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로 대표되는 일본의 4대 모터사이클 브랜드 모두 쿼터급의 클래식바이크나 트래커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이 클래스에 강한 애정을 쏟는 브랜드가 스즈키(Suzuki)다. ST250, 그래스트래커, 방방 시리즈까지 클래식 바이크부터 트래커, 스크램블러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DNA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TS185가 나온다.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장수모델로, 통통한 볼륨감을 가진 2행정 듀얼스포츠 모터사이클이다. 특히 공도와 임도 어디에서라도 가지고 놀기 좋은 펀(Fun) 바이크의 특성을 가진 탓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오동통한 악동에게 조금 다이어트를 시키고 빈티지하게 가다듬으면 어떻게 될까. TS185의 주력 시장이었던 호주의 한 커스텀 개러지에서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Purpose Built Moto가 선보인 TS185 스트리트 트래커(Street Tracker)는 군살을 빼고 대신 하체 근육을 조금 더 키운 독특한 모습으로 이목을 끈다.
TS185 스트리트 트래커는 얼핏 보면 베이스가 TS185라는 걸 전혀 알아채기 힘들다. 얇은 퓨얼 탱크와 봉긋 솟은 캐노피의 싱글 시트도 그렇지만, 앞뒤 펜더와 사이드 카울을 모두 제거한 덕에 단출한 프레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행정 모터사이클의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잘 들리도록 바짝 세운 머플러 덕분에 살이 부쩍 더 빠진 모습이다.
‘TS185가 이렇게 날씬했나’라고 생각할 즈음 하체로 내려가면 반전이 일어난다. 각각 21인치와 18인치의 거대한 프론트·리어 휠이 든든함을 선사한다. 서스펜션도 확 낮춘 덕분에 무게감도 생겼다. 개구쟁이 악동이었던 TS185가 갑자기 스즈란 고교의 전학생이라도 된 것 같지만, 이런 변신도 나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