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바이크가 정복해야 할 최후의 개척지는 아마도 대형 어드벤처와 투어러 같은 영역일 것이다. 애초에 배터리와 최대 주행거리 문제는 사륜차에게도 가장 큰 숙제인 상황. 상대적으로 협소하며 최소한의 공간만이 허용되는 모터사이클에서 한번 충전으로 수백km를 갈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파이오니어의 행보에 많은 이가 기대를 걸 터.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전동화 모터사이클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제로(Zero)가 결국 이 최후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뗀다. 최근 제로가 공개한 2023 제로 DSR/X은 브랜드 최초의 대형 어드벤처 투어러다. 넉넉한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기존 DSR 라인업이 아닌 SR 시리즈의 섀시와 배터리, 모터 등을 베이스로 하여 새롭게 출시되는 모델이다.
제로 DSR/X의 파워트레인은 SR/S와 SR/F에서 이미 익숙한 Z-포스 75-10 모터, 그리고 ZF17.3 배터리팩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최고출력은 100마력으로, 110마력을 훌쩍 상회하는 SR 시리즈에 비하면 출력을 다소 억제했다. 이는 아무래도 디튠을 통해 주행거리를 더 확보하기 위함일 터. 대신 DSR/X은 토크에 더 집중한 세팅으로, SR 시리즈의 140lb-ft와 비교해 166lb-ft의 더 높은 수치로 다소 더 편안한 스타트와 풍부한 토크 주행에 포커스를 맞췄다.
최대 주행거리는 도심 기준 289km지만, 배터리 충전이 어려운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136km로 대폭 줄어든다. 복합 주행 기준은 185km. 하지만 배터리 추가 옵션을 선택하면 기존 17.3kWh에서 21kWh로 배터리 용량이 꽤 확장된다. 도심주행 기준 354km까지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1시간 만에 배터리를 95%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 모듈 옵션도 있다. 다만 어드벤처 투어러에게 도심주행이라는 기준은 무의미한 수치인 만큼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한편 DSR/X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비크 카울이 없는 온로드 어드벤처에 가깝다. 하지만 사이드&탑케이스의 소위 3박스를 모두 장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오피셜 이미지를 보면 측면가드와 너클가드까지 설치하고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컷도 발견할 수 있다. 좌우로 부리부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헤드라이트와 46mm 사양의 도톰한 도립식 쇼와 서스펜션도 다부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제로 DSR/X의 트렐리스 구조 프레임과 스윙암은 기존 SR 시리즈와 유사해보이지만, 제조사 측에 따르면 DSR/X만의 고유 설계와 섀시 구조를 갖는다고 한다. 전륜 19인치, 후륜 17인치 사이즈에 옵션을 통해 와이어 스포크휠을 교체 적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점은 확실히 DSR/X가 온로드뿐 아니라 간단한 임도와 소프트한 오프로드 주행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Cypher III+ OS로, 힐홀드 컨트롤, 5가지 라이딩 모드 등 다양한 스타일을 제공한다. 특히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위해 보쉬 스태빌라이저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바이크의 폭 넓은 주행 포텐셜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간편한 주차를 위한 저속 후진 모드도 있어 편의성을 도모했다. 다만 전륜 4P 캘리퍼에 320mm 싱글 디스크가, 후륜 싱글 피스톤에 265mm 디스크가 적용된 브레이크 스펙은 살짝 아쉽기도 하다. 시작가는 24,495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