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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 리뷰
2023-02-22T18:18:38+09:00

우리에게는 아직 이른 사이버펑크의 세계.

발매가 연기될 때마다 게이머들의 절규와 원성이 하늘을 찔렀던 게임. 위쳐 시리즈로 이름 높은 CD 프로젝트 레드(이하 CDPR)가 존 윅까지 캐스팅해가며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은 대작, ‘사이버펑크 2077’이 마침내 즐거운 연말을 책임지기 위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버펑크 2077’은 과연 기대에 걸맞는 게임일까, 아니면 모 골프채 게임처럼 팬들을 우롱할 것인가. 궁금증을 같이 풀어보자.

사이버펑크?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사이버네틱스 펑크(Cybernetics Punk). 단어의 의미로 보자면 쉽게 이해가 되는 말은 아니다. 친절한 접근을 위해서는 일단 사이버펑크 장르에 해당하는 여러 매체의 공통점을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 마천루와 그에 대비되는 빈민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각종 사이보그들이 돌아다니는 고도의 기술을 갖춘 시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CDPR이 구현한 사이버펑크 2077은 이런 장르의 특징을 환상적으로 구현해냈다. 단지 눈에 보이는 도시의 모습뿐만 아니라 국가 권력을 뛰어넘는 기업의 횡포, 상실된 인간의 존엄성과 거대 네트워크까지 상당히 디테일하다. 일단 구현도에 있어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기회의 땅, 나이트 시티

본 게임의 무대가 되는 나이트 시티는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놀라움을 선사한다. 넓은 맵에 알차게 채워져 있는 건물들, 특히 각 구역의 특징까지 세심하게 고려되어 디자인된 세상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혹시 도시 개발 건축가가 제작에 참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까지 갖게 된다.

이렇게 정밀하게 구현된 도시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디테일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을 넘어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도시를 멋진 자동차와 바이크를 타고 질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당신을 표현하세요, V에게

‘사이버펑크 2077’은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게이머를 좋은 의미에서 당황하게 만든다. 물론 아바타가 되어줄 주인공 V의 캐릭터 생성에 수많은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성 캐릭터가 여성의 목소리를 갖는다던가 등의 수준까지 가능한 것은 놀라울 따름. 약 한 사발 거하게 들이킨 것 같지만, 이런 커스터마이징은 게임의 시대와 배경을 말해주는 훌륭한 요소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며 다양한 스킬 레벨을 올리고 신체의 특정 부분을 사이버웨어로 대체하여 특정 능력을 개방,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는 더욱 높아진다.

사격, 격투, 은신 플레이에 해킹 끼얹기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에 걸맞게 전투 상황에서도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다. 몰래 잠입해 은신하며 주요 목표만 달성하는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냅다 총과 오함마질로 적들의 수박을 깨부술 수도 있다. 심지어 적의 사이버웨어와 주변 구조물을 해킹하여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선택지도 있다. 이처럼 전투 자체는 꽤 참신하고 재미있다.

다만 멋진 시스템과 달리  전투의 타격감 자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사이버펑크 2077’은 엄밀히 말하면 FPS가 메인인 장르는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예쁘게 단장했지만 너무 좁은 길

스토리가 진행되며 주인공이 겪게 되는 거대한 음모, 사건의 전개와 연출은 분명 대단하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많은 분기가 정해지고, 출신 성분과 캐릭터의 육성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요소는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면 사이버펑크 2077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맵에 있는 수많은 NPC와 상점은 소수를 제외하면 상호 작용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거대한 도시를 인형으로만 채운 것 같은 공허함마저 느껴진다. 당연히 엘더스크롤 시리즈에서 할 수 있었던 콘셉트 플레이도 불가능하다. 오픈 월드를 표방하면서 정작 할 수 있는 것이 적다는 점은 테크랜드의 ‘데드 아일랜드’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지겨운 버그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최적화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은 그 특성상 여타 게임에 비해 버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상호작용과 이벤트를 구현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테니까. 그래서 ‘사이버펑크 2077’은 오랜 개발기간을 거치고 많은 상호 작용을 포기했지만, 그런데도 버그가 굉장히 많다. 게임을 즐겨본 이들에게 유명한 ‘연출인 줄 알았던 버그’, 그리고 임무 진행 중에는 스크립트가 꼬였는지 상황에 맞지 않는 대사와 소품을 꺼내 플레이어의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최적화 또한 문제가 많다. 특히 PS4와 XBOX를 이용하는 콘솔 게이머들은 정상적인 게임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레임 드랍이 심하게 일어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위쳐 시리즈로 명성 높은 CDPR의 게임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한글화만큼은 역대급

단점이 명확하지만, 한국 게이머 한정으로 플러스가 되는 요소도 있다. 바로 모든 음성이 한글로 더빙된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욕설도 화끈하게 번역된 것은 당연지사. 특히 라디오나 TV 방송의 음성까지 더빙이 진행되어 게임 속 다양한 정보를 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다듬었다. 한글화 부분에서는 역대급 수준의 타이틀이다.

그리고 의외로 반가웠던 부분은 로컬라이징이다. 제작사가 한국에 대해 분석을 했는지,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영철 배우를 통해 탄생한 ‘4달러’ 같은 희대의 인터넷 밈을 게임 속에 자연스레 녹여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인 캐릭터도 종종 등장하는 편. 이런 점은 한국 게이머의 입장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치맥에 맥주가 빠졌지만, 결국은 CDPR을 믿어야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사이버펑크 2077’이 많은 게이머의 기대에 부응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게임 자체는 대단히 재미있고, 또 역대급 한글화를 선보였다. 하지만 툭하면 튀어나오는 버그, 만들다 만 것 같은 최적화(특히 콘솔)가 게이머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사가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고, 팬들을 기대하게 했던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픈 월드’의 모습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플레이어로서 V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과정이었다. 따라서 기대를 조금 낮추거나, 혹은 업데이트로 버그들이 해결될 때까지 조금 기다릴 것을 솔루션으로 권하고 싶다. 유저 친화적인 CDPR이 조속히 이 사태를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