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단언컨대 헤드폰을 장만하기 가장 좋은 계절. 음악 기능까지 탑재된 귀도리라니, 일석이조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헤드폰이나 사고 싶지 않다면 이 리스트에 주목하자. 음악 취향이 확고하다면 더 좋다. 클래식부터 EDM까지, 장르별 헤드폰 추천 리스트로 꾸려 왔으니까.
사실 한 장르로 묶이는 음악이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꽤나 다양하게 나뉜다. 당장 힙합만 봐도 공격적인 트랩 비트의 곡이 있는가 하면, 멜로디 위주의 싱잉랩도 존재하니까. 그렇기에 장르에 따라 헤드폰을 고르려고 하면 그 기준이 자칫 모호해질 수 있다. 그보다는 ‘어떤 소리를 선호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선택이 보다 용이해진다.
뚱뚱 거리거나 붕붕 대는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 악기 중에는 베이스나 킥 드럼을 선호한다면 저음파라고 할 수 있겠다. 심벌즈나 하이햇 같은 금속성의 사운드나 경쾌한 기계음이 귀에 맞다면 고음 취향이다. 보컬에 가장 집중하는 편이거나 저음도 고음도 과하지 않은 게 좋다면 밸런스형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음향기기가 그렇듯 헤드폰도 가격대가 다소 높게 책정돼 있다. 하지만 풀 죽을 필요 없다. 의외로 헤드폰은 언제 어디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가격의 격차가 큰 편이니까. 음향 관련 커뮤니티나 청음샵의 할인 소식을 꾸준히 살펴보자.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을 노려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저음 강조 헤드폰 – 재즈 / 힙합
청취자의 심장을 울리는 음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음. 808 베이스와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힙합, 저음부 라인으로 리듬과 화성의 뼈대를 만드는 재즈를 즐겨 듣는다면 이런 헤드폰을 추천한다.
보스 하면 저음, 저음 하면 보스. 워낙 저음부가 두드러지는 보스이기에 사운드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QC 울트라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저음 강조로 밸런스를 챙겼다. 해상력도 훌륭해 디테일하면서 풍부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깔끔하고 동글동글한 디자인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리겠다.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데일리로 쓰기에도 제격이다. 업계 탑티어 노이즈 캔슬링과 함께라면 이 세상에 남은 건 나와 음악뿐.
일본 최초의 오디오 브랜드, 데논. 110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뛰어난 기술력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데논 AH-D7200의 저음은 ‘돌저음’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탄탄함을 자랑한다. 마치 우퍼를 켜두고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것 같은 생생한 보컬 표현도 강점이다.
천연 월넛으로 제작된 고급스러운 우드 이어컵은 보기에도 좋지만 사운드 품질도 높여준다. 요상하게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성능 대비 가성비도 훌륭하다. 착용감이 아쉬운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
밸런스 좋은 헤드폰 – 클래식 / 밴드
오케스트라나 밴드 장르처럼 여러 악기가 쓰이는 음악을 밸런스 좋은 헤드폰으로 들으면 어떻게 될까? 어느 악기 하나 두드러지지 않는 조화로운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가요나 팝처럼 보컬에 주력하는 음악을 듣기에도 적합하다.
슈어의 핵심 가치는 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원음 그대로 전달하는 것. 프로듀서가 의도한 소리 그대로 청취자가 들을 수 있게끔 노력한다. 중립적인 뉘앙스의 에이오닉 50과 함께라면 허투루 놓치는 세션 없이 또렷한 음감이 가능하다.
튀는 소리가 없는 만큼 오래 들어도 피로함이 덜하다. 자연스러운 노이즈 캔슬링과 최대 45시간의 긴 러닝타임, 6개의 마이크로 구현한 발군의 통화 품질 등 블루투스 헤드폰이 가져갈 수 있는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왜곡 없이 가장 사실적인 소리를 지향하는 ‘레퍼런스 헤드폰’을 논할 때 젠하이저는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오픈형 헤드폰인 HD660S2는 자연스러운 밸런스와 더불어 뛰어난 해상력, 넓고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표현하는 육각형 헤드폰이라 할 수 있다.
오픈형 헤드폰 특성상 실내에서 사용해야 하고, 앰프나 DAC 같은 별도 장비가 필요할 수 있다는 마이너스가 존재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본질에 가까운 사운드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고음 강조 헤드폰 – EDM / 전자음악
EDM 음악은 베이스가 생명이기 때문에 저음을 잘 들려주는 헤드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음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음악 감상을 해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양질의 저음을 깔고 간다고 했을 때, 선명한 고음까지 뽑아낼 수 있는 헤드폰을 선택한다면 더욱 쾌감 넘치는 음감 생활이 가능하다.
이길 자 없는 독보적인 감성의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뱅앤올룹슨. 그렇다고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브랜드라고 오해하지 마시라. 특유의 부드러운 튜닝은 자칫 쨍하게 들릴 수 있는 고음역에서도 맑고 세련된 사운드를 전달해 줄 테니까.
볼륨과 노이즈 캔슬링 세기를 조절하는 이어컵 양쪽의 휠은 아날로그한 손맛을 더하는 매력 포인트. 타제품 대비 요다 현상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고픈 마음을 접을 수 없는 건 결국 예뻐서일까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그라도의 헤드폰은 더 좋은 건 있을지언정 비슷한 건 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정돈됐다기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날카로운 느낌이랄까. 특히 고음역에서 발휘되는 탁월한 해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념해야 할 건 저음의 양감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많다는 점. 베이스가 중요한 음악보다는 고음역의 디테일이 두드러지는 쪽이 취향인 사람에게 적합하겠다. 헤드폰 구조가 단순해 본인의 귀에 알맞게 DIY 개조하는 경우도 많으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