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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이별 후 듣고 싶은 노래 8곡
2023-02-21T16:35:45+09:00
이별

새벽 두 시, 질척 주의.

이럴 거면 센 척이라도 하지 말지. 모터사이클은 나의 종교, 투블럭컷은 내 기도문. 시니컬로 점철된 임볼든의 몇 에디터, 이곳에서 울었다. 언젠가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는, 너무 아련해 눈 뜨고는 못 봐줄 사랑의 어긋난 결말을 이 플레이리스트로 확인하자. 당신도 예외가 아니란 거, 너무 잘 알고 있다.  

<에디터 Sonny의 추천곡>

Track 01. 서태지와 아이들 – 널 지우려 해

중2병을 간신히 빗나간 중3 때, 고3짜리 누나를 좋아했었다. 이루어질 수 없던 첫사랑, 이 노래를 들으며 어린 핏덩이 가슴의 상처를 다독였다. 1994년 곡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헤비메탈 곡이다. 어느 슬픈 멜로디보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강렬하지만 애잔한 리듬 기타와 드럼 비트, 그리고 명가사. ‘비가 오는 이 밤길을 정신없이 그냥 걷고 있네. 한도 없이 걷다 보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누나가 아닌,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모르던 영혼을 밤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오른다. 질척인다고 미리 경고했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2. 오존(O3ohn) – Down

과거에 함몰되기 좋은 시간, 새벽이 왔다. 도시의 잔잔한 소음마저 감성을 두드리니, 외로움이 무른 마음 사이로 터져 나온다. 내 두 손을 맞잡아 봐도, 두 팔로 자신을 껴안아도 어떤 그리움 하나가 치밀어 올라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럴 땐, 자야 한다. 잠들어야만 한다. 오존의 ‘Down’은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전단 속 추억의 엠씨스퀘어를 떠오르게 한다. 일정한 ‘뚜뚜뚜’ 키보드 사운드에 집중하면 당신은 스마트폰 내려놓고 숙면의 길로 걸어 들어가게 될 거다. 어서 이 노래를 틀고 눈꺼풀 셧다운 시키자. 헤어진 그 날, 그녀는 당신을 도려냈다.

Track 03. 하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별의 과정 중 가장 씁쓸한 순간은 떠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 앞에 속수무책일 때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지칭할 수 없는 타자가 되어버린 당신을 애써 지워내고, 어느새 괜찮아진 내 모습을 마주 보는 순간 완전한 이별이 왔음을 안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담담한 하림의 목소리와 하모니카 연주가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당신과 나의 시간을 애무하는 듯하다. 이 곡은 누군가에게는 지금을 견뎌내면 또 다른 사랑이 올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로 읽힐 테고, 다른 이에게는 사랑이 추억으로 변모하는 허허로운 어떤 장면으로 다가올 테지.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Five Finger Death Punch – Lift Me Up

파이브 핑거 데스 펀치(Five Finger Death Punch)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털어 정통 헤비메탈의 냄새가 가장 짙게 풍겨나오는 곡이다. 아마 ‘메탈갓’ 주다스프리스트(Judas Priest)의 Rob Halford가 피처링을 도운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부서지지도, 고통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좀비처럼 일어나는 강철같은 의지가 기타 리프에 그대로 녹아있다. 혹시라도 옛 연인으로부터 뒤늦은 후회의 연락이 왔을 때, 부디 이 노랫말을 꼭 읊어주길. ‘실수를 받아줄 여유는 없다. 말 하려면 면전에 대고 하던가, 아니면 그만 꺼지고 그 입을 닥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Track 05. N.EX.T – Hope

신해철의 이름 앞에 ‘故’를 붙일 때마다 여전히 거짓말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허무했고, 그렇게 가기에는 그의 유산이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해철의 창조력과 음악적 역량이 가장 최고조에 달했던 N.EX.T의 세 번째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2): The World’에 실린 곡으로, ‘먼 훗날에 반드시 넌 웃으며 말할 거야, 지나간 일이라고’라며 담백한 어조로 청자를 위로하는 가슴 따뜻한 희망가다. 김세황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기타 솔로도 일품이다.

Track 06. Seventh Key – The Sun Will Rise

사람은 항상 헤어진 연인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욕을 해보기도 하고, 애써 괜찮은 척도 해보고. 하지만 정작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시작을 함께 했던 그녀를 잊게 해준 건 ‘네 심장이 여전히 울고 있다 해도, 곧 사라질 거야.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날을 열겠지. 그렇게 태양은 떠오를 테니까’의 진부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어주는 이 노랫말 덕분이었다. 깊은 연륜과 노련한 연주를 자랑하는 Billy Greer, Terry Brock 같은 노익장들의 프로젝트 밴드 세븐스 키(Seventh Key)의 곡으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경쾌한 업템포 AOR 넘버다. 잊지 말자. 내일의 태양은 다시 뜬다.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브로콜리 너마저 –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이별 직후,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닷속에 영영 가라앉아버릴 것 같은 때, 이 노래는 내게 일대일로 건네는 친구의 말처럼 다가온다. 친구에게 하소연도 한  두번이다. 결국엔 내가 감당해야 할 일.

‘잊지 못할 사랑을 하고 잊지 못할 이별을 하고 쉽지 않은 맘은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담아둬서 무엇 할까요.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아직까지 잠들지 못했나요.’ 이별 후 아픔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이는 나만이 아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 속으론 되지 않는 일, 이 노래를 되새기며 다짐했다. 잊어야 할 일은 잊자고.  

Track 08. 김광진 – 편지

사람의 진가는 사랑할 때 보다 헤어질 때 더 잘 보일는지도 모르는 일. 애써 잡은 손을 놓고 인연을 끊는 그 순간에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감정은 변했더라도 한 때 소중했던 사람을 향한 존중만큼은 버리지 않는 이별.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만 한다면, 그런 이별을 맞고 싶다.

실제 이 가사는 가수 김광진의 아내가 옛 연인에게 받은 편지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이 편지 속엔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와 마음의 깊이, 절절하지만 부담되지 않는 정제된 그리움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