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변화가 잘 느껴지는 요즘이다. 전통주가 새로운 모습을 찾아 꿈틀대는 모습이 보인달까. 샤인 머스켓, 무화과, 레몬 등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가 출시되고, 박재범, 성시경과 같은 셀럽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통주를 만든다. 주류 박람회에는 새로운 맛의 전통주를 찾는 젊은 세대로 북적인다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전통주가 전통이란 틀에 갇혀있지 않는다는 것. 전통에 뿌리를 두고 우리 것을 사용하지만, 전통주 시장은 사람들의 개별적인 취향에 맞춰 그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우리 식탁 위로 올라온 맛있고 재밌는 술들. 한번 맛보면 쉬이 잊히지 않는, 맛있기로 소문난 전통주를 소개한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전통주 추천
이름의 의미는 ‘쑥 풍미가 스민 탁주’. 달콤함을 뜻하는 프랑스어 수크레(sucre)와 쑥을 합성한 것이다. 충주 노은쌀과 물, 전통 누룩, 애엽쑥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쑥의 원맨쇼다. 감미료 없이 100일간의 발효 및 숙성을 거쳤다.
첫맛은 달짝지근하다. 보드라운 질감 사이로 쑥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싱그러운 허브 같기도 하다. 산뜻한 쑥 한 모금에 입안은 초록의 계절. 쑥 향이 입안 가득 맴돌며 달콤 쌉싸름하게 마무리된다. 청정한 자연을 원할 때 찾자.
Specification
- 분류 : 탁주
- 도수 : 10%
- 용량 : 375ml
요즘 가장 핫한 전통주를 하나 꼽으라면 지란지교 무화과를 말하겠다. 향긋한 무화과와 알싸한 막걸리의 조합이다. 시대의 요구를 받들어 막걸리를 재창조했다고 말하고 싶다. 막걸리 근본주의자의 마음도 바뀔 거다.
처음에는 새콤달콤한 무화과 향이 입가를 강렬하게 맴돈다. 딸기우유 같은 분홍빛이 입맛을 돋구고, 우유 같이 꿀떡꿀떡 부드럽게 넘어간다. 찹쌀의 단맛과 무화과의 싱그러운 풍미가 일품. 흔들기 전에 위의 맑은 부분을 먼저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Specification
- 분류 : 탁주
- 도수 : 12%
- 용량 : 500ml
고흥 지역의 특산물을 적극 사용했다. 고흥 쌀과 물, 누룩, 고흥 유자를 넣어 발효한 뒤 맑은 부분만을 걸러 숙성했다. 흔한 과실주나 담금주가 아니라는 말이다. 곡물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전통 곡주다.
도수가 낮아 달콤한 음료 같기도 하다. 상큼 달달한 유자 맛이 혀를 간지럽히고, 고소하고 담백한 곡물 맛이 목 넘김을 부드럽게. 연인과 분위기 잡을 때도 특효약이다. 고흥 유자주 한 병과 토닉워터만 있으면 유자 하이볼 완성. 달콤한 취기가 올라오고, 뒤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만 남을 거다.
Specification
- 분류 : 약주
- 도수 : 8%
- 용량 : 500ml
시간과 정성, 기다림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술. 재래 누룩과 쌀, 물로 술을 빚은 후 오랜 기간 숙성했으며, 세 번에 걸쳐 술을 빚어 그 맛이 깊고 화려하다. 100일간의 자연 침지, 다양한 미생물을 활용한 옹기 숙성은 모두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것.
입안 가득 숲이 펼쳐진다. 상쾌한 솔잎 향이다. 새콤, 달콤, 쌉싸름, 약간의 떫떠름, 기분 좋은 구수함까지 모두 힘차게 움직이며 입에 착 달라붙는다. 오미를 갖춘 맛이다. 약주가 이런 맛이구나 경험하고 싶다면 마셔보길. 가격이 꽤 나가지만 술을 빚기까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Specification
- 분류 : 약주
- 도수 : 16%
- 용량 : 500ml
우리나라 1호 누룩 명인 한영석 선생이 전통 방식으로 직접 빚어냈다. 청명주는 봄꽃이 필 무렵에 마시는 계절주로, 옛 문헌에도 제조법이 적혀있는 역사 깊은 술. 옛 사대부가 귀한 손님과 마시고, 궁중에도 올렸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루이뷔통 행사에 제공되기도 한 명품 중의 명품.
맛은 이름처럼 맑고 깨끗하다. 산뜻한 사과 맛이 입안을 채우고, 옅은 산미가 사라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잘 익은 사과를 먹으면 상큼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쌀의 진한 단맛이 감칠맛을 더해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Specification
- 분류 : 약주
- 도수 : 13.8%
- 용량 : 375ml
사실 너드만큼 쿨한 게 없다. 뺑뺑이 안경에 세상 물정 하나 모를 것 같지만, 너드의 소명은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것. 한 분야에서 특별함을 보여주는 이들은 ‘전문적인 바보’임이 틀림없다. 그럼 술밖에 모르는 바보가 막걸리를 만들면? 막걸리에 바질을 넣는다!
너디 호프 드라이는 폭발하듯 휘몰아치는 바질 향이 핵심이다. 바질 막걸리라니 상상이 잘 안된다고? 그렇다면 파스타나 피자와 같은 이탈리안 음식이나 토마토 요리와 페어링해 보도록. 생바질의 신선함과 깔끔한 산미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레몬즙 뿌린 샐러드를 먹는 느낌.
Specification
- 분류 : 탁주
- 도수 : 5%
- 용량 : 700ml
문경 사과로 만든 사과 와인을 유러피안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사과 풍미 사이로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오크 향이 일품. 우리나라 최초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명인이 만든 K-위스키다.
잔에 따르면 맑은 금빛이 쏟아진다.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좋다. 진한 위스키의 무게감과 함께 초콜릿과 바닐라, 아몬드의 단맛이 술맛을 더한다. 스트레이트나 온더록스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Specification
- 분류 : 증류주
- 도수 : 40%
- 용량 : 750ml
세종대왕께서 드셨던 술이다. 세종 때 어의 전순의가 그의 저서에서 소개한 벽향주를 그대로 따라 빚었다. 어주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술을 말한다. 게다가 만든 곳은 충북 초정리. 초정 탄산수로 유명한 동네다. 좋은 물로 만든 술은 얼마나 맛있을까.
입안으로 흘려 넣으면 산뜻하고 달콤한 과실 향이 느껴진다. 은은한 배꽃과 풋사과 향. 마치 와인 같다. 톡 쏘는 느낌은 없다. 우아한 곡 향은 사케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달콤한 견과류와 산미의 밸런스가 적절한 느낌이다. 도수는 비교적 높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워 불편함이 없다.
Specification
- 분류 : 탁주
- 도수 : 13%
- 용량 : 500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