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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유일신의 시대는 갔다, 종합격투기 춘추전국시대 개막
2023-02-22T17:49:52+09:00

강남 아파트 1채 주는 ONE 챔피언십 한국 진출 가속화

※ 방구석 격투기 전문가와 전직 프로 복서 에디터의 격투기 칼럼. 매월 도발적이고 신선한 격투기 이야기와 정보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등 단체가 너무 유명한 나머지 종목 이름이 아니라 단체의 이름으로 불리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UFC.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종목 종합격투기(MMA)가 뭔지는 몰라도, UFC가 뭔지는 안다. 마치 스카치 테이프와 호치키스처럼 UFC라는 단체는 MMA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세계 UFC 검색량은 MMA보다 3배 많았다. 

과거 일본 단체 프라이드(PRIDE)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지만 해산되고 UFC에 합병된 지 15년이 지났다. 북미 시장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떨치던 WEC와 스트라이크포스도 각각 2006년과 2011년 UFC 모기업인 주파(Zuffa)에 매각돼 2010년과 2013년 차례로 UFC에 합병됐다. 그 이후 ‘MMA=UFC’라고 해도 가히 틀리지 않은 상황이 됐다.

천하를 호령하던 천상천하 유아독존 UFC의 시대는 끝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ONE이 UFC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거다

프라이드를 합병한 2007년부터 약 15년간 UFC는 전세계 MMA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해왔다. UFC를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UFC의 수입 규모는 2010년 초반 전세계 MMA 단체 수입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통상 경제학에서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독점사업자로 여겨진다. 

또한 MMA 통합 랭킹을 산출하는 FIGHTMATRIX에서 2021년 7월 기준 체급별 톱 10 파이터의 88%, 톱 25 파이터의 74%가 UFC 소속이었다. MMA가 UFC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MMA 선수들은 UFC 선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UFC는 MMA 선수들의 유일한 꿈의 무대였다.

UFC의 긴축 경영과 2위 단체들의 부상

하지만 최근 이러한 흐름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UFC가 어느 순간부터 ‘가성비’ 경영을 하면서 실력은 있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안 되는 상위권 선수들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신입 선수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틈을 2위권 단체들이 치고 들어 오고 있다. 2014년 WME-IMG(현 엔데버(Endeavor)의 UFC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많은 부채를 안고 UFC를 인수한 WME-IMG는 UFC의 비용을 급격히 줄이기 시작했다. 은퇴 후 UFC에서 별일 안 하면서 월급만 받고 있던 척 리델 같은 레전드를 해고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몸값이 비싼 베테랑 선수들을 방출하고, 기본 대전료만 줄 수 있는 신예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대전료도 아꼈다. 이와 함께 벨라토르, PFL, ONE 챔피언십 같은 단체들이 최고 단체로의 부상을 노리며 UFC 상위권 선수들에 큰 돈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영입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이제 PPV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챔피언을 노리지 않는 이상 다른 단체들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 시작된 UFC의 리복 유니폼 계약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 과거 UFC 선수들은 자신의 시합 의상에 스폰서 로고를 새길 수 있었고, 따로 스폰서 배너를 만들어 광고를 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UFC가 리복과 유니폼 계약을 맺은 후 UFC 파이터들은 시합 의상에 스폰서 로고를 새길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스폰서 배너도 걸 수 없게 됐다. 

대신 리복에서 선수들에게 UFC에서의 위상과 경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스폰서 비용을 제공한다. 리복은 챔피언에 경기당 4만 달러, 타이틀 도전자에 3만 달러를 지급했다. UFC, WEC, 스트라이크포스 전적이 5전 미만인 선수들에게는 2500달러를 지급했다. 스폰서 액수는 출전 경험이 많아질수록 증가해 21전 이상의 선수는 2만 달러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UFC 대회가 열리는 주간인 파이트위크에 있는 공식 행사에도 UFC에서 허가한 의상만 입을 수 있게 됐다. 선수들에 대한 주목도가 가장 높아지는 때가 시합 당일을 비롯한 시합 주간임을 생각하면 스폰서들에게 UFC 선수들의 매력은 굉장히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이 스폰서들로부터 받는 돈은 크게 줄어들었다.

선수들이 이전에 스폰서로 얼마만큼 벌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개별 선수들이 공개한 액수는 있다. 2017년 초 UFC에서 벨라토르로 이적한 당시 UFC 랭킹 4위 라이언 베이더는 경기당 스폰서로 8만 달러를 벌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베이더의 공식 대전료는 출전 수당 59,000 달러, 승리 수당 59,000달러였다. 스폰서로 출전 수당보다 30%이상 더 많은 수입을 올린 셈이다. 다른 단체에서는 대전료와 함께 스폰서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베이더가 UFC시절 리복에서 받던 스폰서는 15,000달러다. 베이더는 벨라토르에서 스폰서로 그보다 3~4배는 더 받는다고 주장했다.

리복딜은 이렇게 선수들에게는 큰 손해였지만 UFC에게는 큰 이익이었다. UFC는 6년 동안 리복으로부터 7천만 달러를 지급받았고, 선수들에게는 4천만 달러를 분배했다. 이전에 선수들의 스폰서 금액을 분배받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큰 이익이다.

UFC는 이렇게 벌어들이고 아낀 돈을 모기업 엔데버의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UFC는 2020년 배당금으로 3억 달러를 지출했다. 2019년 수입이 8억 달러-9억 달러로 추정되고, EBITDA(세전·이자지급 전 이익)이 3억 49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수입의 3분의 1과 EBITDA의 86%가량을 배당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때문에 UFC의 수입은 2016년 6억 9천만 달러에서 2021년 10억 달러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선수단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해 선수단의 질이 악화됐다는 평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UFC는 몸값이 높은 베테랑 선수들을 방출하고,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를 통해 유망주를 영입하고 있다. 기량이 떨어지는 베테랑을 방출하고, 유망주를 영입하는 건 스포츠 단체로서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수들의 질이다. 과거 UFC에는 최소 전적 10전 이상으로 검증된 중소단체 챔피언급의 강자들이 주로 영입됐지만, 이제는 중소단체 수준에서도 확실한 강자라고 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종종 영입된다. 그리고 여전히 UFC 상위 레벨에서 활약할 수 있는 랭커나 중상위권 강자들도 UFC에서 방출되거나, UFC와 재계약 협상에 실패해 다른 단체로 가곤 한다.

벨라토르와 PFL의 경우

UFC를 뒤쫓는 단체들로는 미국 기반의 벨라토르 및 PFL, 싱가포르의 ONE 챔피언십, 러시아의 ACA 등이 있다. 2010년 중반대부터 벨라토르를 필두로 한 2위권 단체들은 UFC와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던 정상급 파이터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계 미국인 파이터로 U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벤슨 핸더슨의 벨라토르 이적이다. 

벤 헨더슨은 2015년 11월 서울 대회 메인 이벤트에서 호르헤 마스비달을 상대로 승리한 뒤 2016년 벨라토르행을 선택했다. 라이트급에서 당시 3위인 도널드 세로니에게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 석연찮은 판정패를 당한 후 웰터급으로 전향해 2연승을 하며 13위에 랭크인 됐던 때였다. UFC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벨라토르행을 선택했다. UFC 라이트헤비급 톱 5권이었던 필 데이비스와 라이언 베이더, 코리 앤더슨, 웰터급 2위 로리 맥도날드, 헤비급 13위 맷 미트리온, 전 여성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 사이보그, 전 플라이급 톱 컨텐더 세르지오 페티스 등 많은 선수들이 벨라토르로 향했다. 

큰 대회를 직접 보려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했던 한국 팬들은 이제 국내에서도 1년에 한 번씩은 대형 MMA 이벤트를 관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벨라토르는 타단체 챔피언급 선수와 유망주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벨라토르는 ACA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도블렛찬 야그시무라도프, 전 ACA 밴텀급 챔피언으로 전 UFC 밴텀급 챔피언 페트르 얀과 1승 1패를 주고 받은 마고메드 마고메도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사촌 동생 우스만 누르마고메도프, UFC 페더급 톱 컨텐더였던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의 동생 하산 마고메드샤리포프 등을 영입했다. 

벨라토르는 미국의 미디어 공룡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자회사로 크게 마음먹을 경우 UFC 이상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UFC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커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경우 많은 출혈이 예상되기에 본격적인 투자에는 나서지 않는 걸로 보인다. UFC에서 벨라토르로 이적한 선수들의 공개 대전료 자체는 UFC 시절에 비해 그렇게 많이 높지는 않다. 오히려 적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UFC에서 벨라토르로 이동한 선수들은 금전적인 부분에서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로 UFC 때보다 대전료가 준 세르지오 페티스도 UFC보다 벨라토르에서 받는 돈이 훨씬 많다고 말하곤 한다.

두 번째로 돋보이는 단체는 역시 미국 기반인 PFL(Professional Fighters League)이다. PFL은 투자사 MMAX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자회사로 메이저 격투기 단체 최초로 시즌제로 리그와 토너먼트를 진행해 우승자를 선출한다. 우승자는 대전료와 별도로 상금 1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100만 달러의 매력으로 많은 선수들이 PFL을 진지하게 대안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전료 100만 달러를 받으려면 50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2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UFC에서 챔피언을 제외하면 50만 달러 대전료를 받는 선수는 극히 드물고, 챔피언 중에서도 50만 달러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고 PFL이 대전료가 낮은 것도 아니다. 최근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가 PFL에서 받는 대전료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페티스는 무려 경기당 75만 달러를 받았다. 유도 올림픽 2회 금메달리스트 케일라 해리슨은 공개 대전료는 50만 달러지만, 실제 대전료는 100만 달러라고 밝혀졌다.

투기 종목의 경우 미국의 주체육위원회를 통해 공개되는 대전료와 실제 대전료가 다른 경우가 많다. 보통 선수들의 대전료는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지만 스타급 선수들은 공개 대전료 이면으로 더 많은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PFL도 UFC처럼 통일된 유니폼을 입는 단체지만 상의에 2개 바지에 2개씩 스폰서 로고를 넣을 수 있다. 정말 단순히 대전료와 우승 상금으로만 따지면 몇몇 UFC 챔피언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 곳이 PFL이다. 

물론 UFC 챔피언들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명성과 함께 광고와 대형 스폰서 계약이 따라붙기 때문에 UFC 챔피언이 금전적으로도 더 유리할 것이다. 현재 UFC 챔피언은 아니어도 상위권 선수라면 PFL 우승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UFC 비랭커급 선수여도 PFL 챔피언이 될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UFC 미들급 톱 15 랭커였던 안토니오 카를로스 주니어는 2021년 시즌 PFL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그렇기에 계약이 끝나가는 UFC 상위권 선수들은 점차 PFL을 옵션 중 하나로 여기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ONE 챔피언십의 한국 시장 공략

2위권 단체 중 한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단체는 ONE 챔피언십이다. ONE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격투기 단체로 MMA뿐만 아니라 킥복싱, 무에타이, 그래플링 경기까지 진행하는 말 그대로 ‘종합’ 격투기 단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테마섹 홀딩스, 세쿼이아 캐피탈 등의 금융기업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

2011년 출범한 ONE 챔피언십은 한동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몇 년 전부터 중국, 일본, 미국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 ONE의 존재가 각인된 건 2018년 전 UFC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과 전 ONE과 벨라토르의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벤 아스크렌의 트레이드와 전 UFC와 벨라토르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에디 알바레즈의 영입일 거다. 

아시아에서 좀 큰 단체 정도의 이미지였던 ONE은 이후 미국 케이블 메이저 방송 TNT에도 진출한 메이저 단체로 부상하게 됐다. 2019년에는 한국 대회도 예정돼 있었으나 취소됐다. 2022년 쿠팡플레이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중계를 하면서 드디어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ONE에서 지역 프로모터 같은 식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추성훈은 반드시 ONE 한국 대회를 성사시키겠다고 선언했다.

ONE은 이전부터 공격적으로 한국 선수를 영입했다. 현재 ONE 소속 한국 선수는 총 14명이다. 라이트급 챔피언 옥래윤, 페더급 3위 김재응, 밴텀급 2위 권원일, 아톰급 2위 함서희, 강지원, 배명호, 진태호, 김경록, 우성훈, 김규성, 박대성, 송민종, 윤창민, 김대환이 있다. 이에 더해 한국계 일본인 추성훈과 한국계 캐나다-미국인 크리스찬 리(전 라이트급 챔피언), 안젤라 리(여성 아톰급 챔피언)이 있어 한국 시장에서 어필할 요소가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재 추성훈은 김동현, 강경호, 정찬성을 ONE 챔피언십으로 영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동현은 추성훈의 유튜브에 출연해 “방송 스케줄을 체크해서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고 ONE 진출 의사를 내비쳤다. 여차하면 ONE 챔피언십의 하부리그 격인 ONE 워리어 시리즈에서 활약하던 서지연도 계약할 수 있다. 

서지연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랩몬의 6촌 동생으로 해외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8만8천 명으로 추성훈(41만4천 명), 정찬성(39만4천 명)보다 더 많다. ONE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 서지연이 활약했던 영상을 올리며 서지연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만약 송가연의 법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송가연과의 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

ONE이 한국 선수들에게 갖는 매력은 역시 금전적인 부분이다. ONE은 아시아 단체이기 때문에 UFC와 비교해 한국 선수들에게 더 관심이 많다. UFC에서는 현재 정찬성을 비롯해 정다운, 박준용, 최두호, 최승우, 강경호, 김지연까지 7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UFC 아시아 오디션인 ROAD TO UFC 토너먼트 결과에 따라 한국 선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ONE 챔피언십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ONE이 한국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금전적으로도 한국 선수들에게 투자할 용의가 높다. 얼마 전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한국계 일본인 추성훈은 자신의 대전료가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정도라고 주장했다. 국내 관계자들은 추성훈의 실제 대전료를 1~2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정확한 사실은 추성훈과 ONE 관계자만 알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ONE이 한국 파이터들에게 지급하는 대전료는 꽤 높은 걸로 보인다.

실제로 함서희의 코치인 양성훈 감독은 함서희의 대전료가 1억원에 가깝다고 공개했다. 함서희의 UFC 대전료는 출전수당 8000달러(약 1060만원), 승리수당 8000달러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12,000달러(약 1580만원), 12,000달러인 신예 선수에게 지급하는 기본 수당이다. 지금 기준으로 따져도 3배 이상의 돈을 받는 셈이다. 권원일은 랭킹에 진입하기 전 승리 시 2000만원 정도, 김재웅은 3000만원 이상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반드시 UFC보다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내 단체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큰 대전료다.

심지어 ONE은 로드FC 소속이던 MMA 2전(1승 1패)의 송가연에게 거액을 제공하기도 했다. ONE 챔피언십 창립자이자 CEO인 차트리 싯욧통의 체육관인 이볼브 MMA는 2017년 연봉 18만 싱가포르 달러(당시 1억 4992만 원)에 주택, 차량, 매니지먼트까지 제공하는 조건으로 송가연을 영입했다. 사실상 ONE 챔피언십 영입을 위해 로드FC와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송가연이 로드FC와의 계약 문제로 경기를 뛰지 못하자 계약은 몇 년 후 종료된 걸로 보이지만 ONE 챔피언십이 한국 선수 영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볼 수 있다. 스타성만 있다면 몇 년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한국 선수에게도 데뷔 준비를 위해 수억 원을 지출할 정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송가연보다 한국에서 몇 배는 더 유명하고, 일본 연예계에서도 인지도 있으며 경기도 뛸 수 있는 추성훈에게 약간 과장을 보태 강남 아파트 1채 값에 준하는(?) 대전료를 지급한다는 것도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이렇게 UFC에 비해 진출하기 쉬우면서도  그 못지않은 돈을 받을 수 있고, 스타성이 있을 경우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에 이제 많은 선수들이 ONE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특히 UFC는 2019년 여름 정다운 이후 한국 선수를 전혀 영입하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ONE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영입했다. 

과거에는 무조건 UFC라고 생각했던 국내 정상급 선수들은 이제 ONE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UFC에서도 ROAD TO UFC 토너먼트를 통해 한국 선수 영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 정상급 MMA 파이터들을 놓고 ONE과 UFC의 본격적인 영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거기에 바레인 기반의 브레이브 CF도 한국에 진출하는 등 한국은 점점 해외 MMA 단체들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에 UFC만 보다가 ONE을 보게 된 한국팬들은 대체로 생각보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두 고래의 경쟁 속에서 국내 MMA 단체들의 상황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ONE이 MMA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일본의 RIZIN이 PRIDE의 부활을 선언하기 전까지 아시아 No.1 단체를 자처했던 로드FC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기존 챔피언들이 전부 이탈했다. 밴텀급 챔피언 김민우, 페더급 챔피언 이정영은 계약을 끝내고 ROAD TO UFC에 참전했고,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는 ONE과 계약했고, 라이트급 챔피언 만수르 바르나위는 벨라토르로 향했고, 미들급 챔피언 양해준은 로드FC와 계약이 끝나고 해외 단체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2위권 단체라 할 수 있는 더블지FC는 로드FC처럼 독자노선을 추구하기보다는 UFC와 ONE에 선수를 진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AFC는 아직 해외 단체에 선수를 적극적으로 진출시키고 있지 않지만 더블지FC와 유사한 방침인 걸로 알려졌다. 블랙컴뱃이라는 단체가 새로 출범해 WWE 프로레슬링처럼 드라마틱한 대립구도를 차용한 MMA 대회를 열어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블랙컴뱃이 국내 제1의 단체가 될 거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아직 앞날을 내다보기에는 너무 이른 상황이다.

여전히 황제는 UFC…하지만 UFC만 있는 건 아니다

UFC의 절대적인 지배력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모든 스포츠는 전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된다. 스포츠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의 무대로 팬들은 1등을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MMA계의 1등은 단연코 UFC다. 팬들은 기꺼이 UFC에 지갑을 열 거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최고의 선수들은 UFC를 지향하게 될 거다. 

이래서 엔데버와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자회사 벨라토르가 UFC와의 전격 경쟁에 나서지 못하는 거다. 거대 금융자본의 지원을 받는 ONE도 아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UFC와 경쟁할 수 있지만 MMA 본토인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이제 프라이드, WEC, 스트라이크포스를 모두 흡수 합병하고 천하를 호령하던 천상천하 유아독존 UFC의 시대는 끝났다. 당시 UFC가 체급별 세계 최고의 선수 25명 중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75%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톱 10, 톱 5로 들어갈수록 그 집중도는 더 높아지겠지만 이제 UFC 외의 다른 단체에서도 하이 레벨 파이터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ONE이 UFC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거다. ONE은 한국 시장에 큰 돈을 투자할 의향이 있고, 추성훈이라는 최고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조만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동현도 ONE에 진출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ONE은 최소한 한국 선수 스타 파워 측면에서는 UFC 못지않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실제로 기존에 UFC만 보다가 ONE을 보게 된 한국팬들은 대체로 생각보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ONE과 UFC를 비롯한 해외 단체들의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승자는 한국 MMA 팬들과 한국 선수들이 된다. UFC는 2015년, 2019년 대회를 개최했고,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에 따르면 2022년말이나 2023년 초 UFC 한국 대회 개최가 유력하다고 한다. 4년에 한 번꼴로 대회를 여는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기업 CJ ENM과의 중계권 계약 체결과 중국 시장 재개방이라는 호재가 겹쳐지면 대회 개최 주기는 더욱 짧아질 수 있다. 이전까지 한국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던 ONE도 추성훈과 쿠팡플레이를 앞세워 한국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큰 대회를 직접 보려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했던 한국 팬들은 이제 국내에서도 1년에 한 번씩은 대형 MMA 이벤트를 관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더 많이 유명 해외 단체에서 활약하게 될 거다. 영입 경쟁이 이뤄지면 한국 선수들에 대한 대우 수준도 더 올라가게 된다. 2023년은 한국 MMA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