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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영화보다 더 기억에 남는 OST 7곡
2023-02-21T15:24:26+09:00

눈을 현혹할 순 있어도, 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영화의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아도, 들으면 바로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OST 명곡들이 있다. 영화는 가도, 감정을 파고드는 OST는 남는 법. 지금 소개하는 이 리스트를 재생하며 작품 속 주인공처럼 천천히 흐르는 계절을 솎아내고, 담담히 사랑을 보내고, 나른한 걸음을 떼보자.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Scott Matthew – In The End (영화 ‘숏버스’)

외설과 예술 사이에서 논란을 빚은 영화 ‘숏버스’.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헤드윅’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의 작품으로 각자의 심미안 따라 영화 호불호는 알아서 해결하시고 일단 귀만 좀 빌리자.

18곡의 OST 중 무려 5곡 지분을 차지하는 아티스트는 스콧 매튜로 영화 속에서 인디라운지 뮤지션으로 출현한다. 그가 부르는 ‘In The End’는 당신이 겪는 감정의 정점에 맺히고, 우린 또 한 번 존 카메론 미첼의 고매한 음악 취향을 맹신하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Track 02. 푸디토리움 – 발자국 (feat. 진실 Of Mad Soul Child) (영화 ‘577 프로젝트’)

‘걷기학교’라는 연예계 사조직 창설은 물론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까지 출간한 하정우. 걷는 것과 사는 것을 동일시하는 듯한 그가 출연은 물론 기획, 캐스팅까지 참여한 영화 ‘577 프로젝트’ 또한 열 명이 넘는 배우들이 함께 서울부터 해남까지  577km를 행군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정수는 OST에 있다. 영화보다 음악으로 먼저 회자할 정도로 단 한 곡도 빼놓을 곡이 없는 이 앨범은 푸디토리움, 김정범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중 한성천의 테마곡으로 사용된 ‘발자국’은 진실의 독특한 음색이 영화 속 장면을 생경한 풍경으로 전환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3. King Kobra – Iron Eagle (영화 ‘아이언이글’)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나마 아는 사람도 대부분 ‘탑건 짝퉁 영화’ 정도로 기억하는, 하지만 실제로는 탑건보다 무려 4달이나 먼저 개봉했던 비운의 ‘작품’이다. 아, 비운의 ‘명작’으로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시간상으로는 이 영화가 먼저지만, 작품성이나 완성도는 탑건보다 한참 떨어지는 B급 영화이기 때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10대 청년이 미 공군 몰래 F-16 전투기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고증과 현실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대표하는 테마곡 ‘Iron Eagle(Never say die)’ 하나만큼은 록 팬들의 기억에 길이 남았다. 이를 연주한 건 거장 드러머 카마인 어피스가 젊은 멤버들을 모아 조직한 멜로딕 하드록 밴드 킹 코브라(King Kobra). 지금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마크 프리의 시원한 목소리와 노골적인 80년대풍의 키보드가 전형적인 ‘추억은 방울방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Track 04. Alan Silvestri – Journey to Transylvania (영화 ‘반 헬싱’)

지금이야 재평가가 이뤄진 명작 취급을 받지만, 개봉 당시에는 졸작 대접을 받았던 영화 ‘반 헬싱’. 까놓고 보면 영화에 쓰인 반 헬싱 교수,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같은 요소들은 개연성 없이 이것저것 잡다하게 끌어다 쓴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어느 영화보다 중세 판타지의 이상적인 비주얼을 가장 잘 구현해냈다. 그리고 영화 음악의 거장 앨런 실베스트리가 바로 이 작품의 중세적 분위기를 120%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몰아치는 듯한 격정적인 오케스트레이션 위로 흩뿌려지는 스패니쉬 기타는 이 사운드트랙의 백미.

Track 05. Robbie Rob – In Time (영화 ‘엑셀런트 어드벤처’)

키아누 리브스의 찌질했던 시절을 볼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엑셀런트 어드벤처’는 지극히 언어 유희적인 요소와 미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한국인으로서는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1980년대의 시대상이 낭만적으로 잘 담겨있고, 또 그에 걸맞게 음악의 황금기다운 주옥같은 OST가 빛나는 작품이기도.

타임머신 오류로 잠시 미래 여행을 가게 된 두 주인공에게 경배를 바치는 미래인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에어기타를 치며 흘러나오던 ‘In Time’의 감동적인 멜로디는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6. Adam Driver – Being Alive (영화 ‘결혼 이야기’)

극의 흐름이 절정에 다다를 때 즈음 남주 아담 드라이버가 회식 자리에서 불현듯 무대로 나가 부르는 노래다. 원래 컴퍼니라는 뮤지컬의 넘버 ‘Being Alive’. 대화하듯 덤덤히 읊조리는데, 노래도 수준급.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을 지녔다.

널 꽉 안아주는 사람, 너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 네 자리를 빼앗고 단잠을 방해하는 사람, 널 아주 잘 아는 사람, 널 충격으로 몰아넣고 지옥을 맛보게 하는 사람,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 인생에 악역과 영웅이 극명하게 나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묘사를 아우르는 인물이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결혼이던가. 한 줄 한 줄 인간군상의 정곡을 찌르는 가사가 짙은 여운을 남기고 간다. 

Track 07. Shigeru Umebayashi- In The Mood For Love (영화 ‘화양연화’)

양조위의 눈빛을 음악으로 만들면 이런 곡이 될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닿을 듯 닿지 않는, 외면 할수록 아른거리고, 끝끝내 비껴가기에 아련함이 사무치는 소려진(장만옥)과 차우(양조위)의 시간을 닮았다. 감정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 법.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게 가슴 한 켠에 묻어둔 그 사람이 불쑥 떠오를 때면 이 노래를 틀자. 구슬프고 매혹적인 멜로디가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대의 심경을 대변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