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던 미국은 아직도 당시를 치욕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면서도 사실상 패퇴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또 다른 문제들로 고역을 치렀으니 말이다. 천문학적으로 전쟁에 돈과 인력을 투입한 데다 당시 세계 경제 상황이 맞물리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곤욕을 치렀고, ‘68혁명’의 여파 등으로 국내 여론이 극악으로 치달으며 당시 기성 권력들이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었다. 아울러 갖가지 전쟁 범죄들로 인해 여전히 비난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전쟁이 기술 발전을 앞당긴다는 씁쓸한 아이러니는 언제나 반복되었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한 시계가 전쟁의 부산물 중 하나인데, 바로 벤루스(Benrus)의 밀리터리 워치이다. 전쟁 당시 미 국방성은 벤루스에 UDT가 사용할 시계 제작을 의뢰했고, 그렇게 탄생한 시계가 바로 타입 I(Type I)과 타입 II(Type II)이다. 1972년부터 1980년까지의 생산됐던 두 모델은 오랜 기간 중 대중에 판매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20년 벤루스가 타입 I의 한정판을 처음 판매하였고, 2022년 오늘 타입 II 또한 대중 소비자들과 첫 만남을 이루게 되었다.
벤루스 타입 II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추가하기보다는 오리지널 디자인의 심플함과 빈티지함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다이얼에는 오로지 시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슈퍼루미노바가 적용된 12시간 및 24시간 아워 링만을 표시했다. 심지어 브랜드 로고까지 생략했다. 42.5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샌드블라스트 처리하여 스크래치와 변형 염려를 덜었으며, 크라운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크라운 가드 역할을 해준다. 스크루인 하이 그립 텍스처 크라운, 양방향 회전 12시간 베젤 등의 요소도 밀리터리 워치 감성을 더해준다.
스위스 소프로드(Soprod)사의 P024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며, 3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블랙 투피스 싯벨트 나일론 나토 스트랩이 기본 제공되며, 밝은 색감의 투피스 탠 싯벨트 나토 스트랩을 별도 구매할 수 있다. 방수는 300m 성능을 지원한다. 500 피스 한정판으로 제작되며, 가격은 1,495달러, 한화 약 196만 원이다.
타입 II처럼 오리지널 모델과 기본기에 충실한 시계들이 최근 대거 출시 중이다. 어제는 롤렉스의 형제 브랜드 격인 튜더에서 툴워치의 정석이라 할 만한 ‘레인저’의 신모델을 선보였으니, 링크를 클릭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