 같은 전자장비까지 모두 탑재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혼다코리아의 정식수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로얄엔필드 메테오350

국내에서는 500cc 모델만 수입되지만, 로얄엔필드 본사가 있는 인도에서는 350cc 엔진도 주력 클래스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메테오 350은 바로 이 클래스에서 로얄엔필드가 새롭게 선보이는 모델이다. 크루저와 클래식 바이크 사이에서 미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디자인이 인상적인 바이크로, 전형적인 롱스트로크 엔진과 5단 기어, 저rpm 세팅의 전형적인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다.

이 350 엔진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개선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349cc 공유랭 단기통 엔진이다. 최근 출시되는 자사의 모델처럼 메테오 350 역시 기본적으로 ABS, 전륜 2피스톤 캘리퍼와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듀얼 쇽업소버 등의 사양이 모두 채택됐다. 클래식 500의 불친절한 진동이나 질감에 거부감이 있는 라이더라면, 공유랭 방식으로 훨씬 부드러운 엔진필링을 갖는 메테오 350에 더 매력을 느낄 공산이 크다. 또한 인도 현지 가격 정책을 봤을 때, 국내에서는 400만 원 초반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기대해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