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시계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매개체다. 쿠퍼가 우주로 떠나기 전, 딸 머피(애칭 ‘머프’)에게 일종의 징표로 건네는 손목시계. 이 시계는 영화 후반, 5차원이 구현된 공간 속 쿠퍼가 양자역학 자료를 모스 코드로 머프에게 전송하는 메신저가 된다. 시계를 통해 부녀는 결국 수십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마침내 재회에 성공한다.
개봉한 지 5년이나 지났어도 반갑다. 해밀턴(Hamilton)이 카키 필드 ‘머프’ 오토(Khaki Field ‘Murph’ Auto)라고 노골적으로 이름을 붙여 새 시계를 출시해줬다. 사실 영화 속 쿠퍼가 차던 카키 파일럿과 달리 머프의 시계는 해밀턴 컬렉션에 존재하지 않는 커스텀 시계였는데, 결국 5년 만에 진짜 세상으로 나온 셈.
영화의 팬이라면 이 시계의 다이얼, 특히 초침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얇아서 잘 보이진 않겠지만 이 초침에는 가느다란 모스 코드로 ‘유레카(Eureka)’라는 단어가 래커 처리돼 새겨져 있다. 영화에서 쿠퍼가 보내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한 머프가 해답을 찾아내던 순간 외치는 대사이기도 하다.
초침으로 한껏 포커싱 된 줌을 다시 풀어 전체를 보자. 날짜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디자인 자체는 기존의 카키 필드 컬렉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투박한 블랙 컬러의 다이얼 위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케이스가 씌워졌다. 지름은 42mm로 100m 방수를 지원하며 80시간 파워 리저브의 H-10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단 늦는 게 낫다. 영화 개봉 5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내놓아준 해밀턴에 감사하지만, 이마저도 2,555개 한정 출시라 영화 팬들의 성원이 맞물려 빠르게 완판될 것 같다. 원한다면 서두르자. 가격은 한화 1백2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