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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건축을 사랑해, 도시 건축 영화 추천 10선
2023-02-21T17:53:28+09:00

건축을 품은 영화 이야기.

영화와 디자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축은 영화의 분위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못해 간혹 영화를 집어삼킬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고딕 양식과 표현주의 회화의 뉘앙스,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 아르데코(Art Déco) 운동의 영향, 산업화된 도시를 보여준 ‘아톰(Atom, 1952)’ 그리고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서 따 온 주인공의 이름 코브를 시작으로, 꿈이라는 공간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미로와 같은 도시가 영화의 주제가 된 ‘인셉션(Inception, 2010)’은 영화 속 건축의 존재감을 무서우리만치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무릇 알고 보면 더 재미진 법. 퓨처리즘부터 아르데코, 바우하우스 그리고 중세 모던까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당신을 위한 영화.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있는 영화와 건축의 공통분모를 짚어보면서 명작에 세심하게 깃들어있는 건축의 이야기에도 온전히 귀를 기울여보자.

블레이드 러너 2049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원작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892)>에서 그려낸 디스토피아 시대의 2019년도는 현재와 비슷한 점들이 꽤 있다. 반면,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2017년 작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원작의 분위기를 따르되,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를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 깊은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참여한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 촬영감독은 “빌뇌브 감독이 거대한 콘크리트 디자인의 ‘브루탈리스트(Brutalist)’ 느낌을 원했고, 그를 위해 런던의 브루탈리스트 건축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브루탈리스트 건축은 인구 문제 해결과 새로운 도시 모델로서 주목 받다가 노동계급을 위한 값싼 임대 주택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이내 시들어져 갔다. 한편 차갑고 강압적인 인상을 주는 콘크리트를 주소재로 삼는 이 건축 양식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배경인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와 잘 어우러지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블랙 팬서

마블의 유명한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 2018)>는 허구의 퓨처리스틱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삼는다.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도맡은 해나 비츨러(Hannah Beachler)에 따르면, 와칸다의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에 기반한 건축 양식은 이라크 출생의 영국 건축가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故 자하 하디드(Zaha Hadid) 특유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대담하면서도 기하학적인 곡선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2013년 완공된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해 2015년 완공된 베이징 왕징 소호(Wangjing SOHO) 등도 그의 작품으로, 故 자하 하디드는 건축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한편 아프로퓨처리즘은 아프리카의 전통문화와 미래를 SF 판타지와 결합한 것으로 SF 분야의 한 기류를 의미하는데, 이를 위해 비츨러는 “관능적이고 부드럽게 굽이치는 곡선의 형태감에 거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느낌을 표현한 와칸다 왕국의 구조물들은 내추럴 컬러와 천연 재료들을 사용한 부드러운 곡선 형태가 돋보인다. 특히 와칸다 왕국의 수도 골든 시티의 고층 건물은 자하 하디드 건축의 곡선과 함께 남아프리카의 현대식 전통 오두막 론다벨 스타일을 결합한 것. 나아가 <블랙 팬서>는 세네갈의 에이콘 시티(Akon City)와 같이 미래 도시의 청사진으로 언급될 만큼 영화를 넘어 건축학계에까지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1930년대 가상의 나라 주브로우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은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작품이다. 앤더슨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역시 감독의 의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연출을 구사하기 위해 건축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앤더슨 감독 대부분의 작품은 하나의 구조물을 중심으로 액션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로열 테넌바움(Royal Tenenbaums)>에서는 맨해튼에 위치한 가정집이,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에서는 미국 관광객을 데리고 인도를 가로지르는 기차가 중심이 되었다. 

감독은 앞서 언급한 모든 영화에서 관객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여러 기술을 활용하기도. 단순히 어떤 분위기인지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 모델과 함께 컷어웨이와 같은 기법들을 사용하여 공간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묘사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등장하는 분홍색과 크림색의 호텔의 외관은 실제 만들어진 미니어처 모델을 사용해 촬영한 것. 그랜드 로비를 포함한 호텔 내부의 대부분은 1929년 독일에서 완공된 웅장한 아르누보 양식의 괴를리츠(Görlitz) 백화점에서 촬영되어 사실감을 더했다.

장소, 기억, 그리고 지나간 시대에 담긴 가치관이 건축을 통해 어떻게 존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전성기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칙칙해진 가구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외관으로 등장한다. 특유의 섬세하고 엉뚱했던 매력이 현대적인 장식에 밀려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음을 전하는 장면은 은근한 씁쓸함의 여운을 남긴다.


메트로폴리스

무성 영화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메트로폴리스>는 프리츠 랑(Fritz Lang)이 감독과 제작을 맡은 SF영화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당시 기준으로는 먼 미래였던 2000년의 디스토피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아르데코, 바우하우스, 퓨처리즘, 고딕 건축 양식을 통해 메트로폴리스를 그렸으며,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최초의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1,000층 높이의 건물에서 화려한 라이프를 즐기는 돈 많은 사업가들의 대도시 메트로폴리스. 반면, 그렇지 못한 거주민들은 평생을 지하에서 생활하면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기계 조작에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랑 감독에 의하면 뉴욕에 방문한 것이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되었다고. “뉴욕 거리에서 보이는 밝은 조명과 고층 건물로부터 <메트로폴리스>가 떠올랐다. 어두운 밤하늘에 매달린 돛처럼 보였던 빛나는 건물들에 시선을 빼앗겼다.”고 말하면서. 

독일 표현주의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많은 SF 물에 영감을 주었으며,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영상물로서 그 의미가 깊다.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에서는 ‘빛의 도시’라는 이명을 가진 파리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주인공 ‘길’과 그의 약혼녀 ‘이네즈’가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러브 판타지 영화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삼는다. 여행 도중 길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젤다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조세핀 베이커와 같이 예술, 문학, 엔터테인먼트계의 전설을 만나게 된다. 

길의 시간여행에서 등장하는 장소 중 하나인 생 에티엔 뒤 몽(Saint-Étienne du Mont) 성당은 그 건축 시기가 1492년에서 1626년 사이로 추정되는 만큼, 고딕 양식, 고전주의 양식,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뒤섞여있는 모습이다. 길이 방문하는 또 다른 장소인 폴 비스트로(Paul Bistro)는 20세기 초 아르누보 건축 양식, 즉 부드러운 곡선 모양, 여러 재료의 조합, 다양한 색상이 특징적이다. 영화에서 길과 이네즈가 방문하는 오랑주리(Orangerie) 미술관도 주목할 만 하다. 1852년에 건축된 미술관은 대칭과 단순한 기하학 형태의 신고전주의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에 해당한다. 그 밖에도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다양한 건축적 미학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시선을 돌릴 틈이 없을 정도.


싱글 맨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감독을 맡은 <싱글 맨(A Single Man, 2009)>은 1962년을 배경으로 삼으며, 건축가 존 로트너(John Lautner)가 디자인해 1949년에 완공된 캘리포니아 글랜데일의 셰퍼 레지던스(Schaffer Residence)에서 촬영되었다. 셰퍼 레지던스는 수평적 구조가 강조된 디자인, 통 넓은 유리창, 중세 모던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비대칭적인 모습이 특징이다. 외부와의 연결통로, 오가닉 건축도 돋보이는데, 건물은 기존 떡갈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두른 채 지어졌다고 한다.

특히 외벽에 유리를 사용해 주변 자연을 오롯이 수용한다. 셰퍼 레지던스가 <싱글 맨>의 촬영장소로 선정된 이유도 그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는 동성 연인 ‘짐(매튜 구드)’의 사망에 비통해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주인공이 비통함을 달래는 모습은 유리 벽면 안 실내에서, 촬영은 유리 벽면 밖 외부에서 진행됨으로써 관객은 그들의 모습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었던 것. 이러한 연출은 조지의 고독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영화 시작 부분 조지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서부터 짙은 고독이 느껴졌던 이유도 이러한 연출방식에 기인한 것이었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와이드샷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집 안에 있는 조지의 모습은 물론, 셰퍼 레지던스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인피니트 해피니스

일라 베카(Ila Beka)와 루이즈 르무안(Louise Lemoine) 감독이 제작한 <인피니트 해피니스(The Infinite Happiness, 2015)>. 코펜하겐과 뉴욕에 본사를 둔 건축스튜디오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의 수장이자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가 디자인한 코펜하겐의 주거복합아파트 8 House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얼핏 <인피니트 해피니스>는 사적인 비디오 다이어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8 House가 어떤 곳인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다용도, 다세대 하우징 프로젝트인 8 House에는 상공간을 비롯해 레스토랑, 아트 갤러리, 사무실, 영유아 시설, 교육 시설이 입점해 있다. 특히 건물 내부 및 주변을 둘러싼 독특한 경사로 디자인은 이웃 간 소통을 장려하여 공동체 의식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민인 베카와 르무안은 2011년 세계 건축 축제에서 ‘세계 최고의 주거 건물상(Housing Winner)’을 수상한 8 House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본다. 그와 함께 다른 거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8 House에 관한 주민들의 개인적인 추억들도 엿볼 수 있다. 또한 관객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건물을 조망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사회 실험이 어떻게 집단의 행복을 형성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나의 아저씨

1958년 개봉한 프랑스 코미디 영화 <나의 아저씨(Mon Oncle, 1958)>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명작이다. 영화는, 대인관계는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윌로’가 전쟁 직후 프랑스에서 성행하던 모던 건축, 기계적 효율, 소비지상주의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평소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어린 조카를 돌보는, 그 나름의 평온한 삶을 누리는 윌로. 반면 누나 부부의 사정은 좀 다르다. 최신식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모던 하우스 빌라 아르펠(Villa Arpel). 산업화, 기계화의 산물이다. 이곳에 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그들은 윌로의 삶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누나 부부의 집은 차갑고 미니멀한 분위기이며, 그들은 중요한 손님이 방문하기 전에 꼭 정원에 있는 물고기 모양의 분수를 작동시키는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감독, 제작, 배우 역할을 모두 겸임한 자크 타티(Jacques Tati) 감독은 빌라 아르펠의 모던 건축 양식에 대하여 “Les lignes géométriques ne rendent pas les gens aimables”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기하학적인 선들은 사람에게 호감 가는 인상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새로운 유형의 산업 근대화를 맞이하여 기틀을 갖춰가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윌로와 그의 누나 부부의 상이한 모습과 그들이 사는 건축물을 교차시키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촌극을 그려냈기 때문.

하지만 타티 감독은 산업화 문명에 비판의 시각을 담기는 했지만 물질만능주의, 인간성 상실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깃든 현대 사회를 향해 던지는 경쾌한 풍자가 있었기에 <나의 아저씨>가 좋은 영화, 괜찮은 영화로 남아있는 것일지도.


건축가의 배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 각본, 감독의 <건축가의 배(The Belly of an Architect, 1987)>는 로마의 유명 건축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다. 미국 건축가인 주인공 ‘스툴리 크랙라이트’는 18세기 프랑스 건축가 에티엔 루이 불레에(Étienne-Louis Boullée)를 기리는 건축 전시 준비를 위해 아내 ‘루이자’와 함께 로마로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자신을 독살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됨에 따라 스툴리의 결혼생활과 건강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불레에와 그의 건축에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판테온(Pantheon),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영묘(Mausoleum of Augustus), 빅토르 엠마누엘 2세 기념관(Victor Emmanuel II Monument), 피아자 나보나(Piazza Navona) 광장, 빌라 아드리아나(Hadrian’s Villa)와 같은 로마의 다양한 명소가 이어지는 영화는 건축양식의 7가지 변천사를 상징하는 7 챕터의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디자인, 모양, 대칭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즐거운 <건축가의 배>는 요즘처럼 해외 건축과 명소에 대한 갈증을 제법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하이-라이즈

<하이-라이즈(High-Rise)>는 2015년에 개봉한 벤 웨틀리(Ben Wheatley) 감독의 영국 영화로, 영화 속 건축을 거론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영국 작가 J. G. 발라드(J. G. Ballard)의 1975년 작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의 배경은 런던 근교의 초호화 고층 건물. 영화 속 저명한 건축가 ‘앤서니 로열(제레미 아이언스)’이 설계한 40층 높이의 건물 ‘하이라이즈’는 시크한 모던 라이프를 상징하는 동시에 계급과 욕망에 대한 장치다. 

앤서니 로열은 여느 부유한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상층에서 살고 있고, 가난하고 소득이 적은 주민들은 저층에 기거한다. 건물에는 수영장, 헬스장, 슈퍼마켓, 유치원 등 삶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일하는 시간 외에 건물 밖을 나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점점 외부사회와 단절되어 간다. 하지만 건물의 사회 기반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일이 터진다. 갈등을 빚고 폭행이 일상으로 번지게 되며 건물 내 질서가 흐트러진다. 슈퍼마켓에서는 음식 재고가 바닥나고, 결국 계층 간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하이-라이즈>는 꼬리 칸과 머리 칸으로 구분된 공간이 곧 계급임을 보여주는 <설국열차>와 많이 닮아 있는 영화다. <설국열차>가 디스토피아적이라면 <하이-라이즈>는 지나치리만큼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며 잔혹하다. 특히 자본주의의 산물로 묘사되는 고층 아파트라는 건축이 주된 배경이자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동력으로,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부분이 이내 씁쓸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