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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눈 올 때 듣고 싶은 곡
2023-02-21T15:25:11+09:00

누군가에게는 겨울 낭만이, 누군가에게는 예쁜 쓰레기가.

갑자기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한 폭설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도로 한가운데에 꼼짝없이 갇혀서 분노를 폭발시켰지만, 누군가는 해맑은 얼굴로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며 SNS에 각종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아마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날도 없었을 어제를 추억하며, 에디터들이 각자 쟁여두었던 BGM을 하나씩 풀어본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10cm – 눈이 오네

눈이 오면 궁상 센서가 자동으로 켜진다. 내리는 눈을 보며 다음날 출근길 걱정을 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지난 기억들. 그 속에 아직 살고 있는 그녀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내린 눈처럼 당신 곁에 또 내려 앉았다. ‘눈이 오네’는 언젠가 녹을 눈처럼 당신과 쌓은 추억들이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남자의 마음을 노래했는데 질척거리는 권정열의 목소리가 쓸쓸하고, 쌉쌀하다. 눈 오는 밤, 이 노래 BGM으로 깔고 깡소주 나발 불고 싶은 감성이다. 

Track 02. 성시경 –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

흩날리는 게 눈인지, 그리움인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어른이 됐다는 얘기. 눈싸움할 친구도, 눈사람 만들 체력도 없지만, 잡생각만큼은 넉넉하게 쟁이고 있다.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는 비와 눈, 지면을 향해 하강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볼 때 드는 복잡한 마음을 더욱 헤집어 준다. 그녀와 나눴던 작은 몸짓까지 모두 끌어안고 그리움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이 노래에 마음을 묻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보는 것도 방법.

Track 03. 선우정아 – 동거

지난 5일 발매된 따끈한 선우정아 싱글 ‘동거’. 극사실주의 뮤비를 틀고, 이 곡을 들으면 당신과 나누는 작고 평범한 일상에 더는 권태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다. 같이 TV를 보며 빨래를 개고, 소파에 포개져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일은 당신과 내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온기가 유일한 위안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하니까. 폭설 주의보가 내려도, 그러다 모든 것이 얼어 빙하기가 온대도 그대와 지은 세계 속으로 숨어들면 이 노래처럼 그곳만은 따뜻할 것 같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Within Temptation – Ice Queen

위딘 템테이션은 두 번째 정규작 <Mother Earth>를 통해 고딕 메탈에서 심포닉 메탈로 완벽하게 방향 전환을 했다. 골수 메탈 팬에게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대신 대중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한 덕분에 훨씬 다양한 팬층을 얻었다. 오늘날 밴드의 전방위적인 성공에 단초를 제공한 결정적인 앨범이다. 그중에서도 ‘Ice Queen’은 지금까지 위딘 템테이션의 시그니처 송이라 불릴 만한 대단한 상징성을 가진 곡. 바로 어제까지 몰아친 눈보라를 배경으로 이 곡을 틀어놓으면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Track 05. Alias – Waiting for love

프레디 커시는 1985년 쉐리프를 해체하고, 이후 1988년에 앨리어스라는 새로운 팀을 만든다. 그런데 이듬해, 쉐리프의 ‘When I’m with you’가 역주행을 하더니, 뜬금 없이 6년 전 곡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다. 역주행의 원조 아이콘인 셈. 하지만 이미 쉐리프의 멤버들은 각자 갈 길 가고 있었고, 커시는 입맛을 다시며 앨리어스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후대의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눈보라가 몰아칠 때, 추위를 녹이는 따스한 온기의 시의적절한 명반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중 기타 아르페지오의 인트로와 풍성한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미드템포 AOR 넘버 ‘Waiting for love’를 골랐다.

Track 06. Spock’s Beard – Snow (Full Album)

곡이 아닌 앨범을 통으로 골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Snow>라는 제목을 가진 이 앨범이 스팍스비어드 디스코그라피를 넘어 프로그레시브 역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걸작 콘셉트 앨범이기 때문. 더블 앨범 구성의 풍부한 음악적 볼륨을 뛰어난 악곡 구성으로 풀어내는 닐 모스의 음악적 역량이 찬란하게 빛나는 명반이다. 알비노 소년의 여정을 종교적인 색채로 그려낸 스토리텔링이 앨범 커버와 묘하게 맞물리며, 눈 오는 시즌의 분위기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이들이 예스, 핑크플로이드, 제네시스 같은 프로그레시브의 클래식 사이에서도 이름을 나란히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이 앨범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이소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겨울, 새벽, 눈 덮인 골목과 닮은 노래.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인트로를 지나 ‘잠깐 일어나 봐, 깨워서 미안해’로 시작되는 첫 소절로 노래 아닌 대화를 하는 듯한 이소라의 보컬이 이어진다. 유독 눈 내리는 날과 어울리는 이유는 특유의 호소력 속에 고요한 무드가 흐르기 때문이다.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우울하지도 않고, 소리 없이 부드럽게 쌓여서 서정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눈송이 같은 매력이 있다.  

Track 08. 김사월 –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

노래라기보다는 시 또는 독백에 가까운 트랙. 그래서 이 곡을 듣는 동안은 김사월이 가수이기보다는 음유시인으로 느껴진다. 일단 눈 내리는 날 태어나 기온이 오르기 전까지만 생존할 수 있는 눈사람을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제목에서 반은 완성된 게 아닐까. 멜로디를 쏙 빼고 눈 덮인 겨울의 풍경과 방황하는 인생의 단상을 얘기하는 가사로만 꽉 채워놔서 그런지 여운은 담백하고 덤덤하다.

Track 09. Zion.T – 눈 (Feat. 이문세)

몽환적인 멜로디와 함께 자이언티의 몽글몽글한 목소리, 그리고 레전드 이문세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았던 곡. 특히 자이언티는 앨범 소개에 작업 노트를 공개하며 현재 설레는 감정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안재홍이 출연한 7분 30초가량의 무비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자이언티의 1절은 달달한 분위기의 설레는 감정을 한껏 끌어냈다면, 이문세가 부른 2절은 절제되고 담담한 음색으로 그리움과 아련함을 한 스푼 가미했다. 1절을 현재형, 그리고 2절은 옛 추억을 회상하는 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