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며 나무라는 소재는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어릴 적에는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놀며, 매미마냥 나무에 달라붙어 올라탄 뒤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었을지 몰라도 플라스틱으로 된 콘솔 게임기의 컨트롤러와 한 몸이 되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한 발자국, 나무로 된 연필 대신 구리로 만들어진 그래프1000과 수험생 시절을 보내며 한 발자국, 티타늄 바디와 사파이어 크리스탈 상판으로 이뤄진 크로노그래프를 차며 한 발자국, 그렇게 우리는 나무와 멀어지면서 어른이 되어갔다.
“옛것이 제일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과 같이 하이테크와 최첨단을 걷는 시대일수록 자연의 냄새가 풍기는 물건에 대한 동경이 커지는 것은 아무래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차갑기만 한 금속이나 무표정한 플라스틱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어쩌면 포근하게 피부와 맞닿는 나무를 항상 그리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Grovemade는 ‘나무에 살고, 나무에 죽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포켓 나이프부터 키보드 팜레스트, 연필꽂이, 화분 같은 일상적인 소품들을 넘어선 그들의 첫 번째 손목시계는 그들이 우리의 손목에 선사한 하나의 선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살펴볼 Walnut Watch 02는 전작보다 조금 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손목 시계와 같은 모양새로 바뀌었지만, 전작과는 다르게 외관에 목재가 드러난 부분이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아쉽게도 그 유리 저편으로 숨어들어간 목재 워치페이스에는 미국산 흑호두나무 목재가 사용되었다.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목재라니,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아닌가 싶다.