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사도 끝이 없는 장비 쇼핑. 하늘 아래 같은 장비 없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이것저것 써봐야 뭐가 좋은지 알게 되고 이러한 경험들은 결국 노련미 넘치는 캠퍼, 그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긍정 회로를 돌리게 된다. 이 무서운 장비질의 늪에 빠지기 전 그래도 어떤 기준점 하나는 세워 놓고 가자. 내가 어떤 캠핑 스타일을 원하는지, 그에 맞는 장비는 무엇인지 말이다. 처음은 텐트와 타프부터 시작하자. 텐트는 가장 중요한 ‘집’이니까.
텐트
필요한 것만을 추려 최대한 간소하게 짐을 꾸리는 것이 캠핑의 미덕이라지만 자연 속에서 안온한 집이 되어주는 텐트는 일 순위로 챙겨야 하는 장비다. 하지만 설치 방법부터 소재, 무게, 수용인원 등에 따라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텐트는 가격대가 있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한 후 구입하는 것이 상책.
1인 기준 60cm x 200cm 정도의 면적이 필요한데 만약 4인이라면 가로 250㎝ x 200cm는 되어야 편히 누울 수 있다. 참고로 내부에 이런저런 잔짐을 넣는다는 가정하에 크기를 고민해봐야 해 넉넉한 사이즈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아울러 텐트 높이가 170cm 정도는 되어야 내부에서 편하게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할 것.
모양도 살펴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실루엣이 돔형과 거실형이다. 돔형은 보통 패킹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솔로 캠핑이나 백팩커라면 이를 추천한다. 거실형은 돔형과 달리 잠을 자는 공간과 아이스박스 혹은 난방기구와 같은 장비를 두거나 체어 등을 두고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설계된 텐트로 돔형 대비 부피가 크고 무겁다. 초보자라면 설치 장벽이 있긴 하지만 바람에 강하다는 장점, 침실 앞 전실 공간이 주는 아늑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돔형 텐트는 싱글월과 더블월 두 종류로 나뉜다. 말 그대로 싱글월은 텐트 천이 홑겹이며, 더블월은 두 겹으로 외부 텐트인 플라이와 이너텐트로 구성되어 있다. 싱글월은 통상적으로 더 가볍고, 설치가 빠르지만, 안과 밖 온도 차로 인해 내부에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가 생긴다. 더블월은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돔형과 거실형의 절충형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쉬운 터널형 텐트는 크로스 폴대가 들어가는 거실형 텐트와 달리 유(U)자 형태 폴로만 이루어져 있어 거실형 대비 설치가 용이하다. 침실과 전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면이 트여 있지 않아 개방감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이 점은 보온력이 높아지는 장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확보할 수 있는 공간 대비 무게와 설치가 가볍다는 메리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외에도 티피 텐트, 에어텐트, 원터치 텐트, 티피텐트, 루프탑 텐트 등이 있다.
자립형과 비자립형도 생각해볼 문제. 자립형은 스킨에 폴을 끼우면 모양이 만들어져 말 그대로 자립한다. 비자립형은 팩을 땅에 박아 텐트 모양을 팽팽하게 잡아 줘야 설 수 있어 설치가 다소 까다로운 편. 하지만 통상적으로 바람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며 폴이 더 적게 사용되어 제품 자체 무게가 더 가벼울 수밖에 없어 경량화를 투철히 실행해야 하는 백패킹에 적합하다. 대표적으로 터널형 텐트가 비자립식 구조이며 돔형은 자립식이다.
캠핑의 꽃이라 불리는 동계 캠핑을 위해서라면 3시즌이 아닌 사계절용 텐트를 구비해야 한다. 물론 4시즌 텐트를 선택했다고 난방에 소홀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즌에 맞는 텐트를 준비하면 난방 효율이 더 좋아지는 건 분명하다. 아직 초캠이지만 내구성 월등한 폴과 원단, 변화 무쌍한 날씨에서도 살아남는 구조로 설계된 사계절용 텐트에도 눈길을 주자.
타프
타프는 방수천 ‘타포린’을 줄여 부르는 말로 특히 여름철 필수 아이템이다. 뜨거운 볕을 차단해 그늘을 만들고 비, 벌레 등을 막는 것은 물론 자연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자신만의 아늑한 사적 공간을 확보시켜주는 물건이다. 내수압은 기본 3000mm 이상 되는 제품으로 고르는 것이 좋으며, 스킨 안쪽에 검은색 블랙 코팅이 된 제품은 차광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기억하자. 물론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면 타프는 과감하게 스킵.
헥사 타프
이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 스킨이 육각형 모양으로 폴대 2개로 지지한다. 보통 소규모 인원이 사용하는 편이며 크기가 크지 않아 휴대성이 뛰어나다. 아울러 설치 또한 간편해 많은 캠퍼들이 사용 중이다. 렉타보다 스킨 면적이 작아 바람에는 강한 편. 하지만 우천 시 비를 막아주기에는 구조상 불충분하다. 이 타프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굳이 텐트를 칠 필요가 없는 나들이 시 이 타프를 치고 캠핑 체어 몇 개 놓고 앉아 있기 좋다는 것. 어딘지 극적인 느낌을 주는 스킨 모양도 이 타프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돔텐트와 함께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렉타 타프
사각형 모양 렉타형 타프는 6개의 지지대가 필요하다. 타프 중 가장 넓은 면적의 그늘이 만들어져 가족 단위 캠퍼라면 렉타를 추천한다. 하지만 큰 크기 덕에 바람에 취약하고 지지대를 잘 박지 않으면 무너지기도 쉽다. 확정성이 있어 스크린 등과 결합하면 벌레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타프
실리콘 코팅 처리를 한 제품으로 알파인 타프로 불린다. 소형 타프로 작은 공간을 제공하지만 가벼워 등산이나 백패킹에 주로 사용된다.
윙타프
폴 2개가 지지하고 사각형 또는 마름모 형태다. 센 비와 바람을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간편하게 들고 다니기 좋고, 햇볕이 강하지 않은 시즌에 대동하면 간편한 캠핑을 만들 수 있다. 허나 타프로써의 역할에 충실하지는 못하니 차광과 비를 피하는 용도로 생각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다.
스크린
렉타 타프와 결합 시 완벽한 공간을 완성한다. 벌레 등은 막을 수 없는 렉타 타프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셈. 4개의 면이 메시 소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안에서 가벼운 오수를 청하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