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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알못’ 탈출, 여름 휴가지 스타일링 지침
2023-02-22T18:53:25+09:00
리조트룩

여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공항 패션.

일 년 동안 두꺼운 캔버스가 들어 있는 딱딱한 갑옷 같은 수트를 입고 일하느라 고생한 당신, 이제 휴가를 떠날 시간이다. 짐을 챙기며 몇 개월 전 미리 사 놓은 리넨 슈트를 가져갈까 말까 망설인다면 분주한 손길 잠시 멈추고 여기 주목하자. 아, 일단 가져가려고 준비해둔 리넨 슈트는 과감하게 옷장에 다시 걸어 두고.

Photo Credit: VENROY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S/S와 F/W 시즌 사이에 리조트(Resort) 시즌을 발표한다. 유럽 사람들은 큰 지출을 하는 두 번의 연중행사가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와 신년, 여름 홀리데이다. 전반기 가장 큰 이벤트인 여름 휴가를 위해 많은 이들은 쇼핑을 하고, 패션 브랜드들은 바로 이때를 놓칠 수 없다. 그야말로 대목이니까.

몇 벌만 챙겨도 센스있는 리조트 룩을 완성할 수 있고 그 방법은 여기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멋까지 캐리어에 꽁꽁 담아 떠나자.

여행의 시작, 공항에서

여행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길게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견뎌야 하니 편안한 옷이 필요하지만, 공항 패션이란 신조어도 생기지 않았던가. 한껏 들떠 있는 공간에서 혼자 시무룩한 룩을 선보이고 싶지 않다면 적절한 절충의 미가 필요하다.

편안한 스판 소재의 면 카고 팬츠나 구김이 가지 않으면서 형태도 유지되는 비스코스·폴리 혼용 프라다 원단 바지를 추천한다.

편안한 스판 소재의 면 카고 팬츠나 구김이 가지 않으면서 형태도 유지되는 비스코스·폴리 혼용 프라다 원단 바지를 추천한다. 제아무리 멋진 숀 코너리라도 주름진 리넨 팬츠를 멋져 보이게 할 수는 없을 테니, 비행기에서 리넨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난달에 소개한 시어서커 소재 스트라이프 반바지나 체크 패턴 반바지도 훌륭하다. 이 원단은 트렁크 속에 마구 쑤셔 넣었다 10일 후에 꺼내도 스펀지처럼 구김 없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기특한 소재니까.

예쁜 지중해 색상 리넨 소재 니트 카디건을 반 접어 등에 걸친 후 소매를 앞에서 묶으면 컬러 포인트가 된다. 으슬으슬한 기내에서도 유용하고. 만약 밑단 밴딩처리 된 7부 트레이닝 팬츠나 냉장고 바지를 입었다면 편하긴 할 테지만 멋은 인천 앞바다에 버렸다고 치자. 형형색색 등산복도 마찬가지.

Photo Credit: DOUBLE RAINBOUU

해변과 관광지 그 사이

활동성은 기본이고 화사함까지 연출해 사진 찍어도 혼자 흑백사진처럼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쓰자. 패턴과 색상 대비를 기억하면 가능하다. 당신이 원 컬러(티셔츠, 피케이 카라티, 리넨 긴 팔 셔츠, 민소매 셔츠) 상의를 입었다면, 하의로는 하와이언 꽃무늬 패턴이나 체크 패턴 또는 스트라이프 반바지를 걸치자. 단조롭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센스를 발휘하고 싶다면 말이다.

당신이 원 컬러(티셔츠, 피케이 카라티, 리넨 긴 팔 셔츠, 민소매 셔츠) 상의를 입었다면, 하의로는 하와이언 꽃무늬 패턴이나 체크 패턴 또는 스트라이프 반바지를 걸치자.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구찌 벌 모양 자수 감색 면 반바지에 연한 핑크나 올해의 컬러인 산호색 리넨 소재의 티셔츠를 착용하자. 혹은 연한 그린 올리브색상, 연하늘색 원 컬러 리넨 긴 팔 셔츠를 매칭하면 보는 이들의 눈까지 맑아지는 시원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하와이언 꽃무늬 셔츠에 잔 체크, 여러 가지 과일 패턴이 들어간 반바지를 입는다면, 홀로그램을 보는 듯 어지러운 두 눈이 갈피를 잃을 것이다. 

Photo Credit: Frescobol Carioca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함께라면

일단 반바지는 숙소 바닥에 팽개치길. 무조건 긴바지를 입어라. 진한 카키색이나 밝은 남색 또는 요즘 유행하는 베이지 색상의 품이 넉넉한 리넨 팬츠를 말끔하게 차려입자. 이 리넨 바지에 남방 카라 디자인의 실크 셔츠는 어떤가. 넥이 낮게 디자인된 남방 카라 셔츠를 입었다면 잔 패턴이 있는 손수건을 꽈 목에 묶는 것도 좋은 방법.

넥이 낮게 디자인된 남방 카라 셔츠를 입었다면 잔 패턴이 있는 손수건을 꽈 목에 묶는 것도 좋은 방법.

혹은 질 좋은 실크가 섞인 면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공항 패션으로 이용했던 예쁜 색상의 카디건을 어깨에 걸친다면 분명 패션으로는 어필할 수 있을 거다. 그 이후는 당신 몫이고. 아, 상의는 꼭 반소매여야 어깨에 걸친 카디건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리넨 바지가 없다면 짐 꾸러미 속에 진 팬츠가 있길 바란다. 밑위가 길고 품이 아주 넉넉한 청바지 말고 짧은 밑위와 핏 좋은 디스퀘어드나 올세인츠 스키니 진을 입어주길. 

카키색 워싱 된 긴 면바지에는 밝은 톤, 이를테면 가볍고 얇게 짜진 연한 하늘색 니트 상의를 매치하면 좋다. 긴소매면 소매 끝단만 몇 번 롤업하자. 손목에는 이탈리아 남자들이 많이 하는 가죽을 꼬아서 만든 팔찌를 착용하면 당신의 패션 센스가 어느 정도 인지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팔찌가 싫다면 살짝 캐주얼한 스타일의 드레스 워치를 착용하길 바란다.

재킷을 사수하고 싶은 고집스러운 당신을 위해서 라르디니(Lardini)의 베이지색, 상아색 여름용 니트 재킷을 추천한다.

재킷을 사수하고 싶은 고집스러운 당신을 위해서 라르디니(Lardini)의 베이지색, 상아색 여름용 니트 재킷을 추천한다. 또는 사파리 스타일 재킷도 멋스럽다. 패션의 완성인 신발은 면으로 만들어진 로퍼나 룸 슈즈 디자인을 추천하고 스니커즈나 가죽 샌들도 무난하다. 싸구려 쪼리는 당신이 애써 만든 스타일링을 망쳐놓을 것이니 해변 갈 때나 신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