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Yamaha)가 1993년에 출시한 GTS 1000이라는 모터사이클이 있다. 언뜻 보면 4기통의 평범한 스포츠-투어링 모터사이클인데 전륜을 유심히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전통적인 텔레스코픽 포크가 아닌 스윙암이, 그것도 싱글사이드 서스펜션으로 장착된 것이다.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프레임 실루엣도 독특했고 주행 안정성도 뛰어났다. 하지만 기술력을 쏟아부은 대가로 GTS 1000은 미친 가격이 책정됐고, 결국 빠르게 단종되며 전설로만 남은 비운의 모델이 됐다.
시대를 앞서간 GTS 1000이었지만 어느덧 2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이해가 될법한 시점이 됐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커스텀 빌드 JSK Moto Co.은 이 모터사이클의 시계추를 다시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제작기간 총 30개월, 수많은 땀과 좌절 끝에 이 커스텀을 완성한 제임스 첸은 “1993년 GTS1000을 처음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의 젊은 라이더들에게도 그와 같은 상상력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프로젝트 로디움 오메가(Project Rhodium Omega)로 명명된 이 커스텀 모터사이클은 시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레트로의 광풍이 몰아치는 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극단적인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콘셉트는 오각형을 기본으로 한 각진 디자인. 이를 위해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쳤다. 퓨얼 탱크와 라디에이터, 보디 패널까지 바꿀 수 있는 건 전부 바꿨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력은 거의 모든 파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콘셉트에 어울리는 헤드라이트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시안만 16종을 그려냈다. 에어벤트의 디자인은 제작자 제임스 첸이 어린 시절 즐겨보던 건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근육질의 전면 보디 뒤로는 자전거 안장같은 단출하지만 감각적인 형상의 싱글 시트를 얹었다.
물론 이 결과물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실루엣을 얻기 위해 클레이몰딩으로 매번 점토를 빼고 덧붙이기를 반복한 뒤 3D 프린터 작업을 했다고. 과연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이쯤 되면 거의 예술로 승화된 이 녀석에게 커스텀 모터사이클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조차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