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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줬던 그것들② – 2000년부터 오늘까지
2023-02-21T17:22:35+09:00

최첨단 성인물부터 중국 포르노의 부상까지, 고삐 풀린 욕정으로 점철된 오늘날.

… ①편에 이어

지난 20년간 성인물 세계의 변화는 우리가 욕망해도 되는 것과 그래선 안 되는 것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전문 배우가 각본하에 촬영한 AV(어덜트 비디오)같이 클래식한 영상물부터 몰카·리벤지 포르노·아동청소년성착취물 등의 불법 촬영물, 인터넷 성인 방송, 딥페이크 포르노·VR 포르노 등 최첨단 기술과 결합한 성인물 등등. 

빠른 시간 안에 이처럼 수많은 변천과 변종을 자아낸 2000년대의 성인물은 과거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성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쾌재보다는, 우리의 인식·문화·제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폭주하는 성적 욕망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앞서게 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어온,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촬영물들이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는 법과 제도의 행적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달아오른 사회적 분노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며 모든 형태의 성인물을 싸잡아 사회적 악으로 몰아가고 있는 인상을 남긴다. 그들로서는 그편이 가장 확실하고 편하니 이해는 간다.

성인 사이트 접속은 차단되었고, 여전히 국내에서 일정 수위 이상의 포르노 제작은 불법이다. 무지성으로 ‘정체성 정치’를 주창하는 일부 극단론자들 덕에 야동의 ‘야’자 하나 꺼내기도 조심스러워진 요즘이다. 이처럼 점점 척박해지는 환경이지만, 늘 그랬듯 우리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일단 지난 20년간 성인물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브랜드 AV의 성행, ‘이 배우 이름, 품번이 뭔가요’

다소 기분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하기도 어려운 인터넷 농담이 있다. ‘한국 남자들은 머리는 반일인데 하반신은 친일이다.’ 그만큼 오늘날 한국 성인물 세계에서 일본 AV가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편에서 언급했듯, 90년대 말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일본에서 AV 제작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들이 생산한 어마어마한 양의 AV가 한국의 인터넷망을 점령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눈치 보며 세운상가와 청계천을 전전하지 않고도 집에서 간편하게 야동을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본 AV는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였다. VHS와는 비교도 안 될 깔끔한 DVD 화질, 소프트 콘셉트부터 하드 콘셉트까지 다양한 장르, 주요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노모’ 야동까지(일본에서도 노모 AV는 불법이며, 미국 법인 등을 통해 제작된다). 한국 성인들에게 진정한 신세계를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급증한 일본 AV는 몇몇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1pondo, Tokyo-Hot, Heyzo, Red Hot Jam 등 저마다의 고유한 결의 AV를 선보이는 유명 레이블들의 인지도가 상승했고, 아오이 소라, 타치바나 리코, 아이다 유아, 호노카 등 몇몇 AV 배우들은 연예인 부럽지 않은 한국 팬덤을 거느리기도 했다. 일부 인기 있는 ‘명작’들을 품번으로 부르는 풍토(예컨대, 그 유명한 EDD-2**)도 당시로부터 비롯됐다.

당시는 요즘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아 대부분의 일본 AV가 파일로 공유되었는데, 소리바다와 프루나 같은 파일 공유 프로그램 및 와레즈 사이트,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특히 웹하드 사이트는 일본 AV가 다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용량의 AV가 웹하드 사이트에 오르내렸다.

요즘은 일본 AV 배우가 한국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처럼 AV에 대한 인식이 다소 관대해졌지만, 엄연히 당시의(지금까지도) AV 소비문화는 거의 100% 불법이었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AV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아직까지도 주요 장면과 부위를 다 편집으로 덜어내고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 이상 AV 유통과 배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실상 당시 인터넷에 나돌던 AV 들은 음성적인 루트로 인터넷에 무단 배포된 것들이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AV가 폭발적인 확산을 이루었음에도 당시 제도권에서는 도무지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관련된 법적 정비를 채 하기도 전에 수십, 수백만에 달하는 AV 애용자(?)들을 모조리 불러다 조사하기란 불가능하였고, 그나마 이따금씩 관련 사이트 접속을 막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헤비 업로더를 처벌하기 시작한 것도 몇 년이나 지난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하지만 통상적인 포맷을 따르는 AV는 귀여운 수준에 불과했다.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인터넷 공유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을 넘는 성인물들의 유포를 위한 발판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일부 국가처럼 포르노 제작을 법적 통제가 가능한 선에서 허용하는 것이 범죄형 성인물 제작과 확산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2000년대 초반 진즉 공론화 됐어야 할 문제이다.

스너프 필름, 몰카의 등장

성인물은 아니지만 ‘노**물’이라 불렸던 스너프 필름이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 나돌아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었다. 동영상은 한 여성이 억지로 구토를 한 뒤 토사물을 다시 먹는 역겨운 장면을 담고 있었다. 이 영상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고통에 시달리는 이도 많아 공중파에서도 이를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다루기도 했으나, 당시 대한민국 ‘엽기’라는 개념이 유행하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계기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처럼 혐오스러운 내용을 담은 스너프 필름과 성인물 쪽에서는 강간, 윤간, 수간, 스캇물 등 성범죄 행위를 연상시키거나 엽기의 극단을 달리는 영상들도 대거 유통되기 시작했다. 유럽 등지에서는 이와 같은 장르의 성인물 역사가 꽤 오래됐으나, 국가를 막론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영상에 뒤따르는 배우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모방의 문제도 역시 오래간 지적 되어 왔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성관계 몰카나 여성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사례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인과의 성관계를 자랑처럼 공개하는 개인은 물론, 상업적 목적하에 성관계 몰카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많아졌다.

‘강남카페’ 사건이 대표적이었는데, 2000년부터 두 명의 한국 남성이 미국에 서버를 두고 음란사이트 ‘강남카페’를 개설, 대학생 및 미성년자와 성관계 영상을 시리즈물로 배포한  사건이다. 이들은 유령 연예 기획사를 세우고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 ‘감독에게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 연예인으로 성공하겠다는 자세를 보여라’며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불법으로 유통했다. 2001년 강남카페 사이트 운영자들이 구속되었으나, 이를 벤치마킹한 유사한 사이트와 시리즈물들이 인터넷상에서 계속해서 제작·유포되었다.

이러한 부류의 영상들은 AV와는 다른 층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인위적인 느낌이 날 수밖에 없는 AV와 달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일반인의 리얼한 성관계에서 관음증적 자극을 느낀 탓이다.

지금 시각에서 어처구니없이 여겨지는 것은, 당시 이러한 영상들에 대한 처벌이 성범죄로 인식 및 처벌되는 경우도 드물었을뿐더러, 피해자 구제보다는 음란물 제작 및 유통 처벌에 더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강남카페 사건  피의자들만 해도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에 더 중점을 두고 수사가 이루어졌다.

2013년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되기 이전 불법 성관계 촬영물의 유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으며, 몰카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진지한 논의도 2015년 워터파크 몰카 사건 등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불법 촬영물 관련 처벌 강화가 이루어진 것도 2017년부터이다. 관련 음란물 소지가 법적 처벌 망에 들어온 것은 불과 2년 전인 2022년에 이르러서였다.

인터넷 성범죄의 발원, 소라넷

1999년 ‘소라의 가이드(Sora’s Guide)’라는 이름의 사이트로 출발한 ‘소라넷’은 대한민국 디지털 성범죄의 발원이자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범죄 음란물이 가장 대규모로 공유됐던 공간이었다.

초창기에는 ‘야설’, ‘야사’, ‘야짤’ 등을 비롯해 섹스 칼럼을 주로 게시하며 다른 인터넷 공간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점점 사용자가 많아지더니 2003년 커뮤니티 회원제 사이트로 전환, 범죄성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피의자들의 검거 당시 밝혀진 회원 수는 약 1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이트가 커뮤니티화되면서부터 불법으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주요 위를 ‘도촬’한 불법 찰영물이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고, 연예인, 아동, 일반인을 포르노 사진과 합성해 업로드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더 심각했던 것은 커뮤니티가 범죄 모의의 온상으로 변질되었다는 것. 간통으로 조장하거나 스와핑을 주선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집단 강간을 모의하는 등의 행태가 점점 많아졌고, 이러한 논의를 실천으로 옮겨 경험담을 올리는 등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과 법적·제도적 준비가 미약했던 상황에서 소라넷 회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도리어 ‘성의 자유와 해방’이라는 기치하에 이루어지는, 깨어 있는 이들의 쿨한 활동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소라넷 운영자들이 검거되고 사이트가 폐지되기까지는 무려 1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상 이 긴 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봤던 이들은 딱히 구제를 받기 어려웠다. 사이트 규모가 커지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2006년부터 나름 열심히 사이트 감시 및 차단으로 대응했지만, 소라넷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도메인 주소를 바꾸며 운영을 이어갔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경찰 수사 착수에 들어갔고, 2016년 인터폴과의 공조하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외 운영 서버를 적발하여 관련자들 구속 및 사이트 폐쇄가 이루어졌다. 소라넷은 결국 이렇게 종말을 맞게 됐지만, 사이트 개설부터 폐쇄까지 무려 17년에 이르는 기간

제작되고 공유됐던 범죄성 음란물 중 다수는 여전히 인터넷에 떠돌고 있으며, 소라넷을 모티프로 생겨난 수많은 유사 사이트들도 계속해서 운영 중이다.

지금보다 더 수위 강했던, 인터넷 성인방송 PJ 눈나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2000년 무렵 등장해 반짝 유행했었던 인터넷 성인 방송들이 있었다. ‘홀릭**’, ‘라이브**’, ‘조**비’, ‘**라이브’, ‘109***’ 등 노골적인 방송명과 함께 남녀의 섹스 장면을 한 치의 여과 없이 송출했던 방송들이었다. 역사상 존재했던 웬만한 성인물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성행위 장면의 수위가 높았고, A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현란한(?) 연출과 상황극, 라이브 방송 등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성인방송에 출연했던 여성 배우들은 일명 ‘PJ(포르노자키)’로 일컬어졌으며, 예명 딸기, 수빈, 나영, 채연 등의 PJ는 수천 명에 달하는 팬클럽을 보유하기도 했으며, 이들의 당시 한 달 수익은 적게는 300만 원에서 7,000만 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야방’ 및 야방 스트리머의 시조 격이라고 할 수도.

이들 성인 방송국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몇 해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2004년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일망타진되었다. 관련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대부분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들 중 일부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것인데, 운영자들이 PJ들에게 엑스터시와 대마 등 마약류를 상습 복용케 하고 변태적인 영상을 촬영하게 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한국 포르노 산업 구조에서는 이처럼 불법적인 행위와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 혹은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되었든 불법적인 행위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천문학적인 수익에 대한 환수도 이루어지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집행유예로 풀려난 딸기, 나연, 채연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참회의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함과 동시에 ‘합법적인’ 신생 성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른 몇 PJ들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성실하게(?) 제2의 삶을 사는 모습을 비추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요즘 ‘야방’, ‘벗방’ BJ들에게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기반한 인터넷 성인방송이 보다 더 큰 반향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선례(?)를 제시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님은 가셨지만, 대한민국 야동의 아버지 김본좌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명언(실제 그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아니며, 인터넷상 유머로 돌아다니는 밈(meme)으로 추정됨)과 함께 2006년 구속된 한국 야동계의 아버지 김본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토토디스크’를 비롯한 웹하드 사이트에서 고전부터 최신작에 이르는 1만 4천여 편에 이르는 AV를 업로드한 인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에 퍼진 AV의 70% 이상이 김본좌 홀로 공유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2000년대 성인물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음란물 유포죄로 경찰 조사를 받던 당시 “최근 2년간 최신작 음란물을 올려달라는 네티즌들의 성화 때문에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살신성인을 하며 인터넷상에서 아직까지도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김본좌 이후에도 ‘정본좌’, ‘양본좌’, ‘박본좌’ 등 후대 본좌들이 김본좌의 아성에 도전하며 경쟁적으로 대량의 성인물을 공유하는 현상을 빚어내기도 하였다. 현재도 김본좌를 기억하며 그와 관련된 밈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 – 본좌복음 연행편 32절 9장

김본좌 선생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야동을 업로드하셨으니 이는 저를 보고 느끼는 자마다 김본좌 선생을 잊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 본좌복음 3장 16절 

김본좌께서 법정에 출두하시매 “법이 있어 심판을 받으리니 누구보다 솔직한 나의 죄는 음란물 유포죄로구나” 하고 한탄하시니 판사도 변 검사도 배심원도 모두 눈물 흘리며 애도하더라. – 본좌복음 법정편 16절 6장

이처럼 인터넷상에서 지금도 응원을 받는 듯한 김본좌이지만, 어쨌든 불법적인 행위를 한 범죄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응원이라고 해도 사실상 진정성 있는 응원이라기보다는 농담조가 강하다. 하지만 김본좌 이후 인터넷 여론을 보면, 김본좌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기보다는 한국 성인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제도권의 인식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례로, 2019년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 정책(https:// 차단) 시행 이후 김본좌 관련 밈을 소환하며 정부 정책을 조롱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일정 부분 모든 성인물을 구체적인 구별 없이 불법적으로 음란물로 규정하는 문제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아직 살아 있다, 에로영화의 재기  

인터넷을 통한 성인물의 범람과 이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2000년대 초반 이후, 2010년대 한국 성인물계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변화가 관찰된다.

의외인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완전히 괴멸을 맞은 듯했던 에로영화가 드문드문 다시 소개되고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음란물 관련 법과 규제 때문에 에로영화에서 연출할 수 있는 수위의 한계는 극명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던 고화질 AV로 눈이 높아진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가 2010년 관련 심의 기준을 완화하고, 케이블TV 및 IPTV 업체에서의 수요 발생과 모바일 성인가 생기며 극장판이 아닌 TV 서비스용 에로영화들이 다시금 제작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가장 괄목할만한 에로배우 감독이라면 바로 봉만대 감독을 거론할 수 있다. 1999년 <도쿄 섹스피아>로 입봉한 봉 감독은 2010년대 그의 대표작 <아티스트 봉만대>, <떡국열차> 등으로 매스컴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등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TV에도 자주 출연했던 성은, 곽현아 등을 작품에 출연시키고, 나름 괜찮은 영상미와 각본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스트리밍을 통한 성인물 시장이 곧이어 성장하고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계속 공급되는 성인물 시장에서 2010년대 에로영화의 인기는 아주 잠시로 끝났다. 결국 찰나의 인기를 뒤로 한 채 지금은 모텔 등지에서 심심풀이용 콘텐츠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성인물 부활의 신호탄, 성인 웹툰과 스트리밍 서비스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언급했듯 음란물 관련 심의 기준을 일정 부분 완화하게 되고,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스트리밍 서비스 공급 확대, SNS 이용자 증가 등으로 성인물 서비스 생산과 소비 양태가 변화를 맞이한다.

첫째로, 성인용 웹툰이 큰 인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웹툰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레진코믹스의 경우 2012년 발족 이래 꾸준히 성인 웹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도에는 전체 웹툰의 약 20%가 성인 웹툰이었으며, 현재는 본래 취지와 달리 ‘성인 웹툰 보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졌다. 더불어 네이버웹툰, 카카오(다음) 웹툰 등 대형 포털 사이트 웹툰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오고 있다.

더욱 가시적으로 관찰되는 변화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성인물 공급이다. 인터넷 기술 발달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파일 다운받느냐 시간을 할애하고 하드 용량을 확보하는 불편을 감소하지 않게 된 것이다(바이러스 걱정도 덜 수 있다).

더욱이 성인물을 스트리밍하는 사이트들에서는 화려하고 직관적인  큐레이션으로 더 빠르고 간편하게 각국의 다양한 성인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인기를 배가시켰다. ‘Po**hub’, ‘YouPo**’, ‘XVI***S’ 등의 해외 유명 사이트들은 영화 소재나 밈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러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에 성착취물과 아동음란물, 불법 몰카, 리벤지 포르노 영상 등이 버젓이 게재되고, 개인정보 유출 및 멀웨어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국내외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공론화되면서 불법적인 촬영물들은 계속 여과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사이트 접속 자체를 아예 원천 차단해버렸다.

특히 2017년 이후 사회적으로 몰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두되는 한편, 아동 성폭력 사건, 정준영 사건, N번방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들의 등장, 젠더 이슈 대두 등과 같은 흐름에 맞물려 2019년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을 비롯한 인터넷 성인물에 대한 규제는 계속하여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봐도 될 만한 수준’의 영상 접근에 대한 권리까지 모조로 뭉뚱그려 그 정도가 지나치며, 성인물 전체를 잠재적 성범죄의 원인으로 매도한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성인 콘텐츠 공급도 활기를 띠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아프리카 TV에서도 선정적인 방송이 종종 눈에 띄며, 이보다 더 나아가 아예 성인용 인터넷 방송을 표방하는 팝콘TV에서는 더욱 자극적인 개인 방송들이 송출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의 ‘야방’, ‘벗방’은 앞서 언급한 PJ들 수준의 선정성은 아니더라도, 성기 부위 노출만 아니면 대부분 방송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들의 인기 요인으로는 작위적인 연출에 기반한 AV와 달리 실제 대화하는 듯 자연스러운 진행이 이루어지고, 채팅과 후원을 통해 BJ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감각을 제공한다는 것을 거론할 수 있다.

이러한 야방, 벗방은 미성년자도 조금만 꼼수를 쓰면 쉽게 시청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사실상 사이트 자체에서 손을 쓰지 않으면 마땅히 규제할 만한 방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벌어들이는 수익도 꽤 괜찮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 플랫폼의 등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이러한 방송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핫의 몰락, 새로운 야동 트렌드의 등장

스트리밍 위주의 성인물 소비가 인기를 얻게 되며, 야동 업계는 다소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다. 더욱이 기성 AV 레이블들의 스캔들로 이미지까지 안 좋아져 2010년대 AV 업계에는 일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2017년에는 일본 AV 업계의 거대 레이블 Caribbean이 일대 위기를 맞고 이어 또 다른 유명 레이블 Tokyo-Hot이 사업을 접는 사태가 발생한다. 당시 Caribbean은 미국 법인에서 제작하는 ‘노모’ AV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FBI 조사를 받게 되었고, ‘노모’ 제작이 불법으로 규정된 일본에서 Caribbean 본사 수사에 착수해 해당 레이블이 일본 현지에서 불법 노모 AV 제작해 해외로 전달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요 운영자들이 대거 구속되며, Caribbean을 비롯한 대다수 AV 레이블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다.

더 나아가, Tokyo-Hot에 주로 출연했던 AV 배우 츠키시마 나나코가 유튜브 방송에서 Tokyo-Hot의 캐스팅과 촬영이 불법적인 형태로 진행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관련자들이 대거 수사를 받는 사태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Tokyo-Hot 출연 배우와 관계자들이 대거 이탈, 2017년 이후 사실상 폐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들과 더불어, 최근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기존 AV 시장의 일대 변화를 부추겼다. 기존 일본 AV의 과도한 수위와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에 신물이 났는지, 소비자들은 좀 더 현실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AV 형태를 더 선호하는 추세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인 남녀가 감독의 연출과 개입 없이 실제로 성관계를 콘셉트의 포르노가 최근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일반인들로 가장한 배우들이 각본하에 진행하는 것이지만.

이에 따라 2000년대 초중반을 호령했던 Caribbean, 1pondo, Tokyo-Hot, Heyzo, Red Hot Jam 등은 대부분 AV 제작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맞이하였고, 더 자연스러운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하는 신생 AV 업체들이 세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최첨단 포르노와 중국 자본의 포르노 시장 진출

가장 최근 성인물 세계의 추세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접목된 성인물 그리고 중국 포르노의 부상이 눈에 띈다. VR 기술을 활용하여 더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는 VR 전용 포르노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17년 VR 영상업체 ‘에스티피플’이 성인 VR 앱 ‘그린라이트’를 출시하여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VR과 같이 합법적인 선에서 성인물을 만든다면 괜찮겠지만, 최신기술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바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포르노 배우의 몸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 유통이 점증하고 있다. 소라넷 이후 관련 법규가 강화되어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전보다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나, 걱정을 떨칠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딥페이크 영상 제작과 유포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인데, 성인물 시장에서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두말하면 입 아프겠지만, 중국에서 벌이는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 불법적이고 막무가내인 성격이 있으며, 그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제작자와 유포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딥페이크 영상을 업로드하는 스트리밍 사이트도 사실상 아동물이나 리벤지 포르노가 아닌 이상 쉬쉬하는 분위기며, 설령 제재를 당하더라도 중국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에 게시하면 그만이라 딱히 손쓸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최근 더 나아가 자체 제작한 포르노를 레이블을 대거 설립 중인데, 일본 AV의 부흥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돈이 많아 좋은 장비를 활용하는지 영상미는 나쁘지 않지만, 연출 면에서 형편없다는 평가가 대다수이다.

몇몇 레이블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경우 배우들이 신체의 같은 부위에 같은 모양의 문신을 한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레이블에서 배우에게 강제로 표식을 남겨 다른 업체에서 일을 못 하게 하려는 만행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다만, 이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는 아직 찾아보기 어려우며, 해당 문신이 진짜 문신인지 헤나처럼 일정 기간만 유지되는 형태의 문신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밖에 최근 유행을 따라 ASMR 포르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성인물도 등장했다. 기내, 사무실, 학교, 병원 등의 콘셉트로 여성 내레이터가 자극적인 말들을 속삭이는 형태의 성인물인데, 문제는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에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버젓이 게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2000년대는 성인물의 폭발적 증가, 새로운 기술 및 자본과 결합한 성인물의 등장,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법과 제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인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좀 더 호의적으로 변하고 더 다양한 성인물을 더 간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지난 20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향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욕망의 한계를 적절히 다스리지 못한다면, 지난 세월 무방비로 방치되어 왔던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은 우리 중 누구에게도 고스란히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몰카,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불법 촬영물은 물론이고 최근 등장한 딥페이크 포르노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더 나은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헌정 이래 여전히 지속되는 제도권의 성적인 욕망의 억압이나 모든 성인물을 뭉뚱그려 범죄화시키는 식의 규제는 여전히 대중의 일반 상식과 유리되어 사회적 불만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음성적이고 변태적인 성인물 공급과 소비가 증가한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숙고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지난 20년의 변화가 보여준 속도보다 앞으로 20년에 있을 변화의 속도는 몇배, 아니 몇십 배 빠를 것이다. 성인물에서 파생되는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도 이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다 벌거벗고, 다 까놓고 사회적인 대화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